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아니에요’가 맞습니까, ‘아니예요’가 맞습니까?

 

「표준어 규정」 26항에서는 ‘-이에요’와 ‘-이어요’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받침 있는 체언 뒤에서는 아래 (1)과 같이 ‘-이에요’, ‘-이어요’ 형으로 쓰이고, 받침 없는 체언 뒤에서는 아래 (2)와 같이 ‘-예요’, ‘-여요’ 형으로 쓰입니다. 받침 없는 체언 뒤에서는 ‘-이에요’, ‘-이어요’ 형 대신 그것이 줄어든 ‘-예요’, ‘-여요’ 형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1) 책+이에요/이어요 ⇒ 책이에요/책이어요 (받침 있는 체언 뒤)
(2) 저+이에요/이어요(→예요/여요) ⇒ 저예요/저여요 (받침 없는 체언 뒤)

그러나 위의 규정만으로는 ‘아니에요’가 맞는지, ‘아니예요’가 맞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에요, -이어요’에서 ‘-이-’는 서술격조사 ‘이다’의 어간이므로 ‘-이에요, -이어요’는 그 앞에 체언이 오게 되는데, 질문하신 ‘아니다’는 체언이 아니라 용언(형용사)이어서 이 규정이 바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래 (3)에서 보듯이 형용사 ‘아니다’는 서술격조사 ‘이다’와 활용 양상이 거의 동일합니다.

(3) ‘이다’, ‘아니다’의 활용 양상
가. ‘-어서/-아서’ 형 대신 ‘-라서’ 형이 쓰이기도 함: 책이라서, 책이 아니라서
나. ‘-구나’ 형 대신 ‘-로구나’ 형이 쓰이기도 함: 책이로구나, 책이 아니로구나

(3가)는 보통의 용언 어간이라면 ‘-어서/-아서’가 올 자리에(예: 먹어서, 좋아서) ‘-라서’가 온 예이고, (3나)는 보통의 용언 어간이라면 ‘-는구나’, ‘-구나’가 올 자리에(예: 먹는구나, 좋구나) ‘-로구나’가 온 예입니다. 이는 서술격조사 ‘이다’와 형용사 ‘아니다’가 어미 활용에서는 같이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기원적으로 형용사 ‘아니다’는 명사 ‘아니’에 서술격조사 ‘이다’가 결합하여 형성되었습니다(좀더 정확히 말하면 「‘아니’(명사)+‘이-’(서술격조사)」의 구조를 가지던 말이 근대국어 말기에 형용사 어간 ‘아니-’로 재구조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니다’는 비록 체언이 아니나 서술격조사 ‘이다’를 이미 포함하고 있는 말이므로 ‘-이에요, -이어요’에서 서술격조사 부분 ‘-이-’가 빠진 ‘-에요, -어요’가 결합하게 됩니다. 즉 ‘아니다’에 「표준어 규정」 26항을 적용하면 아래 (4)와 같습니다.

(4) 아니-+-에요/-어요 → 아니에요/아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