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제목 다시 보기 
말의 뿌리를 찾아서 
이런 일을 했어요 
문화 들여다보기 
만화로 배우는 우리말 
우리말 다듬기 
우리 시 다시 보기 
일터에서 말하다 
교실 풍경 
국어 관련 소식 
우리말 실력 알아보기 
처음으로 |국립국어원 |구독신청 |수신거부 | 다른 호 보기

카드라위 사미라(튀니지, 상명대)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이상하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았어도 한국말을 잘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한국인의 모습들 중 첫 번째는 밤새도록 쓰러질 때까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다. 1차, 2차, 3차 혹은 사람에 따라서 4차가 넘게까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외국인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매운 음식을 먹거나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뜨거울 텐데 왜 시원하다고 말하는지 도대체 이해 할 수가 없다. 세 번째는 버스 운전기사가 난폭하게 운전하기 때문에 버스를 탈 때는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내 친구는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크게 넘어진 적이 있다. 네 번째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가 나면 어디선가 아줌마들이 나타나서 그 자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드는 것이다. 다섯 번째로 이해하기 힘든 모습은 한국인 커플들은 남자가 여자의 가방을 들어주고 집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데이트 비용은 거의 남자들이 낸다고 한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여섯 번째는 여자들끼리 팔짱을 끼고 다닌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해하기 힘든 모습은 추운 겨울에 여자들은 상의는 두껍고 따뜻하게 입으면서 아주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한국인들의 모습은 하나하나 꼽을 수 없을 만큼 매우 많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한국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 자기 나라의 문화와 비교하면서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 와서 튀니지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집이나 건물들이 여러 가지 색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웠는데 튀니지에는 보통 집들이 하얗고 문과 창문들이 파랗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방’이라는 간판을 보고 저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처음에 많이 궁금했었다. 하지만 그곳이 노래를 부르는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나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튀니지에는 호텔 노래방밖에 없다. 또 지하철을 처음 탔을 때 한국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한국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라고 고민했었지만 요즘은 “너 정말 발이 넓구나!”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을 만큼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 튀니지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웃으면서 인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모습들이 꽤 낯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생각보다 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많이 따뜻하고 친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한 가지 낯설었던 한국 문화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튀니지에서는 숟가락과 포크와 나이프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젓가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맨 처음 젓가락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양손에 하나씩 쥐고 김밥을 힘들게 먹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이상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올바른 젓가락질 사용법에 적응하는 데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요즘에는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국문화에 많이 익숙해졌다.
  튀니지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과 중국의 문화가 같다고 생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들 역시 튀니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 처음 나를 만난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나의 생김새만으로 인도에서 왔다고 추측한다.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대부분 흑인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나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한국이라는 이름이 낯설 정도로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대학교 1학년 때 한국인 교수님으로부터 한국어를 배운 이후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날로 커졌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앞으로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서 더욱 깊이 공부할 계획이다. 한국과 튀니지의 서적들을 서로의 언어로 번역하고 튀니지로 돌아가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 나의 더 큰 꿈은 완벽한 한국어-아랍어 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 공부하려는 아랍권 사람들에게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싶다.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 내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