현장에서

'합시다'와 '하십시다'

이종덕 / 서울과학고등학교

지난해 교육개혁위원회에서는 바람직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모든 교사들에게 수업 중에는 ‘공용어(公用語)’를 사용하라고 권고하였다. 이때의 공용어란, 공중(公衆)을 상대로 하는 높임말을 가리킨다. 사전에 실린 뜻은 아니지만 그렇게 쓸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현대국어의 높임법은 다음과 같이 크게 격식체와 비격식체의 이원 체계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 4등급과 2등급으로 나누어진다.

격 식 체

비격식체

아주높임 : 하십시오(합쇼)
예사높임 : 하오, 하시오

두루높임 : 해요, 하세요(하셔요)

예사낮춤 : 하게, 하시게
아주낮춤
: 하여라(해라)

두루낮춤 : 해

이렇게 보면, 아주높임, 예사높임, 두루높임에 해당하는 말이 이른바 공용어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교사들이 사용하는 말은 듣는이가 성인 대중이 아닌 학생 대중이라는 점에서, 아주높임에 해당하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교사들이 사용하는 공용어는 예사높임이나 두루높임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발화는 학교 현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부터 윤동주의 시 한 편을 공부해 봅시다.
모두들 교과서 77쪽을 펴요/펴세요(펴 봐요/보세요).

그런데 안내 방송이나 방송 수업에서는 도를 넘어서서 어색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제가 호명하는 학생들은 점심 시간에 교무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자, 이제부터 상징의 개념을 공부해 보십시다.

이와 같은 예에서 학생들의 행위를 나타내는 말에 ‘-시-’를 붙여서 높이는 것이나 교사가 자신을 ‘저’로 낮추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각각 ‘내가, 오기, 봅시다’ 정도로 말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