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

외국의 지명, 인명도 외래어인가?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세계 각국의 도시, 산, 강 따위의 이름과 사람 이름 등은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이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이 익히 알려진 말은 외래어이고 ‘몽펠리에’, ‘베수비오’와 같이 덜 알려진 말은 외국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외래어와 외국어는 어떻게 구별이 될까?
   우선 ‘외래어’와 ‘외국어’의 개념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외래어는 단어 부류를 일컫는 데 비해 외국어는 언어 자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는 외국어이고 ‘택시, 모델, 커피’는 외래어이다. 그런데 외국어는 언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어떤 언어에 속하는 단어를 가리키기도 한다. 따라서 beautiful, Arbeit, mademoiselle은 외국어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이들은 ‘외국어 단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고유명사가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말은 보통명사인 ‘택시, 모델, 커피’ 따위는 외국어가 아닌 외래어라는 데에 누구나 동의하면서, 지명, 인명인 ‘뉴욕, 후쿠오카, 베이징, 장쩌민’ 따위는 외국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외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뉨을 뜻한다. 외국의 지명, 인명은 과연 외국어이기만 하고 외래어는 아닐까? 그렇지는 않다.


외국의 지명, 인명도 외래어

외국의 지명, 인명이 원래 외국어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뉴욕’이 영어 New York에서 비롯된 말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어로 말하고 글을 쓰는 중에도 외국의 고유명사를 언급할 일이 분명 있다. ‘뉴욕’이나 ‘클린턴’ 같은 지명, 인명은 이틀이 멀다 하고 신문 기사에 나온다. ‘뉴욕’이 영어 New York에서 비롯되었고 ‘클린턴’이 영어 Clinton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신문에 영어 그대로 New York, Clinton으로 표기할 수는 없다. 그렇게 표기하면 읽지 못하는 사람이 숱하게 생기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지리 부도에는 전 세계의 지명이 적히게 되는데 역시 한글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외국의 고유명사도 외국어에서 비롯한 것이 틀림없지만 국어 생활에서는 외래어, 즉 국어임을 알 수 있다.


고유명사도 외래어 표기법의 대상

외국의 지명, 인명을 한글로 쓰면 외국어 원음이 손상당하는 것 같아 외국 문자 그대로 쓰는 사람을 간혹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우리나라의 지명, 인명이 국어의 일부이듯이 외국의 지명, 인명도 국어 생활에 사용되는 말이므로 국어의 일부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주로 보통명사인 외래어의 표기를 통일하기 위한 규범이기도 하지만 외국의 지명, 인명 등 고유명사를 적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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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지아 → 말레이시아

베네주엘라 → 베네수엘라

세느 강 → 센 강

모짜르트 → 모차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