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십팔번(十八番)과 수순(手順)


최용기 국립국어연구원

우리말 속의 일본어, 잘 알고 써야


뜻도 잘 모르고 쓰고 있는 일본어투 용어는 일본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말은 아니다. 우리말처럼 잘못 알고 쓰는 우리말 속의 일본어를 알아 본다.

○ 십팔번(十八番) → 단골 장기, 단골 노래, 애창곡(愛唱曲)

노래방이나 술자리, 회식 장소에서 자주 쓰는 말로 ‘십팔번(十八番)’이란 말이 있다. ‘일번(一番)’도 아니고, 하필 ‘십팔번’인지 의심스러운 때가 있었다. 이 말은 일본의 ‘가부키(歌舞伎, かぶき)’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여러 장(場)으로 구성된 가부키는 장(場)이 바뀔 때마다 간단한 막간극을 공연하게 되어 있다. 17세기 무렵 ‘이치가와 단주로’라는 가부키 배우가 가문에서 내려온 가부키 단막극 중에 크게 성공한 18가지 기예(技藝)를 정리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가리켜 가부키 광언(狂言: 재미있는 희극) 십팔번이라 불렀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한 ‘십팔번’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 ‘장기(長技)’나 ‘애창곡(愛唱曲)’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집』(1995)에서는 이 말 대신 ‘단골 장기, 단골 노래’란 말을 쓰도록 하였는데, 이 말이 주로 노래를 부를 때 많이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애창곡(愛唱曲)’도 함께 쓸 수 있을 것이다.


○ 수순(手順) → 차례, 순서, 절차

흔히 우리는 신문 제목 등에서 ‘중간 평가 수순 밟기’나 ‘정계 진출 수순에 큰 관심’ 등과 같은 표현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수순(手順)’은 국어사전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말인데, 우리는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순(手順)’은 일본말‘てじゅん’을 한자로 적은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 말이다.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집』(1995)에서는 순화한 말로 ‘차례’나 ‘순서’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어떤 일의 차례나 순서뿐 아니라 ‘방법’을 나타낼 때도 있으므로 ‘절차(節次)’도 함께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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