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대들보'는 집과 지붕을 떠받치는 '큰 보'이다. 대들보는 작은 보에서 전달되는 무게를 받기 위해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것이어서, 이것이 없으면 집이 무너져 버릴 것이다. 그래서 대들보는 '우리 집안의 대들보' 등에서 보는 것처럼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에도 사용된다.
훈민정음이 창제되던 당시인 15세기에는 '대들보'나 '들보'란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대들보'를 뜻하는 단어로 단지 '보'만이 보인다. '보'는 음절 말에 ᄒ을 가지고 있는
'봏'로 쓰이었는데, '보' 자체로서 '대들보'의 뜻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보'에 대응되는 한문 원문으로 알 수 있다. <두시언해(1481년) 9권>에 "뫼헷 이 헌옷 닙고 뎘 와 보히 믈어뎨쇼
니다"라는 예문이 보이는데, 그 한문 원문은 "山僧衣藍縷告訴棟梁"이다. 이때 '와 보'(마루와 보)는 한자어 '동량(棟梁)'에 해당한다. 이때의 '량(梁)'은 '대들보'를 뜻한다. '보'는 고유어로서 그 자체의 어원은 아직 알 수 없다. '보'의 예문 몇 개를 보이도록 한다.
이 '보'에 '들다〔擧〕'의 어간 '들-'이 연결되어 '들보'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16세기 후반부터 보이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이 '들보'는 '보'나 '들ᄉ보'로도 표기된다.
그러다가 18세기에 '대들보'가 생겨났는데, 이것은 '들보'에 '대(大)'가 붙은 것이다. 즉 '들보'에 의미를 부가하여 '큰 들보'란 뜻을 가진 단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처음에 '대들보'가 나타나는 문헌은 <해동가요(일석본)(18세기)>로서 사설시조의 앞머리에 '엇던 남근 八字 有福야 大明殿 大들보 되고'가 보인다. 여기에 '대들보'의 '대'를 '大'로 표기한 예가 보여서 '대들보'의 '대'가 '大'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대보름, 대광대' 등 접사로서 '대'가 붙은 단어는 매우 흔하다. '대'는 ''로도 표기되었다. 이제 그 예문들을 제시한다.
특히 19세기의 문헌에는 '대들보'와 '들보'가 동시에 출현하여서, 이 시기에 이 두 단어가 같이 사용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김원전(19세기)>에 보이는 예문, "머리 업 등신이 일나며 들보 바드니 들뵈 부러지지라"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대들보'를 받았더니, '들보'가 부러졌다는 표현은 그 두 단어가 같은 뜻을 가졌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대개 '대들보'는 '들보'에 비해 '크다'는 의미를 부가하여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대들보'는 역사적으로 처음에 '보'로 쓰이다가 여기에 '들-'이 붙어 '들보'가 되고, 이 '들보'에 다시 '대'가 붙어 '대들보'로 쓰이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보', '들보', '대들보' 이 세 단어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