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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의 이해
  사전에 없는 말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원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 잡지 등을 보다가 뜻을 잘 모르거나 처음 보는 말을 발견하면 국어사전을 찾는다. 눈에는 익지만 뜻이 불명확해서 사전을 찾는 경우는 대개 사전에서 그 말을 찾을 수가 있다. 그러나 처음 보는 말을 찾으면 사전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러한 경우에 사전에 단어가 누락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전을 찾아서 나오지 않는 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말 그대로 누락된 것이다. 이전부터 많이 써 왔고 지금도 쓰고 있으나 사전 편찬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다. ‘거명(擧名)’이 이러한 말에 속한다. ‘거명되다’, ‘거명하다’는 신문 등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말이나 현재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다. ‘조울증’도 유사한 경우이다. 의학 전문어이기는 하나 일반인들도 흔히 접하고 사용하는 말인데 현재 사전에는 누락되어 있다. 이러한 말들은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사전에 올린다.
  그런데 예전부터 많이 사용했던 말이라고 해서 다 사전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는 기본적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표준어가 표제어로 등재된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쓰는데 사전에 없는 말 중에는 방언이나 비표준어가 상당수 있다. 물론 방언이나 비표준어라도 자주 사용되는 것은 ‘‘○○’의 방언’, ‘‘○○’의 잘못’으로 풀이해서 사전에 올릴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설령 일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라 해도 사전에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사전에 없는 말 중 더 많은 단어는 두 번째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바로 신어(신조어)이다. 사람들이 많이 본 말인데 사전에 없다고 하는 것은 대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신어’는 말 그대로 ‘새로 생긴 말’이다. 즉 이전에는 국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쓰이지 않다가 특정 시기에 새로 만들어지거나 다른 언어로부터 유입되어 사용되는 말이다. 이런 신어 중에는 사회적인 논쟁거리가 될 만큼 광범위하게 많이 쓰이는 말도 있다. 요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웰빙(well-being)’이 바로 이러한 말이다. 현재 ‘웰빙’은 방송, 신문, 잡지, 상품명 등에서 매일같이 만날 수 있을 만큼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 단어는 올라 있지 않다. 앞으로도 이 단어가 국어사전에 오른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 단어가 외국어를 그대로 쓴 것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쓰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말 중에는 이처럼 소위 ‘유행어’라고 해서 일시적인 시기에 주로 특정 연령층이나 집단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다 얼마 가지 않아서 사라지는 말들이 많다. 이러한 단어는 일정 기간 동안 아무리 많이 쓰였다 해도 사전에 오르지 않는다.
  신어를 좀 더 폭넓게 보면 ‘옥탑방’, ‘방울토마토’, ‘제대혈’ 등과 같은 말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옥탑방’은 요즘 부동산과 관련해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말이지만 사전에 없다. 원래 건물 맨 위의 공간을 가리키는 ‘옥탑’이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방’이라는 말을 결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앞서 언급한 ‘웰빙’과 같은 완전한 신어와는 차이가 나며, 이러한 말은 검토하여 사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방울토마토’는 원래는 없던 사물이 새로 생기면서 말도 따라서 생긴 경우이다. 이러한 말은 이 사물을 지칭하는 말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토하여 사전에 오르게 된다. ‘제대혈’은 이미 있던 사물을 가리키는 것이기는 하나 그동안에는 이 사물을 특정하게 가리킬 필요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잘 쓰이지 않다가 최근 의학 분야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면서 많이 쓰이게 된 단어이다. 이 역시 원래 있던 ‘탯줄’을 뜻하는 ‘제대(臍帶)’에 피를 뜻하는 ‘혈(血)’ 자를 결합하여 만든 말로, 이 단어가 의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쓰인다면 의학 전문어로 오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사전에 없는 말이라고 해서 모두 지위가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떠한 말은 바로 사전에 등재되기도 하지만 어떠한 단어는 거의 등재될 가능성이 없기도 하다. 또 어떤 단어는 일정한 검토를 거쳐 사전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사전에 등재되는 보편적인 기준은 같다. 그것은 그 단어가 얼마나 널리, 그리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사용되는가 하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거명’, ‘조울증’, ‘방울토마토’, ‘옥탑방’ 등은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쓰였고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는 말들이다. 따라서 그만큼 사전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제대혈’, ‘웰빙’ 등은 다른 부분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일단 쓰인 기간이 그리 오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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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