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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문법과 국어 생활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국어문화 교육(2)
이병규(李炳圭) 국립국어원
  국어문화란 한국인이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고자 수행하는 언어생활 양식, 언어활동 양식, 또 그 수행 결과물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국어문화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보존, 계승해 나가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 있고 개선해야 할 것이 있다. 21세기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와 함께 ‘문화의 시대’, ‘문화 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세계화, 정보화가 진행됨에 따라 급속한 문화 획일화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문화는 머지않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다. 최근의 국어사용 현상을 들여다보면 국어문화 창달과는 거리가 먼 경우들이 있어 걱정스럽다. 앞으로 100년 내에 세계 5000여 종의 언어 중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국어문화 창달은 우리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어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는 명약관화하다.
  국어교육의 목표와 내용은 크게 창의적인 국어사용 기능 신장(고등정신 기능 신장)이라는 지적인 측면과 올바른 국어와 국어문화 창달을 위한 태도 함양이라는 정의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진다. 제7차 교육과정의 국어과의 목표인 “언어활동과 언어와 문학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언어활동의 맥락과 목적과 대상과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국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국어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국어의 발전과 민족의 언어문화 창달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른다.”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지적인 측면과 태도적인 측면 이 둘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올바른 국어사용, 정확한 국어사용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에 맞는 태도나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말글, 남을 설득하는 말글, 일목요연한 보고 글, 문학 작품 등과 같은 세련된 텍스트를 만들어 내는 능력, 즉 창의적인 국어 능력에 한국적인 사고방식, 한국적인 가치들이 포함되어야 비로소 국어문화 창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교 수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국어사용 활동은 업무나 과제 수행과 같은 격식적이고 공적인 상황에서 요구되는 언어활동에 대한 것이다. 국민들의 일상적인 국어생활, 즉 친교 활동, 오락, 취미 활동, 동아리 활동 등과 같은 비격식적이고, 비공식적이며,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언어활동에 대한 교육 내용은 별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청소년들 또래 집단에서 오고가는 말투, 그들이 즐겨 보는 만화의 어투 따위가 거칠고 저속해지고 있으며, 인터넷상에서 언어폭력과 어법 파괴 현상이 갈수록 도를 지나치고 있다. 비격식적인 일상이나 사적인 공간에서의 국어활동은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이나 국어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바른 언어 사용 습관과 태도가 중요하다. 이러한 습관과 태도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져야 하며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쉽게 수긍되어야 내면화할 수 있다. 무조건 ‘틀렸다’, ‘하지 마라’, ‘안 된다’가 아니라 왜 그런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비격식적이고 사적인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언어문화야말로 그 사회나 국가의 고유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민족, 국가, 사회와 차별되는 그 사회만의 문화가 표출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바른 국어사용 상황과 관련된 국어과 교육과정상의 학습 내용은, 초등학교 1학년 국어지식(문법) 영역의 “우리말이 있음을 알고, 우리말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지닌다.”에서부터 10학년(고등학교 1학년) 국어지식 영역의 “문법에 맞게 국어를 사용하려는 태도를 지닌다.”, “국어를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지닌다.”까지 모두 28항목이다. 이것은 제7차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학습 내용의 8%(전체 345 항목) 정도로 매 학기 국어지식(문법) 영역의 학습 내용 가운데 하나 정도 제시되어 있다. 올바른 국어사용 태도 함양과 관련된 이 정도의 학습 내용이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 이러한 내용이 실제 교과서나 수업 활동에서는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더 자세히 조사해 보아야 하겠으나, 최근 들어 올바른 국어문화 형성과 관련한 우려가 매우 높은 것은 분명하다. 문화 전쟁의 시대에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곰곰이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3동 827   ☎ (02) 2669-9721
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