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종덕 서울과학고등학교
일반 대중이나 학생들이 즐겨 읽는 글 가운데의 하나가 신문 기사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학급마다 두어 종류의 일간 신문을 공동으로 부담하여 구독하고 있다. 요즈음은 구어(口語) 생활은 텔레비전이, 문어(文語) 생활은 신문이 지배한다고 보아도 좋을 만큼 이들이 사회 대중의 언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 그런데, 이러한 신문의 기사 보도문에서 부사격 조사 ‘에/에게’가 잘못 쓰이는 예를 볼 수 있다. 몇 예를 들어 보자.
위와 같은 표현이 주로 기사의 제목이나 소제목에 쓰이고 있는데, 대체로 기사 본문에서는 ‘에’ 대신 ‘에게’라고 바르게 쓰고 있다. 제목이나 소제목을 적을 공간이 부족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꽤 빈번하게 쓰이고 있어서 염려스럽다.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어법에 맞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판단하는데, “신문에서 그렇게 쓰던데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조사 ‘에’는 흔히 존재의 의미를 나타내는 동사와 어울릴 때에는 ‘처소’를 뜻하고, 이동의 의미를 지니는 동사와 함께 쓰일 때는 ‘도착점’을 의미한다.
위의 문장에 쓰인 ‘에’는 (1)에서는 ‘처소’, (2), (3)에서는 ‘도착점’을 나타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는 처소나 도착점을 나타내는 조사로 ‘에’ 대신에 ‘에게’가 쓰이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이처럼, 처소나 도착점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인 ‘에’와 ‘에게’는 상보적으로 쓰이는데, 중요한 것은 그 상보적 분포의 조건을 잘 알고 정확하게 구분하여 쓰는 일일 것이다.
위의 (1)∼(3)과 (1′)∼(3′)을 다시 살펴보면, ‘에’에는 ‘도서관, 꽃, 서점’이 결합되어 있고, ‘에게’에는 ‘나, 개, 친구’가 결합되어 있다. 그런데 동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유정 체언이라 하고, 식물이나 무생물, 추상적 사물을 가리키는 말은 무정 체언이라 하므로 두 어휘 중 앞엣것은 무정 체언, 뒤엣것은 유정 체언에 속한다. 따라서 ‘에’는 무정 체언 뒤에 쓰이고 ‘에게’는 유정 체언 뒤에 쓰인다고 할 수 있다. 이로 보아, 위에 든 신문 기사의 예문에 쓰인 ‘에’는 모두 ‘에게’로 써야 어법에 맞는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