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생선 고기'가 표준 발음인가요?

이승재 가톨릭대학교

방송 드라마를 잘 들어 보면 다음과 같은 대화를 곧잘 들을 수 있다.

(1) 생선 고기 아무 것 먹기 싫여.
(2) 지끔 눗지 말 쪼끔만이래 잡숫 나서 쉬세요.

조사 ‘-도’와 어미 ‘-고’를 습관적으로 ‘-두’와 ‘-구’로 발음하여 귀가 번쩍 뜨인다. 이들은 표준 발음의 관점에서는 작으면서도 무거운 문제를 안고 있다. 방송 보도에서처럼 ‘생선 고기’로 발음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가능한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우리의 언어 현실을 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충청도에서는 분명히 ‘생선 고기’로 발음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모든 지역에서도 이와 같이 조사 ‘-도’를 ‘-두’로 발음하고 어미 ‘-고’를 ‘-구’로 발음한다. 이를 맞춤법에 맞춰 ‘-도’와 ‘-고’로 발음하는 것은 경상도와 전라도 그리고 강원도의 동남부 동해안 지역 정도로 한정된다. 그렇다면 ‘-두’와 ‘-구’를 표준어로 삼고 ‘-도’와 ‘-고’를 방언형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표준어는 서울말로 정하는 것이 원칙인 바에야 표준 발음도 이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서울말 중에는 비표준어도 적지 않아

이러한 논리는 설득력이 자못 크다. 그러나 ‘서울말은 곧바로 표준어’라는 등식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서울 토박이들의 말 중에는 (1)의 ‘싫여’나 (2)의 ‘지끔, 눗지, 쪼끔, -이래두’처럼 표준어로 채택되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흔히 서울방언이라고 불러 표준어와 구별한다. 한편 표준어는 표기법의 전통을 고려하여 결정한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우리 조상들은 서울에 살면서도 글로 쓸 때는 ‘-도’와 ‘-고’로 표기해 왔다. 이러한 표기 관습을 중시하여 ‘생선 고기’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입말과 글말의 불일치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바뀐다. 글을 쓸 때 ‘-도’와 ‘-고’로 적게 되므로 발음할 때에도 이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두’와 ‘-구’로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이를 표준 발음으로 허용하자는 견해도 있다. 첫째 견해가 언문일치를 확립하자는 규범주의자의 주장이라고 한다면 둘째 견해는 입말과 글말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현실주의자의 주장이다.


입말과 글말의 불일치 현상 많아

서울 사람들이 언제부터 조사 ‘-도’와 어미 ‘-고’를 ‘-두’와 ‘-구’로 발음해 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관습도 ‘-도’와 ‘-고’로 적어온 전통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발음할 때에는 ‘-두’와 ‘-구’로 발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언어 현실에 맞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만 중부와 북부 지방 출신자들이 ‘표준 발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