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


외래어의 받침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외래어는 외국어에 기원을 둔 우리말이다. 외국어에서 비롯한 말이지만 국어의 일부가 된 것이다. 외래어는 국어의 일부인 만큼 국어의 질서에 따라야 하고 외국어의 특성에 좌우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주위의 외래어 표기 실태를 보면 외래어를 자꾸만 원어와 결부시켜서 표기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언젠가부터 ‘다방’이란 말 대신에 ‘커피숍’이란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커피숍’의 표기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거리의 간판을 관찰해 보면 ‘커피숍’ 못지 않게 ‘커피숖’으로 쓰인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커피숍’이 바른 표기이고 ‘커피숖’은 틀린 표기이다. ‘커피숍’이라고 표기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에 조사가 올 때 [커피쇼비], [커피쇼베], [커피쇼블]과 같이 발음이 되기 때문이다. 고유어의 경우에 [바비], [바베], [바블]과 같이 발음되니 ‘밥’이라고 적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무지 ‘커피숖’이라고 적어야 할 까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커피숖’이라는 표기가 나타나는 것은 이 말이 영어 coffee shop에서 온 말임을 사람들이 알고 있고 shop의 p는 ‘ㅍ’이라는 의식이 뿌리 깊기 때문일 것이다. 원어가 coffee shop이라 해도 외래어 ‘커피숍’은 국어 단어로 보아야 하며 원어와 결부시킬 필요가 없다.

외래어는 국어의 질서에 따라야


이와 유사한 예는 적지 않다. ‘슈퍼마켓’도 ‘슈퍼마겥’으로 적힌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슈퍼마켇’으로 적은 예도 있다. 조사(助詞)가 올 때에 [슈퍼마케시], [슈퍼마케세], [슈퍼마케슬]로 발음되기 때문에 ‘슈퍼마켓’으로 적어야 한다. ‘디스켙’, ‘포켙’과 같은 표기도 물론 틀린 표기이며 ‘디스켓’, ‘포켓’이 옳다.

‘케잌’과 같은 표기도 당연히 옳지 않은데 이 경우는 ‘케익’이 아니라 ‘케이크’가 바른 표기로 정해져 있다. 독일 사람인 Marx를 겹받침 ‘ㄺ’을 써서 ‘맑스’라고 하는 것 역시 틀린 표기이며 ‘마르크스’가 옳다.

외래어의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 써야


한글 맞춤법은 국어의 받침 글자로 홑받침 16개(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ㅆ) 와 겹받침 11개(ㄳ, ㄵ, ㄶ, ㄺ, ㄻ, ㄽ, ㄼ, ㄾ, ㄿ, ㅀ, ㅄ) 등 모두 27개의 글자를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외래어를 적을 때는 그 27개 중에서 홑받침인 ‘ㄱ, ㄴ, ㄹ, ㅁ, ㅂ, ㅅ, ㅇ’ 7 개만 쓰면 충분하고 그 7 개만 써야 한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3항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어느 언어에서든지 외래어는 반드시 외국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국어의 특성에 맞게 바꾸어 받아들인다. ‘커피숖', ‘슈퍼마켙’과 같이 표기한 간판을 걸고 있는 업소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들은 대체로 우리말과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잘못된 말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관용적일 때가 많다. 우리말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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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슈퍼마켓

커피숖

슈퍼마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