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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자기와 자신과 자기 자신

  • 같은 듯 다른 쓰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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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에서 재귀칭은 ‘자기, 저, 당신’ 등이 있다. 재귀칭(또는 재귀 대명사)이란 문장에서 주어 등의 성분이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쓰이는 대명사를 가리킨다. 가령 “철수는 자기를 아낀다.”에서 ‘자기’는 ‘철수’를 되가리키는 재귀칭으로, 한 문장 안에서 명사 ‘철수’가 되풀이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 한 문장에서 같은 명사(특히 유정 명사)가 반복되는 것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저’와 ‘당신’은 높임의 정도만 다를 뿐 ‘자기’와 기능이 같다. “우리 아이는 늘 저만 위해 달라고 한다.”에서 ‘저’는 아이를 낮추는 뜻이 있고, “할아버지는 당신의 사업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에서 ‘당신’은 할아버지를 높이는 뜻이 있지만, 둘 다 ‘자기’로 바꾸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자기는 낮추지도 높이지도 않는 명칭일 뿐 ‘저, 당신’과 근본적으로 같은 말이다.

 ‘자신’과 ‘자기 자신’도 앞에 나온 말을 도로 가리킨다는 점에서 자기와 다를 바 없다.

㉮ 철수는 자기를/자신을/자기 자신을 아낀다.

 ㉮에서 ‘자기, 자신, 자기 자신’은 모두 철수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같다. 굳이 셋의 차이를 꼬집자면 자연스러움의 정도가 서로 미세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곧 ‘자기 자신’이 가장 혀에 잘 붙고 ‘자신’은 무난하며 ‘자기’는 다소 덜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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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다음의 예에서는 자기와 자신과 자기 자신의 지시 대상이 서로 다를 수 있다.

㉯ 민수는 철수가 자기를 아낀다고 생각한다.
㉰ 민수는 철수가 자신을 아낀다고 생각한다
㉱ 민수는 철수가 자기 자신을 아낀다고 생각한다.

 ㉯의 ‘자기’는 민수를 가리키고 ㉱의 ‘자기 자신’은 철수를 가리키는 데 반해, ㉰의 ‘자신’은 우선적으로 철수를 가리키지만 철수를 가리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 복문 구성에서 자기는 상위 문의 주어를 가리키고, 자신이나 자기 자신은 내포 문의 주어를 가리키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자신은 자기 자신에 비해 가리키는 대상이 다소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자기는 주로 3인칭 주어를 가리킬 뿐, 1인칭과 2인칭 주어를 가리키기는 어렵다. 자기와 달리 자신과 자기 자신은 3인칭 주어는 물론 1, 2인칭 주어를 가리킬 수 있다. (㉲와 ㉳의 경우)

㉲ 나는 자신을/자기 자신을/자기(X)를 사랑한다.
㉳ 너는 자신을/자기 자신을/자기(⧍)를 응원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자기’는 다른 명사와 결합하여 합성어나 구를 이룰 수 있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다. (㉴의 경우)

㉴ 자기 기만/자신(X) 기만, 자기도취/자신((X) 도취, 자기만족/자신(X) 만족, 자기변명/자신 (X) 변명, 자기 자본/자신(X) 자본, 자기 최면/자신(X) 최면

 반면 ‘자신’은 강조적 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자기’는 그럴 수 없다. (㉵와 ㉶의 경우)

㉵ 그 순간 나 자신도/자기(X)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그 문제는 너무 어려워 선생님 자신도/자기(X)도 풀 수가 없었다.

 위 문장의 경우 ‘나도 모르게’, ‘선생님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덧붙여 ‘나 자신도 모르게’, ‘선생님 자신도’로 표현함으로써 좀 더 강조하는 느낌을 나타낼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는 이렇게 쓰일 수 없다.

글: 강은혜

※ 참고 자료

안상순, 『우리말 어감 사전』, 도서출판 유유,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