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선릉'의 발음

이승재 가톨릭대학교

서울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가다 보면 다음과 같은 안내 방송을 듣게 된다.

[이번 녁은 설릉, 설릉녁임니다]

음성 언어이므로 발음되는 대로 적고 [ ]를 쳤다. 영어로도 역 이름이 방송되는데 그때의 발음도 [설릉]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역은 조선조 성종의 능으로서 한자로는 ‘宣陵’으로 표기하고 한글로는 ‘선릉’으로 적는다. 문자로 적을 때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 정작 음성으로 발음할 때에는 [설릉] 뿐만 아니라 [선능]도 쓰이고 있다. 이처럼 맞춤법으로는 한 가지이더라도 발음이 둘 이상일 때에는 어느 발음을 표준으로 삼아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예들이 적지 않다.


표준 발음을 정확히 결정해야

어느것이 표준 발음인지 결정하려면 서울 토박이들의 발음을 조사해 보는 수밖에 없다. 표준어와 표준 발음은 서울말을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마침 ‘선릉’은 서울 강남구에 소재하고 있으므로 서울 토박이들의 발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마땅하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작년에 이를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20명의 제보자는 [선능]으로 발음하였고 3명의 제보자만이 [설릉]으로 발음하였다. 이와 더불어 조사한 ‘서오릉, 태릉’ 등의 발음에서도 [서오능, 태능]이 절대적으로 우세하였다. 이에 유추해 보더라도 [선능]이 정확한 발음이라 할 수 있다.


서울 토박이 발음이 표준 발음의 기준

국어의 단일 형태소에는 ‘ㄴ’ 다음에 바로 ‘ㄹ’이 오는 적이 없다. 그런데 ‘상견례, 청산리, 춘란, 판단력, 음운론, 신선로’ 등과 같은 한자어에는 이러한 예들이 적지 않다. 바로 이들을 발음할 때에는 ‘ㄴㄴ’으로 발음해야 할지 ‘ㄹㄹ’로 발음해야 할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60세 이상의 서울 토박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상견례 - [상견녜] 21 : [상결례] 0
춘 란 - [춘 난] 21 : [출 란] 6
음운론 - [음운논] 22 : [음울론] 3
청산리 - [청산니] 14 : [청살리] 10
판단력 - [판단녁] 17 : [판달력] 3
신선로 - [신선노] 0 : [신설로] 28

여기에서 ‘신선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예에서 ‘ㄴㄴ’ 발음이 우세함을 알 수 있다.

'선릉'의 발음은 [선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