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북한 고위층을 통해 본 북한 말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2000년 6월 12일∼15일에 걸쳐 평양에서 남쪽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이 있었다. 그리고 정상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그 후속 조치로서 남북한 장관급 회담이 7월 29일∼31일에 걸쳐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8월 5일∼12일에는 남쪽의 언론사 대표들이 평양을 방문하였다. 또, 8월 15일∼18일에는 서울과 평양에서 역사적인 이산 가족 상봉이 이어졌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민족어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에는 만남보다 더 좋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의 정상 회담에서 북쪽의 김 위원장은 13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정상 회담이 시작되기 바로 전 우리 김 대통령을 찾아와 “오늘 아침부터 너무 ‘긴장하지’ 않습니까?” 하고 인사하였다. 이는 일정이 너무 바듯하여 힘들지 않으냐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또 ‘식반찬’이 어떠했느냐고 김 대통령에게 물었는데 이는 대체로 음식이 입에 맞았는가를 물은 것이다. 음식으로는 ‘온반’과 ‘륙륙 날개탕’이라는 것이 알려졌는데 온반은 여러 가지를 곁들인 밥에 고기 국물을 부은 것이고 륙륙 날개탕은 메추리 고기로 만든 탕의 일종으로 6월 13일이 아닌 12일에 정상 회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북한은 우리보다 ‘-적’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7월 30일 오전 장관급 회담에서 북쪽의 전금진 단장은 두 주연 배우가 잘해야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듯이 남북의 두 대표가 잘해 보자는 뜻으로 우리 측 대표에게 “배우적으로 해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7월 31일 청와대를 방문한 전 단장은 “대통령께서 평양에 오셔서 상봉과 회담을 하신 것은 ‘민족의 중대한 사변’이었다.”고 인사한 뒤, 8월 말에 평양에서 열릴 제2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잘되도록 도와 달라는 김 대통령의 말에 “이런 일을 (김정일) 장군님께 ‘책임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사변’은 잘 아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전 단장은 젊은 ‘대화 일군’ 양태현[량태현] 내각과장을 가리키며 “386세대 젊은 분들이 (회담에) 끼워 넣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386세대’라는 말을 북한에서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8월 15일 이산 가족 서울 만남에서 월북 화학자 고 이승기[리승기] 박사의 부인 황의분 씨가 남쪽의 올케와 조카들을 만나고 있었다. 한 방송사 아나운서가 “남쪽에 와서 최고의 스타가 되셨네요. 어떠세요?” 하고 말을 건넸다. 그러나 황 씨는 ‘스타’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에서는 이번 여러 가지 접촉에서 우리 대표들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가까운 장래에 저들과 만나서 이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