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정보화

한글 글자 모양의 정비

조남호 국립국어연구원

정보화 시대가 진전되면서 말과 글은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으며, 이에 따라 말과 글 가운데서도 표준이나 기준을 정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여기에는 한글 글자 모양의 정비도 포함된다.


, ㅈ / ㅌ, / ㅝ,

한자에 비해 한글의 글자 모양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글을 배우는 초기에 잠깐 글자 모양을 익히는 교육을 받고 그 후로는 자신의 습관대로 쓴다. 그런데 사람들이 쓰는 글자를 보면 한글 글자 모양에도 꽤 많은 변형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게 변형이 있는 글자로 ‘, ㅌ, ㅝ’를 들 수 있다. ‘’은 크게 ‘’과 ‘ㅈ’으로 차이를 보인다. 글자 모양뿐만 아니라 2획과 3획으로 획수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 점은 ‘ㅉ, ㅊ’도 마찬가지이다. ‘ㅌ’은 크게 ‘ㅌ’과 ‘’으로 차이를 보인다. ‘ㅡ’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ㅝ’는 크게 ‘ㅝ’와 ‘’로 차이를 보인다. ‘ㅝ’의 ‘-’가 어디에 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의 글자 모양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기로는 동전이나 지폐에 나오는 ‘원’의 ‘’이다. 이 외에도 사소한 변형은 여러 글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미 그런 변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차이가 별로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글 교육용 교재를 만들거나 새로운 글자체를 개발해야 하는 사람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쓰는 방법은 ‘ㅈ’으로 알려 주면서 쓰기 연습에서는 ‘’을 제시한 교재를 본 적도 있다. 공공기관에서 작성한 문서에 사용된 글자 모양이 학교에서 배운 글자 모양과 다르다고 항의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한글이 탄생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글자 모양에 변화가 오고 다양한 변형이 나오게 되었는데도 그동안 글자 모양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많지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글자체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면서 글자 모양의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되는 단계에 오게 된 것이다.


글자 모양 정비는 현실에 맞게

처음에 한글이 창제되었을 때의 글자 모양을 그대로 쓰면 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연스러운 변화도 있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훈민정음의 글자 모양을 따르자고 할 수는 없다. 현실에 맞게 글자 모양을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일은 정부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하여 몇년 전부터 문화관광부에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자 모양을 정비한다는 것이 하나의 글자 모양을 표준으로 삼고 무조건 그 글자 모양만 사용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나 글자체 개발에 일정한 원칙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정해진 원칙을 토대로 한 다양한 변형은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