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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어 민족의 행운과 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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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 / 국민대학교 |
우리는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 평범하게 사는 한, 국어만 알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단일 민족으로 단일어를 쓰고 있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의사소통에 아무런 불편을 느낀 적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외국어를 애써 익힐 필요도 없었다. 이것은 분명한 우리의 행운이었다.
그러나 행운의 뒤안에는 불운도 함께 서려 있게 마련이다. 평생을 단일어 속에서 안주하다 보니 얼핏 국어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언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예 외국어의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거나, 외국어를 업신여긴 나머지 나중에는 미워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그 중에는 국어의 순수성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사람도 많고, 잘못하면 편협한 국수주의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이 점이야말로 단일어밖에 몰랐던 우리의 불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세상은 지금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이웃집처럼 서로 가까워졌으며, 평범한 사람이라도 최소한 한두 가지 외국어를 배우지 않고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세계의 모든 새로운 정보가 그 날로 이 세상 방방곡곡의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정보를 빨리 얻기 위해서는 외국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외국 여행도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때에도 국제적 공용어나 현지어 구사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외국어는 국어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 구실도 해 준다. 예를 들자면 국어에는 엄청난 양의 한자어가 쓰이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한문이나 중국에서 받아들인 것들이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문이나 중국어, 때로는 영어를 비롯한 서구어나 일본어의 지식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제 국어에 대한 인식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국어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갈고 닦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국어만이 제일 훌륭하다거나 우수하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외국어에 대한 시야도 넓혀야 할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영어 학습에만 몰리고 있으나, 세상에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지역도 적지 않다. 러시아나 중국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은 영어가 통하지 않아 갑갑함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번 여름 중국의 신간 위구르 자치구를 한바퀴 돌면서 택시 기사 가운데에는 중국어나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음을 알고 놀랐다. 그들 고유의 민족어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는 현지어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