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한글 맞춤법의 원리

임동훈 국립국어연구원

한글 맞춤법이란 무엇인가? 우리말의 표준어를 적는 규정이다. 그렇다면 어떤 맞춤법이 좋은 맞춤법일까? 독자가 읽을 때 이해하기 쉽도록 적어 주는 방식일 것이다. 맞춤법은 필자와 독자 간의 효율적이고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의 원리는 「한글 맞춤법」 총칙 제1항에 나타나 있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위 조항은 한글 맞춤법의 표기 대상이 표준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우리 국민의 공통적인 표준어를 맞춤법 규정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맞춤법은 표준어가 정해진 후에야 이를 어떻게 적을지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표준어를 적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들리는 대로 적는 것이요, 또 하나는 들리는 소리와는 다소 멀어지더라도 의미가 잘 드러나도록 적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두 방식이 상충되는 듯하나 한글 맞춤법은 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 즉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이라는 구절은 바로 이 두 방식의 조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소리대로’의 원칙은 ‘어법에 맞도록’이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위 구절에서 어미 ‘-되’는 앞절의 내용을 인정하면서 뒷절의 내용을 단서로 덧붙인다는 뜻을 갖는다. 즉 소리대로 적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것은 어법에 맞게 적는다는 단서 조항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1항의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이란 구절을 바르게 적용하는 방법은 첫째 어느 쪽으로 적는 것이 어법에 맞는지 살펴 그에 따라 적고, 둘째 어느 쪽으로 적든지 어법에 맞는 정도에 별 차이가 없을 때에는 소리대로 적는 것이다.

어법에 맞게 적는다는 것은 뜻을 파악하기 쉽게 적는 것

그런데 어법에 맞게 적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뜻을 파악하기 쉽도록 적는다는 것이므로 어법에 맞게 적는 방식으로는 문장에서 뜻을 담당하는 실사(實辭)의 표기를 고정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컨대 ‘꼬치, 꼬츨, 꼬?또’처럼 적지 않고 실사인 ‘꽃’의 표기를 고정시켜 ‘꽃이, 꽃을, 꽃도’처럼 적는 방식이다. ‘꼬치’와 같은 방식은 들리는 대로 적어서 적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뜻을 담당하는 실사의 표기가 고정되지 않아 뜻을 파악하기에는 큰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제1항의 내용을 바르게 해석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체언과 조사를 구별해서 적고 용언의 어간과 어미를 구별해서 적는다. 체언과 용언 어간은 대표적인 실사이기 때문이다. 둘째, 그 밖의 경우는 어느 쪽으로 적는 것이 뜻을 파악하기 쉬운지 살펴 뜻을 파악하기 쉬운 쪽으로 적는다. 셋째, 어느 쪽으로 적든지 뜻을 파악하는 데에 별 차이가 없을 때에는 소리대로 적는다. 예컨대 ‘부치다(힘이 ∼)’와 ‘붙이다(우표를 ∼)’는 ‘부치-’ ‘붙이-’부분이 모두 어간이어서 첫째 원리를 적용하기 어려우나 후자는 전자에 비해 동사 어간 ‘붙-’과 의미상의 연관성이 뚜렷하여 ‘붙이-’처럼 적어 줄 때 그 뜻을 파악하기 쉬운 데 반해 전자는 그러한 연관성이 없으므로 둘째, 셋째 원리에 따라 ‘부치다’와 ‘붙이다’로 구별하여 적는 것이다.


부치다:힘이∼. 편지를∼. 논밭을∼. 안건을 회의에∼. 식목일에 부치는 글.

붙이다:우표를∼. 흥정을~. 불을∼. 취미를∼, 조건을∼, 별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