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바른손'과 '오른손'

이승재 가톨릭대학교

‘바른손’과 ‘오른손’은 어원과 복합어 형성 그리고 지리적 분포에서 아주 흥미로운 복수 표준어(표준어 규정 제5절 제26항 참고)이다.
   ‘바른’은 ‘바다[바르다]’에서 ‘오른’은 ‘올다[옳다]’에서 온 말이고, 이들의 반대말인 ‘왼손’의 ‘왼’은 ‘외다’에서 온 말이다. ‘외다’는 지금 쓰이지 않으나 옛날에는 ‘그르다’의 뜻으로 널리 쓰였던 단어이다. 이러한 관계를 고려하면 ‘바른손’이 ‘오른손’의 동의어임이 분명하고 원래는 ‘正’의 의미였던 것이 ‘右’의 의미로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중부 지방의 노년층은 ‘바른손’을 사용


‘바른발, 바른쪽, 바른팔, 바른편’ 등의 ‘바른-’을 ‘오른-’으로 바꾸어도 뜻이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른-’이 붙은 말과 ‘오른-’이 붙은 말이 엄격히 구별되는 예들이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바른대로, 바른말’을 ‘오른대로, 오른말’로 바꿀 수 없고, ‘오른나사, 오른배지기, 오른새끼, 오른섶’ 등의 ‘오른-’을 ‘바른-’으로 대체할 수 없다. ‘바른-’만이 붙은 말들은 윤리적·규범적 의미가 강한 반면에 ‘오른-’만이 붙은 말들은 방향의 의미가 중시된다. 상표명에 ‘오른손’ 대신에 ‘바른손’을 이용한 것은 이러한 의미 차이를 감안한 결과인 듯하다.
   ‘바른손’과 ‘오른손’은 그 분포 지역이 서로 다르다. ‘바른손’은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과 북부 지방에서 폭넓게 쓰이는 데에 비하여 ‘오른손’은 남부 지방과 이에 인접한 충청·강원의 동남 지역 그리고 함경도의 동북 지역에서 사용된다. ‘바른손’은 서울 중심의 중앙 지역에서, ‘오른손’은 이른바 변두리 지역에서 쓰이므로 ‘오른손’은 표준어인 ‘바른손’의 방언이라 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오른손’이 표준어 자격을 획득한 것은 1936년에 나온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서 비롯한다. 이 책에서 ‘오른쪽’을 표준어로 삼고 ‘바른쪽’을 버림으로써 각종 국어사전에서도 ‘오른손’은 사전에 올리되 ‘바른손’은 제외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착오가 시정된 것은 80년대에 와서의 일이므로 50년 가까이 본말이 전도된 상태가 지속된 셈이다. 그 결과 ‘바른손’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에 와서는 서울·경기 출신의 젊은이들조차도 ‘바른손’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표준어와 방언의 사용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야


애초부터 표준어로 삼아야 마땅한 단어가 부주의나 언어 조사의 미비로 말미암아 방언으로 전락하였다면 국어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이 본말전도 현상은 궁극적으로는 우리말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표준어 사정 자료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라도 표준어와 방언의 사용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바른손 오른손

바른쪽 오른쪽

바른대로 ×

바른말 ×

× 오른나사

× 오른배지기


※ 다음호 문제

담배 이름의 ‘시브로’는 무슨 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