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

'서비스 센터'인가, '써비스 쎈터'인가?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연구원

집안에서 사용하는 가전 제품에 이상이 있을 때는 ‘서비스 센터’에 연락하여 수리를 한다. 요즘에는 가전 제품 회사의 서비스가 좋아져서 전화로 신고만 하면 그 날로 기술자가 집으로 찾아와, 고장난 물건을 고쳐 주고 간다. 며칠 전에도 비디오가 고장이 나서 애프터서비스를 받았다. 기술자가 돌아가고 난 후, 우연히 그가 두고 간 명함을 보니 ‘서비스는 ○○가 최고입니다. ○○전자 서비스 센터’라고 씌어 있었다. 그때 갑자기 큰길가에 있는 자동차 정비소의 간판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분명히 ‘△△자동차 써비스’라고 씌어 있었다. ‘서비스’와 ‘써비스’, 어느 것이 맞는 걸까?



‘서비스’와 ‘센터’로 적어야

이 말은 영어의 service에서 온 말로, 발음은 [s :vis]이다. ‘외래어 표기법’의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르면 [s]는 모음 앞에서는 ‘ㅅ’,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스’로 옮기도록 되어 있으므로 [s :vis]는 ‘써비스’가 아니라 ‘서비스’가 된다. ‘서비스’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쎈터, 써클, 씨네마’로 적는 center[sent ], circle[s :kl], cinema[sin m ]도 ‘센터, 서클, 시네마’로 적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발음하는 것을 들어 보면 ‘써비스, 쎈터, 써클, 씨네마’가 보통이고, ‘서비스’, ‘센터, 서클, 시네마’로 발음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써비스, 쎈터, 써클, 씨네마’로 적는 것이 옳지 않을까?


[s]는 모음 앞에서는 ‘ㅅ’,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스’로

service, center, circle, cinema와 같이 모음 앞에 있는 [s]는 우리말에서 ‘ㅆ’으로 소리나는 경우가 많지만, 자음 앞이나 어말의 [s]는 대개 ‘스’로 소리난다. 예를 들어 style[stail], skate[skeit], sweater[swet ] 등은 모두 우리말에서 ‘스타일, 스케이트, 스웨터’로 소리나지, ‘쓰타일, 쓰케이트, 쓰웨터’로 소리나지는 않는다. 그러면 자음 앞이나 어말의 [s]는 ‘스’로 적고, 모음 앞의 [s]는 ‘ㅆ’에 대응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하면 [s :vis]의 같은 [s] 소리를 앞에서는 ‘ㅆ’으로 적고, 뒤에서는 ‘ㅅ’으로 적게 되어,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는다.”는 외래어 표기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 기본 원칙에 어긋나게 되더라도 모든 경우에 발음이 그렇게 되어 우리의 언어 현실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면, [s]의 표기를 예외적인 조항으로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음 앞의 [s]가 모두 다 ‘ㅆ’으로 소리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syrup[sir p], cider[said ], soda[soud ] 등의 발음은 항상 ‘시럽, 사이다, 소다’로, 단어 첫머리의 모음 앞 [s]가 ‘ㅆ’이 아니라 ‘ㅅ’으로 소리난다. 또한 missile[misail], gasoline[gæsolin] 등도 [s]가 모음 사이에 있지만 항상 ‘ㅅ’으로만 소리난다. 만약 모음 앞의 [s]를 모두 ‘ㅆ’으로 적도록 한다면 이런 단어들도 모두 ‘씨럽, 싸이다, 미싸일’ 등으로 적힐텐데, 이것도 실제 발음과 너무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외래어의 [s] 소리는 우리말에서 언제나 ‘ㅅ’으로 옮기게 되며, service center는 ‘서비스 센터’로 적어야 옳다.


발음상의 혼란이 있을 경우에는 표기상의 혼란을 없애야

다만 ‘서비스 센터’로 적음에 따라, 표기대로 발음하는 사람들과 ‘써비스 쎈터’로 발음하는 사람들 사이에 발음이 차이가 나 혼란이 생겨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음상의 혼란을 막기보다는 표기상의 혼란을 없애는 것이 더 큰 문제이므로 [s]는 모음 앞에서는 ‘ㅅ’,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스’로 적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