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쉽게 한글 맞춤법과 사귀는 길


임동훈 국립국어연구원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고 한다. 왜 우리말은 이리도 어려우냐고도 한다. 실제로 맞춤법에 정확히 맞게 문자 생활을 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예컨대 농구에서 선수가 공을 던져 바스켓 안에 집어 넣는 비율을 ‘슛율’이라고 적을지 ‘슛률’이라고 적을지 판단키 어렵다. 또 ‘책을 집어 던지다’처럼 띄어 써야 할지 ‘책을 집어던지다’처럼 붙여 써야 할지도 사전이 없으면 판단키 어렵다.



한글 맞춤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그러나 문자 생활에서 이런 정도의 어려움은 어느 언어에나 있다. 수년 전 미국의 어느 부통령은 ‘tomato’를 ‘tomatoe’라고 써서 말밥에 오른 적이 있고, 영어사전에서는 ‘database’처럼 붙여 쓰기도 하고 ‘data base’처럼 띄어 쓰기도 하여 띄어쓰기 역시 쉽지 않다. 또 ‘Kansas’는 ‘캔자스’라고 읽지만 그 앞에 ‘ar’이 붙은 ‘Arkansas’는 ‘아칸소’라고 읽어서 읽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한글 맞춤법만 어렵다고 할까? 한글 맞춤법은 한국인이 한국어로 문자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임에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는 동안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경험이 별로 없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한글 맞춤법의 내용이 구체화되어 있는, 그리하여 문자 생활에 표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좋은 사전도 드물다. 이러니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는 일반인들의 불평도 그리 근거 없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는 한글 맞춤법에 대한 쉽고 정확한 해설서를 만들어 이를 학교 교육에서 가르치도록 하는 일이다. 한글 맞춤법은 문자 생활의 바탕이 될뿐더러 그 원리를 알면 문자 생활에 작용하는 많은 규정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밥을 먹은 뒤에 그릇을 씻어 치우는 일은 ‘설겆이’가 아니라 ‘설거지’라고 적는데 이는 ‘설겆다’라는 말이 없어 소리와 달리 ‘설겆이’로 적을 이유(즉 ‘설겆이’로 적는 것이 뜻을 파악하기 쉽다든지 하는 따위)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국어사전을 갖추어야

둘째는 한글 맞춤법이 구체화되어, 국민들의 문자 생활에 표준을 제공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하여 일반인들은 사전만 찾아보아도 맞춤법, 띄어쓰기, 표준어 여부 등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이처럼 권위 있는 사전을 가진 문명국의 국민이 되어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는 불평을 거둬들이고 사전과 더불어 행복한 문자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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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겆이 → 설거지
더우기 → 더욱이
일찌기 → 일찍이
오뚜기 → 오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