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이렇게 해도 돼?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되다'는 그 어미와 결합하는 모양에 따라 '되' 혹은 '돼'로 그 모양이 변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도 되."와 "이렇게 해도 돼." 가운데 어떤 것이 옳은 표기일까? 지금부터 '되다'의 활용형을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1) ㄱ. 내 꿈은 배우가 는 것입니다.(← 되- + -는)
ㄴ. 수 있으면 여행을 많이 해라.(← 되- + -ㄹ)
ㄷ. 어머니께서는 훌륭한 사람이 라고 말씀하셨어.(← 되- + -(으)라고)
ㄹ. 고생이 더라도 꾹 참고 견뎌야 한다.(← 되- + -더라도)
ㅁ. 값이 얼마나 지요?(← 되- + -지 + 요)
(2) ㄱ. 9시까지는 작업을 마쳐야 .(← 되- + -어)
ㄴ. 12시가 도 도착하기는 힘들겠어.(← 되- + -어도)
ㄷ. 일이 아주 어렵게 어.(← 되- + -었- + -어)
ㄹ.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라.(← 되- + -어라)
ㅁ. 이렇게 해도 요?(← 되- + -어 + 요)

(1)의 예들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나 매개 모음 '으'를 가진 어미가 '되다'에 결합한 것이다. 이에 비하여 (2)의 예들은 어미 '-어', '-었-' 등이 '되다'에 결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의 예와 같이 '되다'에 '-어', '-었-'이 연결되어 줄어들 적에는 '돼', '됐-'과 같이 쓸 수 있다.('한글 맞춤법'제 35항 참조)거꾸로 말하면 '돼', '됐-'은 '되어', '되었-'의 준말인 것이다. 그러므로 '되다'가 쓰인 자리에 어미 '-어'를 삽입해서 문장이 성립하지 않으면 '되'로, 성립하면 '되어(돼), 되었-(됐-)'로 써야 한다. '돼', '됐-'은 물론 줄기 전의 형태인 '되어', '되었-'으로도 쓸 수 있다.

(3) 되는(*되- + -어는), 될(*되- + -얼), 되라고(*되- + -어라고), 되더라도(*되- + -어더라도), 되지요(*되- + -어지요)
(4) 돼(되- + -어), 돼도(되- + -어도), 됐어(되- + -었- + -어), 돼라(되- + -어라), 돼요(되- + -어 + 요)

그런데 (2ㄱ)의 "... 마쳐야 돼."처럼 문장의 맨 끝에 쓰이는 '돼'는 '되어'로 쓰거나 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때의 '돼'를 '되어'의 준말로 인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다음의 예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5) ㄱ. 철수(가) 밥(을) 먹었어(먹-었어)./ 어머니(의) 심부름(을) 다 했니(하-였니)?
ㄴ. 저기 좀 봐(보-아)./ 이리 와(오-아)./ 나 저기 앉혀 줘(주-어)./ 편지 좀 써(쓰-어).
ㄷ. 그 공 이리 차(차-아)./ 거기 서(서-어)./ 이불 개(개-어).

(5)에서 볼 수 있듯이, 국어에서는 조사는 생략해도 되지만 어미는 하나라도 생략하면 원래의 의미에서 멀어지거나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 (5ㄱ)에서 조사인 '가, 을, 의' 등은 생략해도 문장이 성립하지만 어미인 '-었- + -어', '-였- + -니' 등은 하나라도 생략하면 의미가 달라지거나 잘못된 문장이 되는 것이다. (5ㄴ)에서도 명령형 어미인 '-아/어'를 생략하면 비문이 된다. (5ㄷ)의 '차, 서, 개' 등은 외관상 어미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차- + -아', '서- + -어', '개- + -어' 등이 줄어든 것이다.

(5′)ㄱ. *철수 밥 먹었-./ *어머니 심부름 다 하/했-.
ㄴ. *저기 좀 보-./ *이리 오-. / *나 저기 앉혀 주-. / *편지 좀 쓰-.
ㄷ. *그 공 이리 차-./ *거기 서-./ *이불 개-.

그럼, 국어의 모든 용언은 어미가 있어야 문장에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다시 (2ㄱ)을 살펴보자.

(6) 9시까지는 작업을 마쳐야 .

이제 우리는 이 문장이 "... 마쳐야 되-."와 같이 어간 형태만으로 끝날 수는 없고 '되-' 뒤에 어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위 (6) 예문에 필요한 어미는 종결 어미 '-어/아'이고 어간 '되-'는 음성 모음이므로 '되- + -어'로 끝나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되어'가 줄어들어 '돼'가 되는 것이다.
    한편, '되다'와 같은 활용을 보이는 것으로 '괴다, 뵈다, 쇠다, 쐬다' 등이 있다.

(7) ㄱ. 괴어/괘, 괴었다/괬다 ㄷ. 쇠어/쇄, 쇠었다/쇘다
ㄴ. 뵈어/봬, 뵈었다/뵀다 ㄹ. 쐬어/쐐, 쐬었다/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