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만땅’과 ‘엥꼬’

최용기 국립국어연구원

자동차는 이제 거의 필수품이 되었다. 승용차가 없는 집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자동차와 관련된 말도 우리 언어 생활의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말 중에서 귀에 자꾸 거슬리는 말이 ‘만땅(滿タンク)’와 ‘엥꼬(えんこ)’이다.

“얼마나 채워 드릴까요?”, “만땅으로 채워 주세요.”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듣게 되는 이 ‘만땅’이라는 말은 원래 한자어 ‘만(滿)’과 영어 ‘탱크(tank)’가 결합한 말로서,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이다. 주로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 넣는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노력 덕택에 지금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 말은 우리말이 아니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느낌도 별로 좋지 않다. 아무리 좋은 차를 갖고 있어도 ‘만땅!’하고 외치는 사람은 품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역시 점잖은 말을 쓰는 사람이 훨씬 품위도 있어 보인다. 우리말로 ‘가득 채워 주십시오’라고 하면 가장 좋겠지만, 다소 번거롭다면 ‘가득요!, 가득!’ 등으로 얼마든지 고쳐 쓸 수 있는 말이다.

또한 이 ‘만땅’과 비슷한 용어 ‘잇파이/입빠이(一杯, いっぱい)’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말도 일본어이므로, 우리말로 ‘가득, 많이’ 등으로 바꿔 쓰면 좋을 것이다. 이 말은 때로 ‘엑세레다(→액셀러레이터/가속기)를 입빠이 밟고…’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이때는 ‘한껏’을 쓰면 좋을 것이다.


만땅 → 가득 입빠이 → 한껏, 가득


“이런, 기름이 거의 다 엥꼬되었네. 주유소에 좀 들렀다 가자.”

자동차나 가정의 보일러 등에서 흔히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을 가리키는 말로 ‘엥꼬(えんこ)’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는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엔코’가 옳다. 이 말은 본래 일본에서 어린 아이가 방바닥에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발전하여 전차나 자동차 같은 것이 고장나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본래의 뜻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료가 바닥이 나다’, ‘물건이 다 떨어지다’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기름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연료통에 기름을 꽉 채우면 ‘만땅’이 되고, 기름이 바닥나면 ‘엥꼬’라고 한다. 우리말로 “(기름이) 다 떨어졌다”라고 하면 좋을 것이고, 상황에 따라 ‘떨어짐, 바닥(남)’ 등을 선택하여 쓸 수 있을 것이다.


엥꼬 → 바닥(남), 떨어짐


위의 경우도 “이런, 기름이 거의 다 떨어졌네”, “기름이 거의 다 바닥이네” 등으로 쓰면 좋을 것이다.

지금처럼 외국어가 범람하는 우리 언어 생활에서는 순화된 말을 찾아 쓰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빠꾸(バック, 영 back) → 뒤로, 후진

모도시(もどし) → 되돌림, 되돌리기

오이코시(おいこし) → 앞지르기

마후라(マフラ-, 영 muffler) → 소음기, 머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