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숨바꼭질'의 어원

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숨바꼭질 할 사람 여기 붙어라.” 하며 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어 놀이 동참자를 부르면 여러 아이들이 그 손가락을 붙드는 것으로 숨바꼭질은 시작된다. 그렇게 참가자가 모이면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만들고, 술래가 두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대문 등의 기둥에 머리를 박은 뒤에, ‘하나’부터 ‘열’까지 여러 번을 센다. 그래서 빨리 세느라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이 ‘하나 둘 세 네 다서 여서 일고 여덜 아호 별’이 된다. 이것이 후에는 음절수가 10인 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바뀌었다. 그동안 옆에서 보는 아이들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술래가 숨은 사람을 찾고 머리를 대고 있던 곳을 손으로 탁 치면서 ‘만세!’(일제 강점기 때에는 뜻도 모르던 ‘야도!’였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 술래에게 들킨 아이가 다시 술래가 된다. 이것이 필자가 어려서 놀던 ‘숨바꼭질’ 놀이의 과정이었다.
  이 놀이가 숨는 것과 연관되기 때문에, ‘숨바꼭질’의 ‘숨’은 ‘숨다’의 어간 ‘숨-’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바꼭’을 ‘박꼭’의 변한 말로 알아서, ‘박’은 ‘박다’의 어간 ‘박-’이기 때문에, ‘숨박’은 ‘숨어 박혀 있다’의 뜻이라거나, ‘꼭’은 ‘곳’[處]의 변한 말이거나 ‘꼭꼭 숨어라’의 ‘꼭’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어떤 사람은 ‘숨바꼭질’은 ‘순바꿈질’에서 온 말인데 그 뜻은 ‘순(巡)을 바꾸어 나가는 놀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순라를 바꾸어 나가는 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숨바꼭질’의 초기 형태가 ‘숨막질’이라고 하는 사실에서는 그 주장의 근거를 잃게 된다. ‘숨바꼭질’이 출현하기 이전의 초기 형태는 ‘숨막질’이었다. 16세기에 처음 등장해서 간혹 19세기까지도 나타나기도 한다.
녀름내 숨막질니(一夏裏藏藏昧昧) <번역박통사>(1517년) 숨막질(迷藏) <일사문고본 물명고>(19세기)
  그런데 16세기의 초간본에 보이던 ‘숨막질’이 17세기의 중간본에는 ‘수뭇져기’로 나타나는데, 이 단어는 ‘숨 + 웃져기’로 분석될 것 같지만, 아직은 해독이 어려운 어형이다.
녀름은 수뭇져기 니라 <박통사언해>(1677년)
  그리고 17세기에 와서는 ‘숨박질’로 나타난다. 이 ‘숨박질’은 19세기까지도 사용되었다.
숨박질(迷藏) <어록해>(1657년) 숨박질(迷藏) <物譜>(19세기) 숨박질(迷藏) <다산물명고>(19세기) 숨박질(迷藏) <진동혁 교수소장본 물명고>(19세기) 숨박질(迷藏) <재물보>(19세기) 숨박질(迷藏) <만송문고본 물명고>(19세기) 숨박질<국한회어>(1895년)
  그러다가 19세기에 와서 ‘숨박금질’ ‘숨박곡질’ ‘슘박질’ 등으로 출현한다.
숨박금질 <물명괄(19세기) 숨박금질(迷藏) <진동혁 소장 물명류>(19세기) 숨박곡질(迷藏) <광재물보>(19세기) 슘박질다(匿戱) <한불자전(1880년)>
  따라서 ‘숨바꼭질’은 ‘숨막질’에서 출발하여 ‘수뭇져기’를 거쳐 ‘숨박질, 숨박금질(슘박질), 숨박곡질’ 등의 세 가지 어형을 거쳐, 19세기에는 모두 다섯 가지 형태가 등장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숨막질’과 ‘수뭇져기’와 ‘숨박질’과 ‘숨박질’과 ‘숨바꼭질’은 서로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각각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말일까?
  우선 ‘숨막질’을 보자. ‘숨막질’ 등의 ‘-질’이야 되풀이되는 동작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접미사임에는 틀림없지만, ‘숨막’은 무엇일까? ‘숨막’의 ‘숨’은 과연 ‘숨다’의 어간 ‘숨-’일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원래 ‘숨막질’이 ‘자맥질’을 뜻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즉 물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행동이 ‘숨막질’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숨막질’과 동일한 의미인 ‘숨박질’의 한자풀이에서 알 수 있다.
숨박질(潛) <광재물보>(19세기) 숨박딜(潛) <유희 물명고>(19세기)
  ‘숨박질’은 ‘잠’(潛), 곧 물 속으로 자맥질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마찬가지로 ‘숨박금질’(숨박질 등)도 원래는 ‘자맥질’을 뜻하였다. ‘숨박질’은 ‘숨 + 박- + -ㅁ + -질’로 분석되는데, ‘박-’는 ‘바꾸다’의 뜻이며, 그래서 ‘숨’은 역시 ‘숨다’의 어간이 아니라 ‘숨쉬다’의 ‘숨’이다. 그래서 ‘숨바꼭질’은 그 의미가 ‘숨쉬는 것을 바꾸는 일’을 의미한다. 현대 국어에서도 헤엄칠 때에 숨을 바꾸어 쉬고 물 속으로 숨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숨바꼭질’의 뜻풀이에 “헤엄칠 때에 물속으로 숨는 짓”이 등재되어 있는 이유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며, 또한 방언형인 ‘숨바꼭질군’이 ‘잠수부’를 의미하는 단어로 남아 있는 것도 그러한 증거다. 그래서 ‘숨바꼭질’은 원래는 물 속에서 ‘술래찾기’를 하는 어린이 유희로서 존재했었는데, 이것이 지상에서는 오늘날의 ‘숨바꼭질’의 유희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물숨박질(潛)’(광재물보, 19세기)과 같은 용례까지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숨막질’의 ‘막’과 ‘숨박질’의 ‘박’은 무엇이며, ‘숨바꿈질’이 왜 ‘숨바꼭질’에서처럼 ‘꿈’이 ‘꼭’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숨막’의 ‘막’은 ‘막다’의 어간인 ‘막-’이 아니다. ‘숨막질’의 ‘숨막’을 ‘숨(을) 막다’에 해당하는 ‘숨막-’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접미사 ‘-질’은 그 앞에 ‘가위질, 계집질, 낚시질, 뒷걸음질’처럼 명사가 올 뿐, 동사의 어간은 통합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은 가능하지 않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숨질> 숨막질> 숨박질’에서 찾을 수 있다. ‘숨질’이란 조어법이 가능해서 ‘한숨질’(졍신이 아득 한숨질 눈물 졔워 경경오열야 <춘향전>)과 같은 표현이 가능한데, 이러한 ‘숨질’에 ‘-막-’과 ‘-박-’이 통합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명사와 ‘-질’ 사이에 ‘-막-’이나 ‘-박-’의 형태가 들어가는 예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뜀질’에 대해 ‘뜀박질’이 있으며, ‘다름질’(‘닫다’의 명사형 ‘다름’ + ‘-질’)에 대해 ‘다름박질’이 있으며 또한 ‘드레질’에 대해 ‘드레박질’이 있다. 그리고 ‘근두질, 근두막질, 근두박질’ 등의 용례는 흔한 예이다.
근두질다 <역어유해>(1690년) 군두막질(翻金) <일사문고본 물명고>(19세기) 근두박질(翻金) <다산물명고>(19세기) 근두박질(筋斗) <광재물보>(19세기) <물명괄>(19세기)
  이와 같은 ‘막’과 ‘박’의 ㄱ 에 유추되어 ‘숨박굼질’이 ‘숨바꼭질’로 변화한 것이다.
  16세기에 ‘숨막질’이, 그리고 17세기에는 ‘숨박질’이 등장하여 쓰이다가 19세기에 와서 이들을 대치하는 ‘숨박굼질’이 나타났는데, 특히 이 ‘숨박굼질’은 ‘숨바꿈질’의 의미였다. 수중에서의 어린이들 놀이가 육지에서의 놀이로 바뀌면서 오늘날의 의미로 변화한 것이다. 오늘날 아파트 숲에서 ‘숨바꼭질’ 놀이가 사라지면서, 이제는 어린이들에게 ‘숨바꼭질’은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여지도 없어진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