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오용 사례

신청인이 접수하는 세상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입학 철이자 취업 철이다. 진학하거나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쁜 계절이다. 언론사에서도 입학이나 취업에 관련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보도된 내용의 일부를 보자.

(1) 주요 대학들의 2002학년도 정시 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 11일 각 대학 접수 창구에는 일부 소신 지원자만이 원수를 접수해 대체로 한산했다. <○○일보 2001년 12월 12일 30면>
(2) 대졸 미취업자 IT 과정의 경우 하루 평균 20여 명이 문의를 하고 10여 명 안팎이 접수 한다. <○○신문 2001년 12월 10일 9면>

이러한 보도를 대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두 번 갸우뚱하게 된다. 우선 이를 보도한 이가 '접수하다'라는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용했는지, 그다음 '접수하다'를 정확히 쓴 것이라면 정말 신청인이 접수처에 가서 접수해야 하는지 궁금해서다.
    '접수(接受)하다'란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다." 또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다."이다. 그러기에 접수하는 쪽에서 접수 마감 일시를 정하고, 접수한 순서대로 접수 번호도 매기는 게 아닌가. 정해진 서류를 들고 와 접수 창구나 접수대에 들이미는 사람, 또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사람은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제출하거나/내거나, 접수시키는' 것이다. 내용에서 나타난 정황으로 보건대 (1)은 '제출하여/내어', '접수시켜'로, (2)는 '신청한다'로 각각 고쳐야 할 것이다.
    입학이나 취업 관련 보도 외에도 '접수하다'를 '제출하다/내다'·'신청하다'·'접수시키다'와 동일시하여 쓴 예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3) (이 대회에) 마감 직전인 11일 오후엔 시간당 1,000명이 접수하는 열기를 보여 줬다. <○○일보 2001년 12월 13일 45면>
(4) 현재 피해자 협회 가입 회원은 1만 7,000명. 한국 경찰이나 중국 공안청에 신고를 접수한 사람들이다. <○○일보 2001년 12월 12일 45면>
(5) 국가 인권위 출범과 함께 이 씨처럼 자신이 당한 차별과 인권 침해를 호소하기 위해 진정을 접수한 사람들이 쇄도했습니다. <○○일보 2001년 11월 27일 31면>

(3)은 '신청하는', '접수시키는'으로, (4)는 '신고한' 또는 '신청서를 제출한/낸'으로, (5)는 '진정서를 제출하려는/내려는'으로 고쳐야 실제와 부합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젠 '접수하다'와 '제출하다/내다', '신청하다'를 반듯하게 제대로 가려 쓰는가의 여부가 그 기관의 공신력을 가늠하는 한 잣대가 될 것 같다. 다음은 '접수하다'를 정확히 쓴 예다.

(6) (여행사에서는) 매회 80명만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일보 2001년 12월 13일 51면>
(7)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건소장 승진에서 탈락된 뒤, 이를 인권 침해라며 국가 인권 위원 회에 '진정서 1호'로 접수시켜 화제를 모았던 의사 이희원(39) 씨가.... <○○일보 2001년 12월 2일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