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쓰기
민현식 숙명여자대학교
그동안 우리는 글을 바르게 쓰려면 ‘단어, 문장, 문단’의 3요소가 바르게 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먼저 단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요령을 살펴보았다. 이제 이번 호부터는 단어들이 모여 이루는 문장을 어떻게 하면 바르게 쓸 것인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아무리 단어를 바르게 썼다고 하여도 문장의 구성과 문장 간의 연결이 잘못되면 글쓰기는 허사가 되므로 우리는 문장 차원에서 나타나는 비문의 유형을 살펴보아 비문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문장 구성에 나타나는 비문의 유형을 알려면 국어의 문장을 구성하는 성분을 알아야 한다. 국어의 성분에는 주성분, 부속성분, 독립성분이 있다. 주성분은 문장의 골격을 필수적으로 이루는 성분으로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가 있다. 부속성분은 주성분이나 또 다른 부속성분을 수식하는 성분으로 체언을 수식하는 관형어와 주로 용언을 수식하는 부사어가 있다. 독립성분은 주성분 및 부속성분과 직접 관계가 없이 문장에서 떨어져 있는 성분으로 독립어가 있다. 이상의 7 성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어와 서술어다. 한 문장의 완결된 의미를 전달하려면 주어와 서술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장 (1ㄱ)은 경험 많은 노인이 방법을 안다는 뜻의 속담인데 주어 ‘말(이)’와 ‘안다’라는 서술어가 갖추어져 완전한 문장을 이룬다. 그러나 만일 (1ㄴ, 1ㄷ)처럼 이 문장의 주어나 서술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의미 전달은 불완전해진다. 물론 의도적으로 (1ㄴ, 1ㄷ)처럼 성분을 생략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앞뒤 문맥을 통하여 주어와 서술어가 암시되어야 그 문장이 이해되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명시적이든 암시적이든 주어와 서술어가 분명히 인지되어야 하나의 완전한 문장이 이루어진다.
주어란 서술의 주체가 되는 성분이며 국어에서는 조사 ‘이/가’로 실현될 수 있다. 서술어란 주어를 풀이하는 성분으로 주로 용언이 담당하는데 체언도 서술격조사 ‘이다’의 도움으로 서술어로 쓰일 수 있다. 특히 서술어 자리에 오는 용언은 그 용언이 반드시 요구하는 성분의 자릿수(다음 예의 밑줄 부분)에 따라 한 자리 서술어, 두 자리 서술어, 세 자리 서술어로 나뉜다.
위 예에서도 서술어인 용언에 따라 요구하는 성분이 주어이든 목적이이든 하나라도 빠지면 문장의 뜻이 불완전하거나 비문이 되며 서술어 역시 없으면 문장이 완결되지 못한다. 글에서 발견되는 어색한 비문의 상당수가 바로 주어, 서술어를 비롯한 이러한 문장의 성분이 실종되는 경우이다.
(3ㄱ)은 ‘문학은...예술의 장르로서’라는 종속절과 그 뒷부분의 주절로 구성되는데 주절의 서술어인 ‘지니다’의 주어가 무엇인지 주절의 주어가 실종되어 어색하다.
(3ㄴ)은 무엇을 따지고 의심스럽게 보고 검토하는 것인지 목적어가 실종되었다.
(3ㄷ)은 주어인 ‘맛도 영양도’가 병렬되었는데 서술어 ‘많다’와의 호응이 어색하다. 즉 ‘영양도 많다’는 주술 관계가 어울리지만 ‘맛도 많다’는 어색하므로 전체 문장이 의미론적으로 어색하게 되었다. 따라서 ‘맛도 좋고 영양도 많다’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다.
(3ㄹ)은 ‘길을’ 다음에 서술어가 병렬되어 나타났는데 ‘다니거나’와는 호응하지만 ‘놀 때’의 ‘놀다’와는 호응이 어색하다. 이는 ‘길에서 놀다’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을 다니거나 길에서 놀 때 사고 위험이 많다’로 해야 통사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완전한 문장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성분 실종 현상은 국어가 성분 생략이 자유롭기 때문에 흔히 범하기 쉬운 현상이다. 즉 국어는 앞뒤 문맥을 통하여 성분의 호응에 어려움을 주지 않는 한 성분 생략이 자유롭다. 다음 예가 그런 예이다.
위 예는 문장 ③과 ⑤∼⑥에 주어가 보이지 않지만 문맥상 문장 ②의 성분인 ‘지도층’을 반복적으로 생략시켜 나름대로 문체상의 강조 효과도 노리고 있다. 성분 생략이 비문으로 치닫지는 않은 것이다. 이처럼 성분이 생략되어도 국어는 의미 전달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성분 생략이 문맥 호응상 아무 문제없이 이루어지면 다행인데 이따금 성분 생략이 아닌 성분 실종으로 변질되어 비문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앞 (3)의 경우가 그런 예들이다.
그런 점에서 국어 구조상 의미 소통에 지장이 없는 한, 성분 생략은 국어 문장 구조의 간결성, 함축성, 경제성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이것이 성분 간에 호응을 어긋나게 하면 성분 실종이 되므로 성분 생략과 성분 실종은 구별해야 한다. 영어의 경우는 성분 생략이 자유롭지 못하여 성분을 명시해야 문장이 구성되는 성분 명시적 언어로 볼 수 있어 국어와 대조적이다. 가령 주어만 해도 영어는 가주어를 내세우면서라도 주어를 명시하는 그런 언어다.
영어학자들이나 국어학자들 가운데는 영어가 성분 명시적 언어이고 국어가 성분 생략적 언어라서 영어가 더 논리적 언어라면서 영어 예찬론을 펴는 이들이 있지만 이 또한 19세기의 언어 진화론자들이 영어와 같은 인도유럽어가 굴절어로서 고립어나 첨가어보다 우수하다고 보았던 발상처럼 섣부른 단견이다. 국어는 오히려 성분 생략을 즐기면서 얼마든지 논리적 구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분이 실종되어 비문이 되는 것은 성분 생략형 언어라는 국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성분 생략을 능란하게 구사하도록 작문 훈련을 받지 않은 때문이지 국어가 비논리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글을 쓸 때 문장의 성분이 서로 호응을 이루는지 살피고 성분 생략이 자유로운 국어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문장 성분이 실종되어 의미 전달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