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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본문 200∼203쪽)
    독은 간장·된장·고추장 따위의 장이나 곡물··김치 따위를 저장해 두는 오지그릇이다. 항아리보다 키가 크고 입구는 주발 모양으로 넓은 편이며 배가 부른 형태이다.
    오지그릇은 붉은 진흙으로 형태를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 거기에 잿물을 입혀 다시 굽는 제작 과정을 거친 도기로서 한국의 전통 그릇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독은 ‘숨을 쉰다’고 하는데 이는 플라스틱 제품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기능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저장해서 발효시켜 먹는 음식이 많은 한국에서는 이런 독이 일찍부터 개발되어 사용되어 왔다.
    독은 일정한 치수나 생김새가 없지만 지역에 따라 모양이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경기에서는 비교적 홀쭉한 모양이 많고, 전라도 독은 배가 불룩한 편이며, 충청도 독은 목 부분이 높고 밖으로 약간 벌어진 형태가 많고, 경상도 독은 입 부분이 좁은 편이다. 이렇게 다양한 독의 형태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너그러움을 가지고 있어 주위의 어떤 환경과도 잘 어울린다. 서로 다른 모양과 크기의 독을 모아 두어도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어머니와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한국의 독은 크기가 다양한 만큼 용도도 다양하다. 큰 독은 보통 우물에서 길어 온 물이나 집에서 담근 간장··쌀 등을 저장할 때 쓴다. 이처럼 담는 내용물에 따라 명칭도 달라서 물독, 간장독, 쌀독 등으로 불린다. 술을 담는 술독의 경우는 몇 섬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큰데 다른 나라에서는 이렇게 큰 독을 보기가 쉽지 않다. 중간 크기의 독은 주로 된장이나 막장을 담는 데 사용되며 작은 크기의 독은 고추장이나 장아찌, 젓갈류 등을 담아 두는 데 이용하였다. 독에는 음식만이 아니라 옷가지나 쓰지 않는 물건도 넣어 보관하는데 물건이 눅눅해지거나 곰팡이가 피는 일이 거의 없다.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독의 뚜껑도 달라지며 보관하는 장소도 달라진다. 곡물을 담은 독은 짚으로 짠 방석이나 판자로 만든 뚜껑을 덮어 곳간이나 헛간에 두고, 장을 담은 독은 오지나 질그릇으로 만든 뚜껑을 덮어 장독대에 둔다.
    독 중에서도 장을 담아 두는 용기를 장독이라 하는데 한국의 어머니들은 이 장독을 다른 어떤 독보다 중요하게 다루었다. 왜냐하면 집집마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장이었고, 따라서 장을 담아 두는 장독을 잘못 관리하면 음식 맛에 이상이 생기고, 이것이 곧바로 집안 식구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주부들은 독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장을 담그고 보관하는 일에까지 많은 신경을 썼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겨울에 구운 독을 이른 봄에 사야 좋다는 말이 있다. 장마철이 낀 오뉴월에 구운 독은 아무리 높은 온도로 구워도 그 독 안에 있는 습기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음식이 쉬거나 곰팡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오늘날 다양한 저장 용기들이 나타나면서 독을 보기가 많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으로 장이나 김치를 담글 때에는 여전히 독을 이용하고 있고, 독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무리 힘이나 밑천을 들여도 보람 없이 헛된 일이라는 뜻이다. 밑이 빠져서 없는 독에 물을 채우려고 아무리 물을 부어 봐야 독이 차지 않는다는 것에 비유한 속담이다.
비 오는 날 장독 덮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 놓고서 유세를 떤다는 뜻이다. 비나 눈이 내려 장독에 물이 들면 장맛이 변하여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다. 그러므로 눈비가 오면 장독의 뚜껑을 덮는 것은 당연한데 그 당연한 일을 하고도 잘했다고 우쭐대는 것에 비유한 속담이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  자신이 넉넉해야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쌀독은 쌀을 담아 두는 독으로 여기에 쌀이 충분히 있다는 것은 살림살이가 넉넉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자신의 살림살이가 일단 넉넉해야 남에게도 인심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비유한 속담이다.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  적은 이익이나마 얻으려고 한 일로 도리어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뜻이다. 쌀독에 있는 쌀을 축내는 쥐를 없애려 몽둥이로 때려잡으려다 실수로 쥐 대신 중요한 식량이 담긴 쌀독을 깬다는 것에 비유한 속담이다.
틈 난 돌이 터지고 태 먹은 독이 깨진다  어떤 탈이 있는 것은 반드시 결과적으로 실패를 가져온다는 뜻이다. 틈이 나서 갈라진 돌은 결국 깨어지고 금이 간 질그릇이나 놋그릇도 마침내 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비유한 속담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1) 국립국어연구원
국립국어연구원은 우리나라 말과 글에 관련된 제반 사항을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1984년 문교부 산하 학술원 부속 연구소로 출발하여 1991년부터 문화관광부 산하에 자리를 잡았다. 국립국어연구원은 말과 글에 관련된 각종 자료를 조사·연구할 뿐만 아니라 맞춤법 제정·사전 편찬 등을 통하여 국민들이 바른 언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국어연구원에서 펴낸 대표적인 사전으로는《표준국어대사전》(전3권, 1999)이 있으며,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인 남기심(南基心) 씨가 2001년부터 제6대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 홈페이지 http://www.korean.go.kr]
2) 연구 및 집필
이운영(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사)
허철구(창원대 국문과 교수)
오광근(한국어세계화재단 연구원)
박문영(전 국립국어연구원 조사원)
3) 감수
음식 : 한복진(전주대 문화관광학부 교수)
의복 : 홍나영(이대 의류직물학과 교수)
건축 : 박언곤(홍익대 건축공학과 교수)
생활용구 : 박영순(연세대 주거환경학과 교수)
민속 : 김명자(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제도 : 정만조(국민대 사학과 교수)
음악 : 성경린(국악인)
미술 :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 위원)
무용 : 정병호(중앙대 무용학과 명예교수)
4) 번역
번역자 김정우는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1세기의 한글(Han-gul in the 21st Century)》 외 여러 책을 영어로 번역하였다.
5) 번역 감수
영문판을 감수한 Horace H. Underwood와 Nancy K. Underwood 부부는 연세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차례]
머리말
일러두기

한국의 음식
한국의 복식
한국의 주생활
한국인의 일생과 세시 풍속
한국의 민속 신앙
한국의 멋
한국의 상징과 특산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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