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준 문법 개발의 성격 | 표준 문법의 체계와 내용 | 표준 문법 개발에 고려할 몇 사항 | 참고문헌 |

한국어 교육을 위한 표준 문법의 개발 방향



권재일 /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1. 머리말

최근 한국어는 다양한 필요에 따라 외국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진다. 외국인들의 한국어 학습은 바로 한국어의 올바른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그동안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성과도 컸지만, 문제점도 있었다. 교육 과정, 교수 방법뿐만 아니라 교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도 거듭되었다.
   언어 교육의 목표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의사소통은 표현과 이해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언어 표현인 말하기와 쓰기, 언어 이해인 듣기와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언어 교육의 중심 과제이다. 그러나 이것 못지 않게 그 언어 자체에 대한 이해, 즉 언어 지식 역시 필요한 교육 내용이다. 언어 자체에 대한 이해는, 앞에서 말한,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편으로도 적극적으로 기여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언어 자체에 대한 이해는 그 언어의 본질과 나아가서 언어를 배경으로 하는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에 기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 문법의 이해는 꼭 필요한 교육 내용이다. 그러나 그간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보면, 체계적인, 그리고 일관된 문법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또한 문법 교육 자체가 소홀히 다루어졌다. 의사소통 능력을 중시하면서 문법이 언어 교육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보아 의도적으로 배제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문법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하였으며, 또한 체계적인 문법서가 마련되지도 못하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문법의 올바른 이해가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관점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극복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소통 능력의 숙달도뿐만 아니라,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문법 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내용이나, 술어에 있어서 체계적이고 일관된, 그리고 규범적인, "외국인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표준 문법"(이하, '표준 문법'이라 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 문법' 개발 계획은 대단히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이 글에서는 표준 문법 개발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이며, 또 그 내용과 체계를 어떻게 세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문제에 대한 개인 의견을 밝혀 두고자 한다. 이것은 이제 새롭게 개발하게 될 표준 문법에 대한 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2. 표준 문법 개발의 성격

2.1. 표준 문법 개발의 목적은 외국인의 한국어 교육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표준 문법은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성격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첫째는 한국어 교육에 필요한 문법의 규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이론적 배경, 서로 다른 체계와 술어에서 오는 교육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규범적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직접 한국어를 학습하는 학습자를 비롯하여, 한국어 교육 담당자, 한국어 전문 학자들이 모두 참조할 수 있고, 또한 한국어 교과서 편찬의 기반도 될 수 있는, 범용적 성격을 띠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실용적으로 쉽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언어학 이론에 치우친 나머지, 언어 자료가 소홀히 되어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없다면, 표준 문법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풍부한 그리고 생생한 한국어 자료를 바탕으로 쉽게 기술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규범성, 범용성, 실용성이 한국어 표준 문법의 기본 성격이 될 것이다.

2.2. 위와 같은 성격의 표준 문법을 개발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기본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현행 "학교 문법"의 체계, 기술 방법, 술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표준 문법은 규범성을 그 성격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비록 부분적인 비판이 있지만, 교육용 규범 문법인 학교 문법(구체적으로 현행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 체계)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학계에서 비판받고 있는 체계, 술어 등은 의견을 모아 수정하고, 또한 빠진 부분은 보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물론 외국인들에게 효과적으로 한국어 문법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학교 문법과 다르더라도, 융통성 있는 체계와 기술 방법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외국인의 한국어 교육임을 고려하여, 문법 형태소(어미, 조사)의 용법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어는 문법범주가 실현되는 방법으로 볼 때, 통사적 방법에 비해 형태적 방법의 비중이 높은 언어이다. 어순과 같은 통사 구조에 의해 문법 정보가 실현되는 영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대부분의 문법 정보가 문법 형태소에 의해 실현된다. 예를 들어 주격, 목적격 같은 격은 조사에 의해, 서술, 의문, 명령, 청유와 같은 문법 정보를 비롯 시간 표현, 높임 표현 등은 어미에 의해 실현된다. 따라서 한국어 문법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어미와 조사의 정확한 용법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표준 문법은 구체적인 언어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용례는 적절한 상황을 줄 수 있는 텍스트 단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또한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표현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박이 화자에게는 당연하여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필요한 경우, 구체적 용법을 제시하고, 또한 세분화된 용법을 최대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2.3. 표준 문법에서 다루어야 할 범위는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는 전통적인 형태론과 통사론을 포함하는, 순수한 "문법"을 범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운론과 의미론, 그리고 한국어의 역사 분야는 한국어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다루어야 할 내용이지만, 범위를 한국어학으로 확대하지 않는 한, "문법"을 범위로 한정하는 것이 성격을 분명하게 할 것이다. 다만, 필요한 경우, 앞머리에 "한국어의 특질", "한국어의 문자" 및 "한국어의 발음"을 간략히 제시하는 것은 처음 한국어를 대하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글 맞춤법 규정, 표준어 규정을 비롯한 언어 규범에 대한 해설을 뒤에 덧붙이는 것 역시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3. 표준 문법의 체계와 내용

위에서 제시한 범위를 바탕으로 표준 문법이 갖추어야 할 체계와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기로 하겠다. 먼저 표준 문법의 체계이다.

제1장 언어와 문법
제2장 단어
제3장 문장
제4장 문법범주
제5장 언어 규범

이러한 체계를 바탕으로 필자가 구상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장은 '언어와 문법'으로, 본격적인 문법을 기술하기에 앞서, 문법의 개념, 한국어와 한국어의 특질, 한국어의 문자, 한국어의 발음에 대해 소개한다. 다른 언어들과 대조해서 한국어가 가지는 특질을 소개하며, 한국어가 차지하는 위상이 어떠한가를 먼저 소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의 문자 체계를 이해하게 하고, 정확한 발음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음운 체계를 소개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제2장은 '단어'이다. 문장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서 단어에 대해 기술한다. 크게 나누어 (1) 단어의 성격, (2) 단어의 구성 방식, (3) 단어의 갈래로 구성한다.

(1) '단어의 성격'에서는 최소 언어형식의 단위로서 형태소의 개념과 성격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단어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그리고 단어를 갈래짓는 품사에 대한 개념도 규정한다.
(2) '단어의 구성 방식'에서는 한국어 단어의 내부 구성을 기술한다. 단어를, 하나의 형태소로 구성되는 단순어와 둘 이상의 형태소로 구성되는 복합어로 체계를 세우고, 복합어는 다시 어근과 어근으로 구성되는 합성어와 어근과 파생접사로 구성되는 파생어로 나누어, 각각의 특징과 품사별 구성 방식을 기술한다.
(3) '단어의 갈래'에서는 품사별 단어의 특징을 살핀다. 용언(동사, 형용사),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관계언(조사), 수식언(부사, 관형사), 독립언(감탄사) 등으로 단어를 갈래짓고, 각각의 특징을 밝힌다. 특히 용언의 활용에 관심을 가진다. 어미를 어말어미와 선어말어미로 나누어 기술하고, 아울러 어미의 결합 제약, 어미의 겹침 등에 대해서도 기술한다. 그리고 조사의 경우, 격조사, 접속조사, 보조사, 특수조사로 나누어 기술하고, 조사의 생략, 조사의 결합 제약, 조사의 겹침 등에 대해서도 기술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어 문법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어미와 조사의 정확한 용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진다.

제3장은 '문장'이다. 크게 나누어 (1) 문장의 성격, (2) 문장 성분, (3) 문장의 구성 방식으로 구성한다.

(1) '문장의 성격'에서는 문장의 개념, 문장의 구성 요소, 문장 성분 등에 대해서 개관한다.
(2) '문장 성분'에서는 문장 성분의 성격을 제시하고, 서술어를 중심으로, 주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 등 각각의 특징을 기술한다. 아울러 문장 성분의 호응과 문장 성분의 순서, 즉 어순의 특징을 제시한다. 그리고 문장 안에서 문장 성분의 생략, 이동, 대치 현상에 대해서도 살핀다.
(3) '문장의 구성 방식'에서는 문장 구성을 단순문과 복합문으로 체계화하고, 복합문을 다시 접속문과 내포문으로 나누어, 각각 기술한다. 접속문 구성은 우선 접속문의 구성 방식을 제시하고, 대등 접속문, 종속 접속문으로 나누어, 각각 여기에 관여하는 접속어미의 기능과 용법, 문법 제약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내포문 구성 역시 우선 내포문의 구성 방식을 제시하고, 명사절, 관형절, 부사절, 서술절, 인용절로 나누어, 각 구성의 기능과 문법 제약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제4장은 '문법범주'이다. 문법범주의 개념과 실현 방법의 특징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문장 종결, 높임 표현, 시간 표현, 사동 표현, 피동 표현, 부정 표현, 비교 표현 등의 개념, 실현 방법, 문법 제약 등을 기술한다.

제5장은 '어문 규범'이다.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성격을 설명하여, 규범적인 언어 생활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4. 표준 문법 개발에 고려할 몇 사항

앞서, 표준 문법의 개발은 "학교 문법"의 체계, 기술 방법, 술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표준 문법 개발과 관련하여, 학교 문법의 내용 가운데 재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에 대하여, 문법 술어와 관련한 사항, 문법 체계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4.1. 문법 술어 문제

올바른 전문 술어는 해당 분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전문 술어는 해당 분야에서 가능하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어 문법 기술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한국어 문법 기술에 사용되는 공통적인 문법 술어는 일관된 기준에 의해 정하는 것이 좋겠다.
문법 술어를 한자어로 할 것인가, 토박이말로 할 것인가가 첫번째 과제이다. 이 문제는 한국어 문법 기술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과제이다. 그러나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대체적으로 한자어 술어를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운, 단어, 문장, 명사, 조사, 어미'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말소리' 부분의 '울림소리,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 사잇소리' 등과 '문장' 부분의 '안은 문장, 이어진 문장' 등은 토박이말을 술어로 쓰고 있다. 그러나 가능하면 일관되게 같은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기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술어'로 삼을 수 있겠다. 한자어가 토박이말보다 쉽게 이해되는 경우도 있겠고, 또는 한자말보다는 토박이말이 더 쉽게 이해되는 경우도 있겠다.
다음으로는 문법 술어의 체계적인 일관성에 대한 과제이다. 간단한 문제부터 말하자면, '접속'과 '연결'이라는 술어이다. 현행 학교 문법에 따르면, 두 단위를 잇는 경우, 조사일 경우는 '접속조사', 어미일 경우에는 '연결어미'라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접속조사-접속어미' 혹은 '연결조사-연결어미' 가운데 어느 한 가지로 일관되게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법 술어의 체계적인 일관성과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국어학계에서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어의 구성 방식에서 '복합어'와 '합성어'에 대한 문제이다. 필자는 단어의 구성을 크게는 단순어와 복합어로 갈래짓고, 복합어는 다시 파생어와 합성어로 하위갈래지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 견해를 다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한 예를 들면, 어떤 현상을 체계적으로 기술할 때 '그 관계가 1:1의 관계인가와 1:n(n≥2)의 관계인가'라는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1:1의 관계일 때를 '단순 관계'라고 하고, 1:n(n≥2)의 관계일 때를 '복합 관계'라고 한다. 어떤 문장에서 '문장:서술기능'이 1:1의 관계, 즉 하나의 문장 안에 서술어가 한 번 나타나서 서술 기능이 한 번 수행되었을 때를 단순 관계에 있다고 하고 이를 '단순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서술기능'이 1:n(n≥2)의 관계, 즉 하나의 문장 안에 서술어가 두 번 나타나서 서술 기능이 두 번 수행되었을 때를 복합 관계에 있다고 하고 이를 복합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기준에 따라 문장 구성은 '단순문'과 '복합문'으로 체계화된다.

문장 구성의 체계

단순문(simple sentence)
복합문(complex sentence)

따라서 체계적인 기술을 위해서라면 문법 안에서 관련된 모든 기술에서 일관되게 그 관계가 1:1일 때는 '단순'(simple)이라는 술어를, 1:n(n≥2)일 때는 '복합'(complex)이라는 술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 단어 의미를 체계적으로 기술할 때에도 이 기준을 적용하여, 하나의 뜻이 하나의 소리와 관계를 맺을 때, 즉 1:1의 관계일 때를 단순의미어, 하나의 뜻이 둘 이상의 소리와 관계를 맺거나, 혹은 하나의 소리가 둘 이상의 뜻과 관계를 맺을 때, 즉 1:n(n≥2)의 관계일 때를 복합의미어로 체계화할 수 있다.

단어 의미의 체계

단순의미어(simple meaning)
복합의미어(complex meaning)

이와 마찬가지로 단어 구성을 체계적으로 기술할 때에도 '단어:형태소의 수'의 관계에 따라 1:1이면 단순어, 1:n(n≥2)이면 복합어로 체계화할 수 있다.

단어 구성의 체계

단순어(simple word)
복합어(complex word)

합성어(compound word)
파생어(derived word)

이상과 같이 '그 관계가 1:1의 관계인가와 1:n(n≥2)의 관계인가'라는 한 가지 기준, 즉 '단순 관계'와 '복합 관계'라는 기준을 통해서 문장의 구성, 단어의 구성, 단어 의미 등을 일관된 술어로서 기술할 수 있다. 물론 영어 술어, 'simple'과 'complex'도 일관되게, '단순', '복합'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흔히 몇몇 문법책에서 기술되어 있는 것과 같이 단어 구성의 체계를 세우는 것은 전체적인 문법 체계 안에서 보면, 일관성이 없는 기술이 된다.

단어 구성의 체계

단일어 (simple word)
합성어 (complex word)

복합어(compound word)
파생어(derived word)

문법 술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 검토해 볼 수 있는 과제는 문법 현상에 대한 명칭을 어디에 기준을 두고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문법 현상의 명칭은 그 기능이나, 본질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높임, 사동, 피동, 부정' 등은 문법 현상의 기능에 기반을 둔 술어이다. 화자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높임의 의향을 실현하기 때문에 '높임'이라는 술어가 적절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문장 종결'이다. 이른바 문장 종결의 하위 갈래인 '서술, 의문, 명령, 청유' 등의 기능을 살펴보면, 이것을 실현하는 어미가 문장의 끝에 놓여서 문장을 끝맺기도 하지만, 그 기능은 문장을 끝맺는 것이 중심이 아니다. 언어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들 기능과 문장 종결은 겸해 있지 않다. 영어의 경우, '서술, 의문, 명령, 청유'의 기능이 문장 종결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러한 '서술, 의문, 명령, 청유'가 가지는 기능은, 어느 언어이든, '화자가 언어 내용을 전달할 때, 청자에 대한 의향, 또는 태도'를 실현하는 것이다. '명령'이란 청자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하는 화자의 태도를 실현하는 것이며, '청유'란 화자와 청자가 함께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하는 화자의 태도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범주의 기능은 바로 '화자의 청자에 대한 의향, 태도'라 하겠다. 따라서 이 범주의 정당한 술어는 '의향법' 또는 '태도법', 또는 서양식으로 말하자면, '대청자 서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문장 종결'은 적절한 술어가 될 수 없으며, 또한 몇몇 문법책에서 말하는 '문체법'이라는 술어도 혼동만 가져올 뿐, 전혀 정당하게 기능을 표현했다고 할 수 없다.
   문법 기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짧은-'과 '긴-'이라는 술어도 타당하지 못하다. 사동에서 흔히 다음을 각각 '짧은 사동'과 '긴 사동'으로 부르고 있다.

어머니는 영희에게 늘 예쁜 옷만 입-히-었-다.
어머니는 영희에게 늘 예쁜 옷만 입-게 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문장의 길이에 따라 붙인 술어는 적절하지 못하다. 따라서구성 방식에 따라 이들을 각각 '파생적 사동', '통사적 사동'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부정 표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짧은 부정', '긴 부정'은 적절하지 못한 술어라 본다.

4.2. 문법 체계 문제

문법 체계와 관련해서는 앞에서 살펴본, 문장 종결, 즉 의향법 체계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의향법 체계는 문법책마다 서로 다르다. 대체로 '평서, 의문, 명령, 청유, 감탄, 약속' 등이 공통적이다. 그외 여기에다 '허락, 경계' 등을 더 들기도 한다. 학교 문법 및 남기심-고영근(1985)에서는 '평서, 감탄, 의문, 명령, 청유'를 평면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향법과 관련한 통사 특성을 근거로 한다면, '서술, 의문, 명령, 청유'의 네 가지를 기본 체계로 잡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여러 통사 특성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어의 간접 인용절 구성에서 그 특징이 드러난다. 간접 인용절 구성에서 인용절의 종결어미가 제약된다. 즉 서술문이 인용되는 경우, 인용절의 종결어미는 '-다'만 허용된다. 마찬가지로 의문문이 인용되는 경우, 인용절의 종결어미는 '-으냐', 명령문이 인용되는 경우, 인용절의 종결어미는 '-으라', 청유문이 인용되는 경우, 인용절의 종결어미는 '-자'만 허용된다.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철수에게 그 책을 읽-으라-고 말했다.
나는 그 책을 읽-자-고 제안했다.

이와 같이 간접 인용절 구성에서 인용절의 종결어미는 반드시 청자높임의 등급이 중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어미만 허용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서술의 경우 :
철수가 그 책을 읽었-다.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철수가 그 책을 읽었-네.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네-고 말했다.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철수가 그 책을 읽었-습니다.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습니다-고 말했다.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의문의 경우 :
철수가 그 책을 읽었-느냐 ?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철수가 그 책을 읽었-는가 ?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느-ㄴ가-고 물었다.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철수가 그 책을 읽었-습니까 ?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습니까-고 물었다.
→   나는 철수가 그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명령의 경우 :
그 책을 읽-어라. → *나는 그 책을 읽-어라-고 말했다.
→   나는 그 책을 읽-으라-고 말했다.
그 책을 읽-게. → *나는 그 책을 읽-게-고 말했다.
→   나는 그 책을 읽-으라-고 말했다.
그 책을 읽-으십시오. → *나는 그 책을 읽-으십시오-고 말했다.
→   나는 그 책을 읽-으라-고 말했다.

청유의 경우 :
그 책을 읽-자. →   나는 그 책을 읽-자-고 제안했다.
그 책을 읽-세. → *나는 그 책을 읽-세-고 제안했다.
→   나는 그 책을 읽-자-고 제안했다.
그 책을 읽-읍시다. → *나는 그 책을 읽-읍시다-고 제안했다.
→   나는 그 책을 읽-자-고 제안했다.

이와 같이 서술에서는 '-다'만이, 의문에서는 '-으냐'만이, 명령에서는 '-으라'만이('-어라'가 아님), 청유에서는 '-자'만이 인용절에 허용된다. 서술의 경우에는 위에서 평서 표현만 살펴보았는데, 감탄과 약속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감탄의 경우 :
날씨가 꽤 춥-구나. → *날씨가 꽤 춥-구나-고 말했다.
→   날씨가 꽤 춥-다-고 말했다.
날씨가 꽤 춥-구만. → *날씨가 꽤 춥-구만-고 말했다.
→   날씨가 꽤 춥-다-고 말했다.

약속의 경우 :
내가 그 일을 하-마. → *내가 그 일을 하-마-고 말했다.
→   내가 그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그 일을 할-게. → *내가 그 일을 할-게-고 말했다.
→   내가 그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감탄의 경우, 서술어미로 바뀌어 '-다'만 허용된다. 이것은, 감탄은 평서와 같은 의향법 범주, 서술에 귀속되며, 서술과 대등한 독자적인 의향법의 갈래가 될 수는 없음을 뜻한다. 약속의 경우, 역시 서술어미 '-다'로 자연스럽게 내포된다. 이 역시 서술과 대등한 독자적인 의향법의 갈래가 될 수는 없음을 뜻한다. 이는 감탄과 약속이 모두 서술에 귀속되는 의향법의 갈래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현대 한국어의 의향법 하위범주 체계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기본 의향법을 설정하는 통사적 증거로 간접 인용절 구성 제약, 즉 내포될 수 있는 종결어미('-다, -으냐, -으라, -자')의 제약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의미적 구분인 감탄, 허락, 경계 등을 서술, 의문, 명령, 청유 등과 대등하게 설정하는 것은 문법적으로 의미없는 체계라 하겠다.

현대 한국어의 의향법 체계

서술(하위 갈래로 '평서, 감탄, 약속')
의문
명령
청유



  5. 참 고 문 헌

교육부 (1996). 『고등학교 문법』. 서울: 대한교과서주식회사.
권재일 (1992). 『한국어 통사론』. 서울: 민음사.
남기심·고영근 (1985). 『표준 국어 문법론』. 서울: 탑출판사.
서정수 (1994). 『국어 문법』. 서울: 뿌리깊은나무.
이익섭·채 완 (1999). 『국어 문법론 강의』. 서울: 학연사.
최현배 (1971). 『우리 말본』. 서울: 정음사.
허 웅 (1995). 『20세기 우리말의 형태론』. 서울: 샘문화사.
허 웅 (1999). 『20세기 우리말의 통어론』. 서울: 샘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