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하라’와 ‘하여라’


이종덕 서울과학고등학교

현장에서부터 국어를 바로 쓰려는 의식 가져야

어떤 교과의 시험 문제를 보면 가끔 다음과 같은 식으로 진술된 문장을 볼 수 있다.

(1) 다음 연립 방정식을 풀어라.
(2) 분자가 스스로 운동하고 있음을 믿게 할 수 있는 증거를 두 가지만 써라.

이와 같은 문장은 언뜻 보기에 문법적으로 합당하고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할 것 없이 몇몇 교과서에서도 이와 같은 명령문을 사용하고 있다.
   명령문은 어떤 종결어미로 종결되었더라도 간접인용절로 안길 때에는 다음 예문에서와 같이 종결어미가 모두 ‘-(으)라’로 바뀐다.

(3) 길이 막히니 서둘러 출발하십시오.
→ 길이 막히니 서둘러 출발하라고 말씀을 드렸다.
(4) 건강을 위하여 골고루 먹어라.
→ 건강을 위하여 골고루 먹으라고 하신다.

이와 같이 명령문이 간접인용절로 안길 때에는 상대높임의 등분과 관계 없이 어미가 모두 ‘-(으)라’로 실현되는 것이다.
   간접인용절로 안기는 형태의 명령문을 간접명령문이라고 하는데, 이 간접명령문은 간접인용절로 안길 때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신문 기사의 제목이나 시위 군중의 구호, 책의 제목, 시험 문제와 같은, 매체를 통한 간접 발화 상황에서도 쓰일 수 있다. 다음 예가 바로 이러한 쓰임을 보여 준다.

(5) 청소년 문제에 대하여 정부는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라!
(6)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직접명령의 ‘-어라/-아라/-여라’ 어미가 사용된 말을 ‘해라체’라고 하고 간접명령의 ‘-(으)라’ 어미가 사용된 말을 ‘하라체’라고 하는데, 전자는 화자와 청자 간에 뚜렷한 상대높임의 등분이 드러나는 장면에 쓰이고 후자는 화자와 청자 간의 높낮이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중립적 명령에 쓰인다. 따라서 이 글 처음에 보인 문장들은 윗점 찍은 부분을 각각 ‘풀라’, ‘쓰라’로 바꾸어야 문법에 맞는 글이 된다. 시험 문제를 푸는 학생 전체에게 ‘해라체’ 명령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푸시오’, ‘쓰시오’와 같은 정중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불특정 독자를 함부로 대우하는 결례를 범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