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의 어문 규범

‘좇다’와 ‘쫓다’의 구분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아버지의 뜻을 쫓아서 가업을 잇게 되었습니다.”는 좋은 문장일까? 흔히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지만 이 말은 ‘좇다’와 ‘쫓다’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좇다’와 ‘쫓다’가 혼동되는 데에는 사전에서 이 둘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던 것에도 이유가 있다.
    “큰사전(1957)”을 보면 ‘좇다’는 “남의 뜻을 따라서 그대로 하다.”로, ‘쫓다’는 “있는 자리에서 빨리 떠나도록 몰다.”와 “급한 걸음으로 뒤를 따르다.”로 되어 있다. 뜻을 따르는 것은 ‘좇다’이고 직접 발걸음을 떼서 따라가는 것은 ‘쫓다’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된 까닭인지 “큰사전”에서 분명했던 구분이 그 이후의 사전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좇다’에 ‘남의 뜻을 따르다’는 뜻 외에 ‘뒤를 따라가다’라는 뜻까지 올리거나 ‘뒤를 따르다’라고만 뜻풀이하고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 ‘좇다’와 ‘쫓다’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좇아가다/쫓아가다’와 ‘좇아오다/쫓아오다’를 예로 들면 “아이가 친구를 좇아간다.”인지 “아이가 친구를 쫓아간다.”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둘 다 인정한 경우에도 동의어인지 아닌지가 분명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병아리가 어미 닭을 좇아온다.”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 ‘좇다’와 ‘쫓다’를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은 데서 생긴 문제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좇다’와 ‘쫓다’를 구분하는 기준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혼란이 없도록 하고 있다. 그 기준은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공간의 이동이 있을 경우는 ‘쫓다’로, 공간의 이동이 없을 때는 ‘좇다’로 처리한다. 가령 ‘그윽한 눈길로 그 사람의 시선을 좇았다’는 ‘이동’은 있지만 직접 발걸음을 떼서 옮기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므로 ‘좇다’가 된다. ‘좇다’와 ‘쫓다’가 쓰이는 예들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1) ‘좇다’의 예

① 돈과 명예를 좇는 사람.
② 부모님의 의견을 좇아 법대에 진학했다.
③ 이 일은 관례를 좇아 처리하자.
④ 스승의 학설을 좇다.
⑤ 시선은 서편 하늘로 멀어지는 까마귀 떼를 좇고 있었다.
⑥ 선구자의 뜻을 좇아가다.
⑦ 나의 길을 좇아오는 추종자들.
⑧ 아버님의 뜻을 좇자와 제가 가업을 잇겠습니다.



    (2) ‘쫓다’의 예

① 사냥꾼이 노루를 쫓았다.
② 숙제를 하자마자 친구들이 있는 놀이터로 쫓아갔다.
③ 강아지가 고양이를 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