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어휘 이야기
한글 맞춤법의 이해
외래어 표기
국어 순화
발음 이야기
학교문법과 국어 생활
현대시 감상
현장에서
표준 화법
국어 생활 새 소식
당신의 우리말 실력은?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알려드립니다
 현장에서
  문장 부호의 통일이 필요하다
한규희(韓奎熙) 기자(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신문 현장에서 우리말을 다듬는 사람으로서 몇몇 문장 부호와 관련된 표기법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왜냐하면 한글 맞춤법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관행적으로 써 온 표기 방식에 따라 써야만 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이는 언어 현장에서 규정을 정확히 적용하지 않고 있는 담당자들의 책임도 크지만, 우리 어문 규정이 문장 부호의 용법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다.
  문장 부호는 현실적으로 우리 언어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도 현행 어문 규정에선 한글 맞춤법의 부록으로 처리돼 있다. 그만큼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다른 어문 규정과 달리 규정에 대한 해설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말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지침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언어 현장에서 다수의 언중으로부터 무시되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 책 등 모든 출판물에서 이 규정을 지키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렇듯 현실과 괴리돼 있다. 그 모습을 살펴보자.
<규정과 어긋나는 사용 예>
* “시장에 가서 사과·배·복숭아·고추·마늘·파·조기·명태·고등어를 샀다.”처럼 단어를 열거할 때 무조건 가운뎃점(·)으로 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가서 사과·배·복숭아, 고추·마늘·파, 조기·명태·고등어를 샀다.” 와 같이 열거된 여러 단위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가 아닌 부분에서는 반점(,)을 써야 한다.
* “공주-논산, 천안-아산-천원 등 각 지역구에서 2명씩 국회의원을 뽑는다.”처럼 관련이 있는 것을 연결할 때 붙임표(-)를 종종 쓰는데 가운뎃점으로 바꿔야 한다.
*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 작은따옴표(‘ ’)로 이뤄진 문장에서 온점(.)을 작은따옴표 바깥에 찍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규정에서는 작은따옴표 안에 찍어야 한다.
* “나이(年歲)를 많이 먹었다.”에서 사용한 소괄호(( ))는 대괄호([ ])로 바꿔야 한다.
<예시를 통해서 본 규정과 어긋나는 사용 예>
* “여러분! 침착해야 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고 합니다."에서는 작은따옴표 안의 문장 마지막에 온점을 찍어야 하고, 작은따옴표 뒤의 ‘-라고’는 ‘-고’로 고쳐 써야 한다.
*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다”고 하였다. : 큰따옴표(“ ”) 안의 문장 마지막에는 온점을 찍어야 하며, 큰따옴표 뒤의 ‘-고’는 ‘-라고’로 고쳐 써야 한다.
* 줄임표는 여섯 점(······)을 사용하는데 일선 현장에서는 세 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언어 현장에서 쓰고 있는 문장 부호가 규정과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문장 부호에 대한 세세한 규정이 없다 보니 각 사용 집단(신문, 잡지, 출판 등)에서 독특한 원칙을 세워 사용해 온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개정이나 보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해 국립국어원에서는 2002년 11월 ‘문장 부호 세칙안’을 만들고 공청회를 여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움이 많다 하더라도 언중이 언어생활을 할 때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하루빨리 효율적인 규정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3동 827   ☎ (02) 2669-9721
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