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누가 남의 자식을 나무라?

정희창(鄭熙昌) / 국립국어연구원

일기예보에서 “아침에 비가 내리다 오후부터 개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왠지 이상하다. “아침에 비가 내리다 오후부터 개이겠습니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개다’는 표준어고 ‘개이다’는 비표준어니까 ‘개겠습니다’가 옳고 ‘개이겠습니다’는 틀리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개다’만 놓고 보면 괜찮다가도 ‘개겠습니다’가 되면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이처럼 표준어라고 생각하는 말과 실제의 표준어가 다른 경우가 있다.

‘바라다/바래다’와 ‘나무라다/나무래다’는 ‘바라다’, ‘나무라다’가 표준어고, ‘바래다’, ‘나무래다’는 비표준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바라다’나 ‘나무라다’가 생소하게 느껴질 만큼 ‘바래다’와 ‘나무래다’를 많이 쓴다.

많은 사람들이 ‘바래’와 ‘나무래’를 더 자연스럽게 쓴다 하더라도 ‘바래’와 ‘나무래’는 틀리고 ‘바라’와 ‘나무라’가 옳다. 위에서 ‘바라’와 ‘나무라’는 각각 ‘바라다’와 ‘나무라다’에서 나온 말이므로 ‘바래’와 ‘나무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3)의 ‘자라’, ‘바라’, ‘나무라’는 ‘자라-’, ‘바라-’, ‘나무라-’에 ‘아’가 결합한 ‘자라아’, ‘바라아’, ‘나무라아’가 줄어든 꼴이다. ‘자라아’가 ‘자래’가 되지 않듯이 ‘바라아’, ‘나무라아’도 ‘바래’와 ‘나무래’가 되는 일은 없다.

혹시 ‘바라다’와 ‘나무라다’에서 나온 말이지만 ‘하다’가 ‘하여’, ‘하였다’가 되는 것처럼 불규칙 활용을 하는 말로 처리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어에는 ‘바라다, 바래, 바랬다’와 같이 어간의 ‘아’가 ‘애’로 바뀌는 활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이러한 활용이 없을뿐더러 예전에도 이러한 활용이 없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활용이 ‘바라다’에 갑자기 생겼다고 가정하기는 어렵다. 둘째, 옛말에서 ‘바라다’는 ‘바래’가 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불규칙 활용이 아니었던 말이 현대에 와서 갑자기 불규칙 활용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다’의 경우 옛말 ‘’가 불규칙 활용을 하던 말이었으므로 현재에도 불규칙 활용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바라다’는 규칙적인 활용을 하는 말이었다.

결론적으로 ‘바래-’와 ‘나무래-’로 쓰는 것은 잘못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바라-’와 ‘나무라-’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바라다

*바래다

나무라다

*나무래다

-아

더 무얼 바라?

*더 무얼 바래?

내 아들을 나무라?

*내 아들을 나무래?

-니

더 무얼 바라니?

*더 무얼 바래니?

왜 나무라니?

*왜 나무래니?

-있-

내가 돈을 바랐다고?

*내가 돈을 바랬다고?

잘못을 나무랐다.

*잘못을 나무랬다.

-면서

무얼 바라면서 널 도운건 아냐.

*무얼 바래면서 널 도운건 아냐.

나무라면서 타일렀다.

*나무래면서 타일렀다.

-ㅁ

나의 바람

*나의 바램

나무람

*나무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