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앙꼬(빵)’와 ‘소보루빵’

박용찬(朴龍燦) / 국립국어연구원

현대 젊은 층 도시인은 아침 식사로 밥보다는 빵을 즐긴다. 우리의 주식(主食) 문화가 조금씩 ‘밥’에서 ‘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시가지 한복판에 화려하게 꾸며진 대형 제과점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조그만 동네라 할지라도 골목 어디인가는 제과점 한두 군데쯤 자리하고 있다. 그러한 제과점에 들어가 보면 여러 종류의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진열대에 보기 좋게 놓여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 가운데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큰 인기를 끄는 빵이 ‘앙꼬빵’과 ‘소보루빵’이다. 이 빵은 모든 빵의 대명사 격이라 할 만하다.



앙꼬빵[ 子(あんこ)-] → 팥(소)빵, 팥(앙금)빵

‘앙꼬빵’은 붉은팥[赤豆]을 삶아 으깨어 만든 소가 있는 빵을 가리킨다. 즉, 팥소가 들어 있는 빵이다. ‘앙꼬빵’의 ‘앙꼬’는 일본어의 ‘ 子(あんこ)’에서 온 말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면 ‘앙코’가 된다. 일본어에서 ‘ 子’는 ‘송편, 만두, 빵 등을 만들 때, 익히기 전에 속에 넣은 여러 가지 재료’를 뜻하는 ‘소’를 가리키는 한자어 ‘ ’에 접미사 ‘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이 말은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 ‘팥소’라는 말로 순화한 바 있다. 그리고 ‘앙꼬빵’은 ‘팥(소)빵’으로 순화하였다.
   이러한 순화 노력 탓인지는 몰라도 ‘앙꼬빵’의 경우, 이제 ‘팥빵’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 쓰이고 있는 편이라 할 수 있다.〔‘팥소빵’이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팥(소)빵’ 대신에 ‘팥(앙금)빵’이라는 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물에 가라앉은 부드러운 가루’를 뜻하는 ‘앙금’을 ‘소’ 대신 사용한 말이다. 팥뿐만 아니라 완두나 밤도 소로 사용할 수 있어 완두앙금빵, 밤앙금빵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반면 ‘앙꼬’의 경우, 아직까지도 ‘팥소’보다도 ‘앙꼬’가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 어느 대형 제과점에서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선전 문구까지 동원해 가며 새로운 빵 종류를 선전하고 있어 ‘앙꼬’의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소보루빵(そぼろ-) → 곰보빵

‘소보루빵’은 거죽이 올록볼록하게 되어 있는 빵을 가리킨다. 소위 말하는 ‘못난이빵’이다. ‘소보루빵’의 ‘소보루’는 일본어의 ‘そぼろ’에서 온 말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면 ‘소보로’가 올바른 표기이다. ‘소보로’는 ‘실과 같은 물건이 흩어져 엉클어져 있는 모양’을 뜻한다. ‘소보루빵(소보로빵)’은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 ‘곰보빵’으로 순화한 바 있다. 이 빵의 거죽이 올록볼록하게 되어 있는 모양을, 얼굴이 얽은 사람을 뜻하는 ‘곰보’에 기대어 새로 만들어 낸 말이다. 현재 순화 용어 ‘곰보빵’은 ‘곰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 때문인지 아직 널리 쓰이고 있지 않으나 조금씩 그 세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우리의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점해 가고 있는 빵 이름들이 일본어 그대로 불리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 조그만 물방울이 모여 커다란 물결을 이루듯이 우리들 각자가 일본어투 생활 용어 가운데 하나하나 좋은 말로 순화해 나간다면 우리의 국어생활도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우리말 바로 쓰기의 첨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방떡[大判(おおばん)-] → (왕)풀빵 센베이[煎餠(せんべい)] → 전병과자
모나카[最中(もなか)] → 팥소 과자 모치떡(모찌떡)[餠(もち)-] → 찹쌀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