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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뽀’와 ‘입맞춤’과 ‘키스’
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뽀뽀’는 ‘입맞춤’의 유아어이다. 즉 ‘볼이나 입술 따위에 입을 맞추는 일’을 아기들이 말할 때에나 또는 어른들이 아기들에게 말할 때에 쓰는 말이다. ‘뽀뽀’란 말은 한때 텔레비전에서 ‘뽀뽀뽀 친구’라는 제목을 가진 어린이 프로그램 때문에 ‘뽀뽀뽀’의 세 음절을 가진 단어로도 쓰인 적이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뽀뽀’만 사용되고 있다. ‘뽀뽀’는 이렇게 아기들에게만 사용되던 말이었는데, 이제는 어른들이 ‘키스’라는 외래어를 쓰기 어색한 때에 대신 쓰이기 때문에 유아어에서 벗어나서 성인들의 말로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기들에게나 하던 말이 이제는 어른들끼리도 쓰는 말이 되어 버렸다.
  ‘뛰뛰빵빵’이나 ‘꼬꼬’(닭)와 같은 유아어처럼 ‘뽀뽀’도 의성어일 가능성이 높다. 또 ‘뽀뽀’는 아마도 입 맞출 때의 소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입 맞추는 소리를 ‘쪽’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것은 원래 ‘입으로 빠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입맞춤을 강하게 표현할 때에 쓰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아기들에게 ‘쪽쪽’은 오히려 맛있는 것을 힘차게 빨 때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아기들의 입맞춤 소리는 ‘뽀뽀’가 제격이다. 그래서 ‘뽀뽀’는 입맞춤 소리인 ‘뽀’가 첩어가 되어 ‘뽀뽀’가 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1회용 입맞춤의 소리인 ‘뽀’가 연속적인 입맞춤의 소리인 ‘뽀뽀’로 되면서 하나의 의성어로 자리 잡고 이것이 ‘뽀뽀’란 명사로, 그리고 여기에 ‘하다’가 붙어 ‘뽀뽀하다’란 동사까지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뜻으로 사용되는 ‘뽀뽀’가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이 ‘뽀뽀’란 단어는 1939년에 김유정이 쓴 ‘애기’라는 작품에 처음 등장하는 것 같다.

  오, 우지마, 우리 아가야, 하고 그를 얼싸 않으며 뺨도 문태고 뽀뽀도 하고 할 수 있는, 그런 큰 행복과 아울러 의무를 우리는 흠씬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애기(1939년)>

  이 ‘뽀뽀’가 20세기에 와서야 생겨났다는 사실은 그 이전의 국어사전에 전혀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다. 『국한회어』(1895년), 『한불자전』(1880년), 『한영자전』(1897년) 등에도 전혀 보이지 않고, 1925년에 만들어진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조선어사전』에도 보이지 않는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년), 그리고 심지어 1957년에 완간된 조선어학회의 『큰사전』에도 ‘뽀뽀’란 단어는 올림말에 없다. 이 ‘뽀뽀’란 단어가 처음 보이기 시작하는 사전은 1961년에 편찬된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이다. 이 사전에서는 ‘입맞춤’을 귀엽게 일컫는 말’이라고 하고 ‘소아어’로 처리하였다. 그러니까 ‘뽀뽀’가 사전에 정식으로 올려진 것은 1960년대에 와서의 일인 셈이다. 그 이후의 사전에는 모두 실려 있지만, 유독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는 이 ‘뽀뽀’란 단어가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북한에서는 이 단어가 아직 쓰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른들은 아기들의 ‘뽀뽀’ 대신에 외래어인 ‘키스’(kiss)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단어는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이 ‘키스’란 말은 1922년에 쓰인 나도향의 ‘젊은이의 시절’에 처음 보이고, 이광수의 ‘흙’(1932년), 그리고 심훈의 ‘영원의 미소’(1933년)에도 보인다. 그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숭은 이번 만나서 처음으로 정선의 입을 맞추었다. 정선은 마치 처음으로 이성에게 키스를 당하는 처녀 모양으로 낯을 붉혔다. 그리고 누가 보지나 않는가 하고 사방을 둘러보았다<흙(1932년)>. 군혹이 달리듯 불뚝 내솟은 팔의 근육! 전신이 오그라드는 듯한 굳은 포옹! 그리고 퍼붓듯 하는 뜨거운 키스! 계숙이도 흥분이 되어 연감처럼 빨갛게 익은 얼굴을 수영의 널따란 가슴에 파묻었다. …… 앞마당에서 첫닭이 울었다<영원의 미소(1933년)>.

  그러니 ‘키스’란 말도 이미 1920년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이제는 제법 나이가 든 외래어가 된 셈이다. 이때의 ‘키스’의 대상은 남녀이지만, 입을 맞추는 곳은 꼭 상대방의 입술만은 아니어서 ‘이마’에 입을 맞출 때에도 ‘키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20세기 이전에는 ‘뽀뽀’나 ‘키스’란 단어는 없었을까? 물론 없었다. 그 이전에는 ‘입맞춤’이라고 했다. ‘입 맞추다’란 말은 17세기 말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입 마초다(親) <한불자전(1880년)> 입 마추다(僻, 合) <국한회어(1895년)> 입 마초다(嘴) <역어유해(1690년)> 입 마초다(親嘴) <몽어유해(1768년), 방언유석(1778년), 광재물보(19세기)> 입 맛초다(接吻, to kiss; to touch the lips)<한영자전(1897년)

  19세기 말의 필사본 고소설과 그 이후의 작품에서는 남녀간의 ‘입맞춤’ 표현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의양의 숀질고 말 긔롱도여 보락 긔롱의 아즉 지쳐 셔로고 굴글면셔 궁굴다 입 맛츄기 엽구레도 간지 간지리면 노와 쥬오 쳬면도 읍쇼 간지럽쇼 징그럽쇼 먹넌치 욕두며 희희희희  농치다 <필사본 고소설(19세기)> 이리 와, 입 한 번 맞추자 하는 것은 남자의 소리. 싫소, 그 시골 모내는 계집애 입 맞추던 입에서는 똥거름 냄새가 난다나 하는 것은 여자의 소리<흙(1932년)>.

  19세기 말에 간행된 성경에서는 ‘키스’를 ‘입 맞추다’로 번역하였는데, 이것은 오늘날의 성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키스’를 ‘성애’(性愛)로 인식하였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예수의 제자들이 그 발에 ‘입 맞춘다’고 하지 ‘키스한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유다가 그 압페 여 예수의게 나아와 입맛초니 예수 갈오샤유다야 네 입 맛초무로써 인 파냐 니 <예수셩교전서(1887년)>

  그러나 ‘입 맞추다’의 명사형은 ‘입맞춤’과 ‘입 맞추기’의 두 가지인데, ‘뽀뽀’나 ‘키스’에 대해서는 ‘입맞춤’을 쓰고, ‘입 맞추기’는 소위 ‘더빙’, 즉 ‘화면 인물의 입놀림에 맞추어 대사를 하거나 녹음하는 일’을 말한다. 그리고 ‘키스’ 중에 서양식으로 인사할 때 뺨이나 손등에다가 입술을 대는 것에는 ‘입맞춤’이나 ‘키스’를 쓰지 ‘뽀뽀’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이처럼 ‘입 맞추다’에서 ‘뽀뽀’와 ‘키스’로 분화되어 가면서 각각의 단어들은 제 각각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어서 앞으로 이 단어들도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궁금하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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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