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상하이 방언을 할 수 있습니까?

중국의 방언은 크게 북방(北方) 방언, 오(吳) 방언, 간(贛) 방언, 상(湘) 방언, 객가(客家) 방언, 월(粵) 방언, 민(閩) 방언의 일곱 단위로 분류한다. 이렇게 나뉜 각각의 방언도 속을 보면 저마다 달라서, 서로 소통이 불가능한 방언만 중국 전체에 80여 개가 된다고 한다. 이 같은 지역 간의 엄청난 말 차이 때문에 표준어 정책이 필연적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중국의 모든 학교에서는 표준어만 사용해야 하며 거리 간판에 ‘문명 사회’라는 표어를 붙여서 표준어 사용을 장려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표준어 능력 시험(普通話水平測試, 푸퉁화슈이핑처스)’이라는 것도 있어서, 국민들의 정확한 표준어 발음과 유창한 표준어 사용을 장려한다. 이렇듯 꼼꼼하고 계획적인 정책 덕분에 절대다수의 중국 사람들은 출신 지역과 민족을 불문하고 표준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표준어가 널리 보급되었다고 해도 오랜 시간 이어 온 방언의 자리를 하루아침에 몰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사는 이곳 중국 상하이에서도 상하이 방언을 흔히 쓴다. 중국 전체 인구의 8~10%가 오(吳) 방언 사용자이고 상하이 방언은 오(吳) 방언 중의 하나인데, 이는 이를테면 경상도 방언과 부산 방언의 관계와 같다. 그런데 방언이라고 해서 우리말처럼 억양이나 단어 몇 개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표기나 설명도 하기 힘든 발음들은 기본이고, 어휘의 다름은 물론, 심지어 표준어와 어순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이렇게나 표준어와 다른 상하이 방언을 상하이 사람들은 능숙하게 표준어와 번갈아 가며 사용하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시대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상하이 사람들과 그들의 언어생활에도 변화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상하이 방언 사용과 관련한 흥미로운 설문 조사(2014.8.)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상하이 방언 사용 현황과 보전에 대한 생각을 현재 상하이에 거주 중인 상하이 출신 429명과 비(非)상하이 출신 139명에게 물었다.

   

당신은 상하이 방언을 얼마나 잘 구사하는가?

   

편의상 상하이에서 나고 자란 사람을 ‘상하이 출신’으로, 상하이 외의 지역에서 나고 자란 후에 상하이에 정착한 사람들을 ‘비(非)상하이 출신’이라 이름하겠다. 상하이 방언을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상하이 출신은 약 80%가 ‘능숙하다’라고 응답했고, 비(非)상하이 출신은 약 80%가 ‘전혀 못한다’라고 응답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본토 출신이 본토 말을 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상하이 방언을 교육받았는가?

   

앞서 약 80%의 상하이 출신이 상하이 방언을 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 이 중 다시 80% 이상이 어렸을 때 상하이 방언을 따로 교육받지는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로써 대부분의 상하이 출신들은 별도의 교육이 아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상하이 방언을 모어로서 습득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가족과 소통할 때 상하이 방언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

   

마찬가지로 80%에 달하는 사람들이 가족과 소통할 때 상하이 방언을 즐겨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상하이 방언만 쓴다는 응답도 절반에 가까웠다.

   

공공장소(회사, 학교, 상점 등)에서 상하이 방언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

   

집과 같은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는 양상이 달랐다. 공공장소에서 거의 상하이 방언만 쓴다는 응답이 약 10%로 대폭 낮아진 반면,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배로 늘어났다. 사용한다는 사람들을 상대로 ‘왜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과반수가 “무의식적으로 상하이 방언이 튀어나온다.”라고 답한 점이 흥미로웠다.

   

연장자들과 비교했을 때 당신의 상하이 방언 구사 능력은?

   

세대에 따른 상하이 방언 구사 능력에 대한 설문으로 50%에 달하는 상하이 출신이 그들의 손윗사람들보다 상하이 방언을 못한다고 답했다. 비슷하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단지 말이 통하니까 비슷하다고 하는 것일 뿐, 발음까지 따져보면 정확한 상하이 방언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상하이 젊은이들이 상하이 방언을 하지 않는 데 대한 당신의 생각은?

   

못하는 것이든 안 하는 것이든 상하이의 젊은이들이 상하이 방언을 하지 않는 것에 상하이 출신들의 약 70%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비(非)상하이 출신들은 절반 이상이 이를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답변하였다.

   

사라져 가는 상하이 방언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사라져 가는 상하이 방언에 대해서는 출신 지역을 막론하고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말의 생성과 소멸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상하이 방언을 보전·계승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복수 응답 가능)

   

복수 응답이기는 하나, 각 요소들이 이렇다 할 비율의 차이가 없는 것을 보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방해 요소들인 듯하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이 장애 요소들은 유기적인 연관이 있다. 상하이 방언을 모르는 외래 인구가 늘면 상대적으로 상하이 방언을 적게 쓰게 될 것이고, 이는 언어 환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획일적인 표준어 보급 정책도 방언 사용을 줄이는 데 한몫을 하였으며, 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이전 세대만큼 자유자재로 방언을 쓰지 못하거나 안 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상하이 방언의 중요성은 줄어들 것이고, 게다가 요즘 흔히 쓰는 외국어까지 더해져 상하이 방언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의 상하이 방언 안내 방송이 유익한가?

   

상하이에서는 2012년부터 일부 대중교통에서 상하이 방언으로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버스 노선 몇 개만을 시범으로 시작해 지금은 버스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상하이 방언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이런 안내 방송에 대해 상하이 출신 대다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비(非)상하이 출신의 응답에서는 지역 차별을 받는 느낌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20%나 되었다.

   

상하이의 방송 매체에서 상하이 방언 프로그램을 증설한다면?

   

상하이 출신들은 이런 방송을 상당히 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로 프로그램에 대한 친근감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비(非)상하이 출신의 경우 이러한 프로그램을 언어 학습의 용도로 생각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상하이 방언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20%에 달해 부정적인 견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방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상하이 출신 친구들이 입을 모아 걱정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세대가 거듭될수록 앞선 세대만 못한 상하이 방언의 위상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말이 퇴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사람들의 이런 자각은 비단 상하이 방언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80여 개의 크고 작은 방언 중에 오늘은 어떤 말이 사라졌을지, 멀리 중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방방곡곡의 우리말은 오늘도 안녕했을지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1) ‘상하이 방언(上海話)’, ‘오 방언(吳方言)’, ‘오어(吳語)’, ‘호어(滬語)’ 등이 흔히 같은 개념으로 섞어 쓰이지만, 이 글에서는 ‘상하이 방언(上海話)’으로 통일하여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