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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어의 이해
  동남아시아 언어의 외래어 표기법과 된소리 사용에 관한 문제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원
  지난 연말 말레이인도네시아어와 태국어, 베트남어 등 동남아시아 지역 세 언어의 외래어 표기법이 새로 고시되었다. 새 표기법의 제정으로 그동안 ‘*푸케트, *호치민, *콸라룸푸르’ 등으로 적어 왔던 동남아시아의 지명이 ‘푸껫, 호찌민, 쿠알라룸푸르’ 등 현지 발음에 가깝게 변경되었다.
  ‘푸껫(Phuket)’, ‘빠따니(Pattani)’ 등의 표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된소리 표기와 관련한 질문을 해 왔다. 파열음 표기에 된소리(ㄲ, ㄸ, ㅃ)를 사용하지 않는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이 달라진 것인지, 그래서 이제는 모든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것인지를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된소리는 새로 제정된 태국어와 베트남어 표기에 한정해서 허용된 것으로 다른 언어들의 표기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새 표기법의 제정으로 ‘파리’를 ‘*빠리’로 적거나 ‘오사카’를 ‘*오사까’로 적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된소리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 이유는 표기를 보다 쉽고 간결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말의 자음은 예사소리(ㄱ, ㄷ, ㅂ)와 거센소리(ㅋ, ㅌ, ㅍ), 된소리(ㄲ, ㄸ, ㅃ) 등 세 가지로 구분되지만 대부분의 외국어에는 무성음(k, t, p)과 유성음(g, d, b) 두 가지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는 ‘불’과 ‘풀’과 ‘뿔’이 다 다른 뜻을 가진 말이지만 영어에서는 bin과 pin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두 가지 소리만 구분된다. pin을 ‘핀’과 ‘삔’ 중 어느 것으로 발음하여도 다른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언어에 따라서 영어나 독일어의 무성파열음은 우리말의 거센소리에 가깝게 들리고, 프랑스어나 일본어 같은 언어의 p, t, k는은 우리말의 된소리에 가깝게 들리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언어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외국어의 p, t, k 소리는 거센소리 한 가지로만 적도록 하고 있다. 같은 무성파열음 [p]를 ‘ㅍ’과 ‘ㅃ’ 두 가지로 나누어 적게 되면 해당 언어의 발음에는 보다 가까운 표기가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래어 표기법을 실제로 적용하기가 무척 까다롭게 되는 단점이 있어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태국어와 베트남어는 다른 언어들과 사정이 다르다. 이들 언어에는 우리말처럼 세 가지 소리가 서로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b와 ph, p가 우리말의 ‘ㅂ, ㅍ, ㅃ’처럼 서로 다른 소리라서 ph(ㅍ)를 써야 할 자리에 p(ㅃ)를 쓰게 되면 다른 뜻을 가진 말이 되고 만다. 예를 들어 ‘푸껫’과 ‘푸켓’은 우리말의 ‘정주’와 ‘청주’처럼 완전히 다른 말이 되어 서로 구분해서 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태국어와 베트남어 두 언어에 한정해서 된소리를 쓰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새로 표기법이 제정된 동남아시아 3개 언어 중에서도 태국어와 베트남어 두 언어에만 나타난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는 파열음이 무성음과 유성음 두 가지 구분밖에 없어서 다른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무성음은 거센소리로 유성음은 예사소리로 적도록 하였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의 도시 Palembnag은 ‘*빨렘방’이 아니라 ‘팔렘방’으로 적는다.
  태국어와 베트남어의 p, t, k를 ‘ㅃ, ㄸ, ㄲ’으로 적는 새 표기법이 제정된 후에 태국의 수도 ‘방콕’은 ‘*방꼭’으로 적어야 하는 게 아닌지 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Bangkok은 태국어가 아니라 영어 이름이므로 태국어 표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태국에서는 자신들의 수도를 ‘끄룽텝’(Krungthep)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방콕’은 ‘끄룽텝’의 영어 이름이므로 영어 표기 세칙에 따라 그대로 ‘방콕’으로 적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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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