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보자기'의 어원

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물건을 싸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네모지게 만든 작은 천'을 '보자기'라고 한다. '보자기'의 '보'를, '책보'의 '보'와 같은 것으로 해석한다면, '보자기'는 '보'와 '자기'로 분석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자기'는 '보 + 자기'보다는 '보 + 자 + 기'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해서 '보자기'가 처음부터 '보'에 '자'와 '기'가 한꺼번에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란 뜻은 아니다. '보자기'는 '보 > 보 > 보 기 > 보자기'의 단계를 거쳐서 생성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보자기'란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19세기 말이다. 처음에 '보 기', '보작이'로 출현한다.

보작이( 子) <국한회어(1895년)> 보 기( 子) <한영자전(1897년)>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두 문헌에 '보자기'와 동일한 의미로 '보자'나 '보 '가 동시에 등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자 보( ) <국한회어(1895년)> 보 ( 子) <한영자전(1897년)>

이러한 현상은 20세기 초의 사전, 예컨대 조선총독부 편찬의 『조선어사전』(1920년)과 문세영 선생의 『조선어사전』(1938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보자기'와 '보자'가 동시에 실려 있고, '보자기'를 '보자'와 같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것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가 '보 '(또는 '보자')가 '보자기'로 변화하던 시기임을 말해 준다. 20세기에 와서는 주로 '보자기'나 '보재기'의 형태로 보인다.

수영은 노닥노닥 기운 베 보자기를 끌어보았다. <영원의 미소(1933년)> 그는 밥 보재기로 어깨에 흐른 국 국물을 닦는다. <상록수(1935년)>

그렇다면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보자기'를 무엇이라고 했을까? 15세기에는 '보자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 '보자기'와 같은 뜻을 가진 '보'가 보일 뿐이다. '보'는 소위 ᄒ종성 체언이어서 말음에 ᄒ을 가지고 있었다.

진 고기와 보 과 젓과 가져다가 대롱 온 녀코 밀로 이플 막고 옷 보 로 리여 드리더라 <내훈언해(1475년)> 밧고로 진 고기와 보육과 젓과 어드라 야 대통 가온 녀허 밀로 막고 보호로 드리더라<번역소학(1517년)> 내 衣裳과 니블 보흘 다 텨시니 기 내 올흔 곳이 업세라 <박통사언해(1677년)>

이 '보'는 한자 '보(褓)'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자 자석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褓 보 보 <識字初程(19세기 말)> 褓 보자기 보 <音韻捷考(19세기 말)>

이 '보(褓)'는 이에 연유되어 '물건을 싸거나 씌우기 위하여 네모지게 만든 천'을 일컫는 말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비유되어 '가위 바위 보'의 '보'가 여기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보'를 내미는 것을 '보자기'를 냈다고도 하는 것이 그러한 사실을 증명해 준다.
    이 '보'는 상당히 많은 단어를 만들어냈다. '괴나리 봇짐'의 '봇짐'(보짐 褓擔 <한불자전(1880년)>), '보쌈김치'의 '보쌈'(보쌈 褓 <한불자전>), '단봇짐을 쌌다네'의 '단봇'(單褓) 등이 모두 '보'와 연관된다. '보따리'의 '보'나, '보퉁이'의 '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해석된다. '보부상(褓負商)'의 '보'도 같은 것이다(보상 褓商 <국한회어>).
    이 '보(褓)'는 한자어이어서 여기에 한자 접미사인 ' (子)'가 붙게 되어 '보 '가 발생하게 된다. 한자에 접미사 '子'가 붙은 경우는 그 예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鍾子 죵 <역어유해(1690년)> 쥬젼 酒煎子 <왜어유해(18세기)>

이 '보 '는 18세기부터 19세기 말까지 쓰이었다.

믄득 상 열고 몃벌 쥬단치마와 오 ( 子)와 몃가지 금쥬 믈을 여 아오로 보 의 고 <진쥬탑(18세기)> 안칠 졔 테에 보 을 펴고 소 줄노 례로 버려 노코 <규합총서(1869년)>

그런데 이 '보 '에 다시 명사형 접미사 '-기'가 붙게 된다. 그래서 '보 기'가 등장하게 되고 이것이 오늘날의 '보자기'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접미사 '-기'가 붙은 예는 '막대기, 보시기'등에 보인다. '막다히'가 '막대'가 된 뒤에 여기에 다시 '막대기'가 되었고, 오늘날 '보시기'를 뜻하는 '보 '가 한편으로는 '보 ', '보오'로도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방언형에서 '보시'가 발생하여(경남, 경부, 제주 지역 등), 여기에 접미사 '-기'가 붙어 '보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자기'는 '보(褓) > 褓+子(보 ) > 보 + 기(보 기) > 보자기'의 단계를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