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뽀록나다’와 ‘비까번쩍하다’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 가운데 언뜻 보아서 그 말이 고유어인지 아니면 외래어인지 혼돈을 일으키는 예들이 있다. 외국어나 외래어가 말의 한 부분으로 쓰이면서 그 구조가 고유어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하다, 프레시하다, 보이시하다: 패스하다: 커트되다’나 ‘시골틱하다, 유아틱하다’ 등이 그 예들이다. 전자는 영어의 형용사나 동사에 국어의 접미사 ‘-하다’나 ‘-되다’가 결합한 말이고 후자는 국어 명사에 영어에서 명사를 형용사로 만드는 ‘-틱(-tic)’이라는 접미사가 결합한 말이다. 이 예들은 그 말이 고유어인지 아닌지를 알기가 그래도 쉽다고 할 수 있으나 오래 전에 국어에 유입된 말들은 깊은 통찰이 없이는 그 구조를 알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서는 이와 같이 외국어가 고유어와 결합하여 쓰인 말들 가운데 그 외국어가 일본어로 알려진 말들인 ‘뽀록나다’와 ‘비까번쩍하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뽀록나다[←ぼろ(襤褸)--] → 드러나다, 들통나다

국어에서 ‘뽀록나다’는 속어로서 ‘들통나다’의 의미로 쓰인다. 이 말은 언뜻 보기엔 ‘뽀록’이라는 명사와 ‘나다’라는 동사가 결합한 고유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뽀록’은 일본어 ‘보로’에서 온 말이다. 일본어에서 ‘보로[ぼろ(襤褸)]’는 기본적으로 ‘넝마, 누더기’의 의미이나 파생적으로 ‘허술한 데, 결점’의 의미로도 쓰인다. 그래서 ‘ぼろを だ(出)す’라 하면 ‘결점을 드러내다, 실패하다’의 의미로, ‘ぼろを かく(隱)す’라 하면 ‘결점을 감추다’의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국어에서 ‘뽀록나다’는 ‘보로터지다’로 쓰이기도 한다. 이 말들은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는 ‘드러나다, 들통나다’로 순화한 바 있다.



비까번쩍하다[ぴか----] → 번쩍번쩍하다.

‘비까번쩍하다’는 ‘비까비까하다’라고도 쓰이는데 이 말들도 ‘비까번쩍’, ‘비까비까’라는 의태어와 ‘-하다’라는 접미사가 결합한, 순수 고유어처럼 보이는 예이다. 그런데 ‘비까비까’는 일본어의 의태어 ‘ぴかぴか’에서 온 말이다. ‘비까번쩍’은 ‘비까비까’의 일부 ‘비까(ぴか)’가 국어의 의태어 ‘번쩍’과 결합한 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까번쩍’이라는 의태어에 다시 접미사 ‘-하다’가 결합한 말이 ‘비까번쩍하다’이다. 이 말은 ‘삐까번쩍하다’와 같이 어두가 된소리화하여 쓰이기도 한다. ‘비까비까하다’도 마찬가지로 ‘삐까삐까하다’로 쓰인다. “구두에 약을 칠하여 비까번쩍하게 광을 내다”처럼 광택이 나는 모양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이므로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는 ‘번쩍번쩍하다’로 순화한 바 있다.
   위에서 살펴본 ‘뽀록나다’와 ‘비까번쩍하다’는 일본어의 몇몇 단어가 비교적 오래 전에 국어에 유입되어 국어 단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말이 만들어진 예로, 이들은 언뜻 보기에 순수 고유어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 가운데에는 틀림없이 고유어일 것으로 추측하였으나 사실은 일본어와 같은 외국어에 기원을 둔 것들이 적지 않다.


닥상이다(澤山--): 충분하다. 넉넉하다. 제격이다.
사바사바하다(さばさば--): 협잡하다. 짬짜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