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의 이해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2)


이정미(李正美) / 전 국립국어연구원 사전편찬원

지난 호에서는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살펴보았다. 이에 따르면 연결 어미 ‘-아/어’로 연결된 본용언과 보조 용언은 띄어 쓰되 붙여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보조 용언 가운데 본용언과 주로 붙여 쓰는 것이 있다. 보조 용언 ‘지다’가 그것이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아/어’로 연결된 ‘하다’ 역시 대체로 붙여 쓰는 경향이 있어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아/어’로 연결된 ‘지다’는 동사와 두루 결합하여 ‘피동’을 나타내는 보조 용언이다. 타동사는 물론, 파생 사동사, 자동사 등과도 결합한다. 또한 대부분의 형용사와 결합하여 동사를 이루기도 한다. 이와 같이 별 제약 없이 대부분의 용언과 두루 결합하는 특성 때문에 ‘-아/어지다’는 마치 하나의 문법 요소처럼 인식된다. 따라서 본용언과 붙여 쓰는 것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으며, 학교 문법에서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어 지다’로 띄어 쓰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다만, ‘-아/어지다’로 붙여 쓰는 것이 더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이 {믿어지지(○)/믿어 지지(○)} 않는다.
이 비누는 쉽게 {닳아지는(○)/닳아 지는(○)} 편이다.
우리 집 앞 길이 도로 확장 공사로 {넓어졌다(○)/넓어 졌다(○)}.

‘-아/어’로 연결되는 ‘하다’ 역시 선행 용언과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모두 붙여 쓰고 있다. ‘-아/어하다’는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기쁘다, 슬프다, 언짢다, 귀찮다……)와 두루 결합하여 동사를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부류의 말들은 합성어를 이루는 것과 이루지 못하는 것의 경계를 짓기가 쉽지 않다. 양자를 문법적, 의미적으로 구분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으며, 설령 있다 해도 일관되지 않고 직관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띄어쓰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이러한 부류의 말을 모두 합성어로 처리할 수도 없으므로 아예 모두 붙여 쓰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아/어 하다’로 띄어 쓰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다만 ‘-아/어하다’로 붙여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들을 {미더워한다(○)/미더워 한다(○)}.
그녀는 딸을 {예뻐했다(○)/예뻐 했다(○)}.

※ 그 사람은 바다를 {좋아한다(○)/좋아 한다(×)}. (합성어)

한편, ‘-아/어하다’는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구와도 결합한다. 이런 경우에 ‘하다’는 붙여 쓸 수 없고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아이가 달리기를 {자신 없어 한다(○)/자신 없어한다(×)}.
그는 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마시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