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1세기의 한글】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최 형 인 / 서울대학교 수학과 교수
이 성 진 / 대진대학교 수학과 교수
박 경 환 / 서울대학교 수학과 박사과정


1. 이끄는 말

  한글에 관한 연구는 국어학의 다방면에서 많이 이루어져 있으나 글꼴의 형태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물론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정형화된 글꼴인 바탕체(명조)와 돋움체(고딕)의 제작을 위한 자소 모아쓰기의 공간배치 연구가 미술계와 업계에서 많이 진전되어 있고, 몇몇 다른 형태의 글꼴에 관한 연구 또한 많이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연구도 글꼴 디자이너의 미술적 감각에 의존한 것으로 많은 경우 컴퓨터를 통한 글꼴의 합성의 기초 자료로 쓰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로마자에서는 르네상스 이래 밑선(Baseline), 세리프(Serif) 등의 기본적 개념과, 그 기하학적 배치, 곡선의 수학적 표현 등에 관한 아주 상세한 연구 결과가 이미 확립되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글꼴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막상 한글의 뿌리인 고전,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이 어떻게 구성되었는가에 관한 원전에 충실한 연구가 지금까지 별로 없는 실정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연구는 원전의 감각을 충실히 살리면서 현재의 컴퓨터 환경에 맞는 글꼴을 제작하기 위한 기본이 될 뿐만 아니라,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엿볼 수도 있다는 국어학적 의미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최초의 한글이라는 역사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가 소홀히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사람들이 이를 현대 글자꼴의 눈으로 보고, 현대의 감각에 맞는 글꼴의 제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 것 같다. 시중에 통용되는 훈민정음 글꼴은 대부분 원전 자소의 감각을 살리면서 현대 글꼴의 제약 조건하에서 제작된 절충식 글꼴이며 따라서 원전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여 제작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아래에서도 밝히겠지만, 훈민정음 해례본은 일정한 크기의 틀(상자: Box)에 맞춰 모든 글자를 제작해야 하는 현대적 글꼴의 근본 철학과는 다른 원리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본 논문에서 이의 규명을 위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였고, 또한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원전의 글자를 재합성하였다. 이렇게 합성된 글자를 원전의 글자와 비교해 보면 (그림 10가 - 10마), 원전의 감각이나 공간 배치의 면에서 상당히 근접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림 11가 - 11나에서는 이렇게 합성된 글자를 가지고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을 다시 썼다. 여기에서도 원전의 감각이 충실히 살아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매우 단순한 방법을 선택하였지만 합성 결과는 훈민정음 해례본 제작자의 공간 배치의 의도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한 이는 “세종대왕은 기하학자이다.” 라고 하신 홍윤표 선생님의 주장을 간접적으로나마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분석 과정

2.1. 분석을 위한 기초 작업

  우리는 한글 학회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을 원전으로 선택하였고, 이에 나오는 글자를 스캐너(Scanner)로 스캔(Scan)하여 그 자료를 빗맵(Bitmap)형식으로 저장한 후, 그에 관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atabase)에 저장하였다. 표 1은 우리가 사용한 코드이며 초성과 종성은 동일한 코드를 사용하였지만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거나 계산을 할 때에는 초성과 종성을 구별하여 자료를 다루었다.
  그림 1은 현대 글꼴, 특히 바탕체 제작의 한 예다. 여기서 우선 중요한 것은 모든 글자는 동일한 크기의 틀(상자: Box)에 채워져야 하며, 시각적 효과 때문에 배열상의 일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선 (a)는 (밭침)밑선으로서 모든 받침의 시각적 바닥이 놓여야 하는 선이고, 선 (b)는 기둥선으로서 모든 기둥의 시각적 오른쪽이 놓여야 하는 선이다. 실제의 글꼴 제작에는 이와 같이 고려해야 할 변수(Parameter)가 무수히 많고 모든 글꼴 제작에는 이러한 변수값을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대 글꼴의 근간을 이루는 바탕체(명조)와 돋움체(고딕) 형태의 확립은 근본적으로 최정호 님에 의해 이루어졌고, 이러한 방식은 아직도 우리 현대 글꼴의 기본으로 쓰이고 있다.
  그림 2와 그림 3은 몇 가지 원전 글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글자의 크기는 (특히 위, 아래의 크기) 현대적 글꼴과는 달리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좌우의 크기 또한 일정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훈민정음 해례본이 세로쓰기로 쓰여졌기 때문에 위, 아래의 크기는 변화가 심하고, 좌우는 먹줄 사이에서 쓰여진 관계로 그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일반적으로 글자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한 밑선, 기둥선의 개념이 존재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훈민정음 해례본의 글꼴의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현대 글꼴의 눈이라는 선입관을 배제하고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이를 분석해 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원전의 글꼴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그의 기본 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 연구에서 채택한 방식은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서, 우선 글자를 모음의 형태(수평, 수직, 복모음)에 따라 그리고 받침의 유무에 따라 여섯 가지 유형으로 가른 후 그의 각 자소의 크기를 조사하여 각 유형별 자소 크기의 통계적 평균치를 그 대표 크기로 택하고, 글자를 이루는 각 자소를 감싸는 최소상자(Box) 중심의 위치를 조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림 8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소들의 크기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또한 그림 9가 - 9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성과 종성의 최소상자 중심도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배열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절에서 하기로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관찰할 수 있다. 훈민정음 글자의 자소의 공간 배치는 매우 초보적인 변수만 가지고도 일차적으로 파악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자소 중심의 배치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비교적 균일하게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 처리 방법은 위와 같이 공간 배치의 기본적 요소를 발견하는 데에만 유용한 것만이 아니고 원전에 나오지 않는 글자를 이루는 자소의 크기 및 자소 중심 상자의 공간 배치 추정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절에서 설명되어 있고 이를 통한 자소의 제작 과정의 설명은 제 삼절에서 설명되어 있다.
  

  2.2. 글자의 유형(Type)   
  한글은 그의 구성 원리가 우선 모음의 모양(가로형, 세로형, 복모음)에 따라 자소의 배치가 크게 달라지고, 또한 받침의 유무에 따라 그 배치가 크게 바뀐다. 이를 기준으로 하여 우리는 아래와 같이 글자들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유형 1 : 받침 없는 세로 형태의 모음 (예)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ㅣ
  유형 2 : 받침 없는 가로 형태의 모음 (예) ㅗ, ㅛ, ㅜ, ㅠ, ㅡ, 
  유형 3 : 받침 없는 복모음 (예)ㅘ, ㅙ, ㅚ, ㅝ, ㅞ, ㅟ, ㅢ, ᆄ, ᆅ, , ,
   ᆒ, , , ᆝ, ᆜ
  유형 4 : 받침 있는 세로 형태의 모음, 즉 유형 1 + 받침
  유형 5 : 받침 있는 가로 형태의 모음, 즉 유형 2 + 받침
  유형 6 : 받침 있는 복모음, 즉 유형 3 + 받침
  
  물론 초성이나 종성이 복자음인 경우, 또는 모음의 형태가 복잡한 정도에 따라 위의 유형은 더 세분화될 수 있지만 우리는 최소한의 분류를 택했다. 다만 그림 10가 - 10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전 수록 글자는 단지 190자 뿐이며 더구나 유형 3과 6의 자료가 너무 부족하여 통계적 적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의 통계적 작업은 주로 유형 1, 2, 4, 5에 국한되어 이루어졌다.
  
  2.3. 최소 상자의 크기
  
  자소의 최소상자는 자소를 싸고 있는 최소 크기 사각형을 말하며, 본 논문에서는 흔히 상자라 부른다. 자음 최소 상자의 크기는 폭과 높이를 따로 계산하여 다른 두 유형과의 관계를 찾았다. 예를 들면 그림 8의 도표 1에서는 x축은 유형 1의 초성의 폭을 표시하고 y축은 유형 4의 초성의 폭을 표시한다. 이와 같이 하여 제1 사분면 위에 대응하는 점을 찍은 후 이를 가장 잘 근사하는 원점을 지나는 직선을 찾는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초성, 중성 또는 종성의 높이 또는 폭을 두 개의 유형 대비로 표시한 것이 그림 8이다. 이 그림 8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소들은 일정한 비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우리는 회귀 분석이라 부른다. 통계학에서 회귀 분석은 주어진 데이터에 가장 잘 근사하는 직선을 찾는 것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직선은 원점을 지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뒤에서 설명할 합성의 과정을 통하여 이 직선이 원점을 지나도록 설정하는 것이 더욱 원전의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에 따라 우리의 직선이 모두 원점을 지나도록 설정하였다.
  
  이러한 회귀 분석 방법은 원전에 없는 글자의 자소의 크기를 용이하게 추정할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면 표 2에는 유형 1에 나온 초성의 크기를 기록했다. 표 1의 코드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코드 8은 ‘ㄸ’을 나타내는데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형 1에서는 이 초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표 2의 처음 열에는 그의 폭과 높이가 0으로 기록되어 있다. 반대로 유형 4에서는 ‘ㄸ’이 나타나는데 그 크기는 폭 272, 높이 191로 두 번째 열에 기록되어 있다. 이 자료는 유형 1과 유형 4를 비교하는 그림 8의 도표 1에서 y축의 점으로 찍히게 된다. 표 2의 세 번째 열에서는 유형 1에서의 ‘ㄸ’의 크기를 회귀 분석 결과에 의해 폭 293, 높이 252로 기록되어 있다. 이의 폭 293은 그림 8의 도표 1에서 유형 4와 유형 1의 비례 관계인 0.928:1에 의하여 계산된 결과이며, 이의 높이 252는 그림 8의 도표 2에서 유형 4와 유형 1의 비례 관계인 0.756:1에 의하여 계산된 결과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원전에 기록되지 않은 자소의 폭과 높이를 구해서 기록한 결과가 회귀분석 결과로 표시된 표들에 기재되어 있다. 다만 본 논문의 지면 관계상 이 자료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원전의 자료와 회귀 분석 결과를 기록하고 이 방법으로 불가능한 경우 우리가 적당한 크기로 임의 기록하였다. 물론 다양한 비교 방법을 구사하면 이와 같은 임의성은 배제될 수 있을 것이다
  
  2.4. 최소 상자 중심 자료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에서는 글자 전체를 포함하는 상자(Bounding Box)가 없으므로 이러한 상자 내의 절대 좌표로 자소의 중심을 표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초성의 중심을 원점으로 설정하고 중성과 종성의 중심을 이 원점에 대한 상대 좌표로 기록하였다. 그림 9가 - 9다는 이러한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이 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유형별로 중성과 종성의 중심은 거의 한 점에 집중(cluster)하고 있으며 이러한 집중점으로부터의 변화는 아주 작음을 볼 수 있다. 아래의 자료는 최소 상자 중심을 분류하기 위한 코드 묶음을 보여 주고 있다.
  
  자음 전체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높이가 작은 자음 = 1 2 3 4 21 22 53 55 74 75;
  높이가 큰 자음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3 24 25 26 27 28 29 30 54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동그라미가 들어간 자음 = 6 16 23 30 61 72 73 80 81 82 83
   84 85 86;
  동그라미가 안 들어간 긴 자음 = 5 7 8 9 10 11 12 13 14
   15 17 18 19 20 24 25 26 27 28 29 54 56 57 58 59
   60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6 77 78 79;
  아래로 오목한 자음 = 1 21 24 26 27
  아래로 안 오목한 자음 =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2 23 25 28 29 30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높이가 보통인 자음 = 2 3 4 5 7 8 17 22 25 29 53 54
   55 56 63 64 74 75 76 78 79;
  높이가 큰 자음2 = 6 9 10 11 12 13 14 15 16 18 19 20 23
   28 30 53 57 58 59 60 61 62 65 66 67 68 69 70 71
   72 73 77 80 81 82 83 84 85 86;
  높이가 아주 큰 자음 = 6 16 23 26 30 61 65 72 73 80 81 82
   83 84 85 86;
  높이가 아주 크지는 않은 자음 = 1 2 3 4 5 7 8 9 10
   11 12 13 14 15 17 18 19 20 21 22 24 25 27 28 29
   53 54 55 56 57 58 59 60 62 63 64 66 67 68 69 70
   71 74 75 76 77 78 79;
  
   (자음 전체) = (높이가 작은 자음) + (높이가 큰 자음);
   (높이가 큰 자음) = (동그라미가 들어간 자음) +
   (동그라미가 안 들어간 긴 자음);
   (자음 전체) = (아래로 오목한 자음) +
   (아래로 안 오목한 자음);
   (아래로 안 오목한 자음) = (높이가 보통인 자음) +
   (높이가 큰 자음2);
   (자음 전체) = (높이가 아주 큰 자음) +
   (높이가 아주 크지는 않은 자음);
  
  이 코드 묶음을 바탕으로 우리는 유형을 26가지로 분류하였는데, 그 유형별 구분은 표 3가, 3나에 기록되어 있다. 이 분류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모음의 중심은 ‘ㅏ’, ‘ㅐ’, ‘ㅑ’, ‘ㅒ’의 경우와 ‘ㅓ’, ‘ㅔ’, ‘ㅕ’, ‘ㅖ’의 경우가 다르고 또 ‘ㅣ’의 경우가 다르며 또 가로 모음인 경우 ‘ㅗ’, ‘ㅛ’의 경우와 ‘ㅜ’, ‘ㅠ’의 경우가 다를 수밖에 없고, 또한 받침의 크기와 열린 모양에 따라 중심이 이동하므로 이와 같이 세분화된 것이다.
  
  3. 글꼴 합성
  
  우리의 연구 목적은 첫째 훈민정음 해례본 글자를 구성하는 가장 간단한 기하학적 원리를 찾고자 함에 있고 또 이를 이용하여 원본에 없는 글자를 합성하려는 데에 있다. 글꼴 합성은 그 자체로서도 매우 흥미로운 일일뿐 아니라 우리 이론의 타당성 테스트로 간주될 수도 있다. 우리의 방식은 수학적 자동 방식이므로 원전의 190자로부터 논리적으로 가능한 수십만 개의 글자의 조합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실제로 사용의 필요에 따라 제작되어야 하는 글자는 대략 현대어 11, 192자, 옛한글 수천자 등을 포함한 약 이만 자 정도이다. 우리의 합성 결과를 보면 글자가 복잡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결과를 보인 반면, 삼중자음이나 복잡한 중성을 가진 글자는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 이는 원전의 글자가 대부분 간단한 모양밖에 없는 관계로 복잡한 글자의 경우에는 의미 있는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글자 합성의 제일 처음 문제는 위의 분석 결과가 자소의 크기와 자소의 중심 좌표를 줄뿐이고 실제의 자소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소는 매우 다양한 크기로 나타나야 하는데, 어떻게 주어진 최소 상자에 자소를 채워 넣을(fit) 것인가가 문제이다. 이를 해결한 것이 아래의 자소의 크기 변환 알고리듬 (Resize Algorithm)이다.
  
  3.1. 자소 크기 변환 알고리듬 (Resize Algorithm)
  
  자소를 주어진 최소 상자에 채워 넣는 크기 변환 알고리듬의 중요한 요구 조건은 글자의 전체 크기는 변하여도 획의 굵기는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때 획의 굵기가 변한다면 자소의 굵기가 제각각이 되어 조형이 깨지게 되므로, 획의 굵기를 유지하는 크기 변환 알고리듬이 필요하게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구 조건은 목각이 갖는 투박하면서도 불규칙해 보이는 감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변환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우선 각 자소의 대표 형태를 원전으로부터 선택하여 빗맵(Bitmap)으로부터 외곽선(Outline)을 추출하여 작은 선분(Line Segment)의 형태로 저장하고 이를 기본 자료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이 대표 자소에 변환을 가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가로획과 세로획의 균일화를 피하였고 이를 통하여 목각 특유의 불규칙한 가운데에서의 질서의 감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자소 크기 변환 알고리듬은 자소의 대체적 형태에 따라 달리 구성하였는데 이는 크게 아래의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3.1.1. 가로획과 세로획으로만 이루어진 경우(모음과 ㄱ, ㄴ, ㄷ 등의 자음)
  그림 4는 이러한 알고리듬을 도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획의 끝 부분이나 획이 만나는 부분은 고정이 되도록 알고리듬이 구현되었고, 이러한 부분 고정 방식이 바로 획의 굵기를 유지하는 기본이 된다. 이의 구체적 설명은 수학적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3.1.2. 사선이 들어간 경우 (ㅅ, ㅈ, ㅊ, 등의 자음)
  사선이 들어간 경우에 있어서는 위의 예와 같이 일정부분을 선택 고정할 수가 없고, 또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좌우의 비율에 따라 그 기울기가 변해야 한다. 이와 같은 경우 극점(extreme point)을 찾아 이를 기준으로 자소의 굵기를 고정시킬 수 있도록 변환을 하여 준다. ㅈ, ㅊ의 경우는 윗부분의 획을 ‘ㅅ’에 얹는 형태로 간주하여 변환을 복합적으로 적용한다. 이의 구체적 설명 역시 수학적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3.1.3. 곡선이 들어간 경우 (ㅇ, , ㅎ, ᅙ의 자음)
  원이 있는 자소는 상자의 모양에 관계없이 원의 형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즉 원을 타원의 형태로 바꾸어 변환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로, 세로 중 단축을 기준으로 하는 상자를 가정 변환하게 된다. 물론 기준이 되는 곳은 새로 잡은 상자의 중심이다. 그리고, 내부의 원의 경우에 있어서의 변환은 글자의 굵기를 유지하려는 목적에 맞추어 계산을 통한 변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변환 방식은 그림 6에 도시되어 있다. 또한, 위의 경우와 같이 , ㅎ, ᅙ의 경우 역시 합성의 방식으로 처리를 한다. 이의 구체적 설명 역시 수학적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3.2. 자소의 조합을 통한 글자의 형성
  
  앞서 제시한 자료로부터 각 자소의 중심과 상자 크기를 계산, 코드로부터 글자를 만들게 된다. 다음의 그림은 ‘각’자가 만들어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림 7의 결과는 이러한 방식만으로 합성한 예이다. 다만 글자가 복잡한 자소를 가진 경우 자료의 부족으로 인하여 자소 간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그림 10가 - 10마의 결과물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자소 사이의 거리가 일정하지 않는 등 상당히 불규칙한 면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원전 자체가 상당히 불규칙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술 연구용으로는 당연한 일이나, 대중이 사용하는 글꼴을 제작한다는 입장에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변수(Parameter)를 더 세분화하고, 많은 규칙성을 부여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특히 상자 간의 거리를 계산하여 그 간격을 조정하는 방법을 도입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4. 맺는 말
  
  본 연구에서는 최초의 한글이라는 역사적 중요성을 가진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공간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였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훈민정음 글꼴이 매우 간단한 공간 배치의 원리를 가지고 있을 개연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고려한 면은 매우 단순한 몇 가지 변수에 불과한 것이며 실제로는 이 보다 새로운 면들을 분석해야만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연구의 의의는 이러한 면을 시도했다는 데에 있으며, 앞으로 사계의 전문가들의 많은 연구를 기대해 본다.
  본 연구는 원래 문화체육부의 제의로 시작된 것으로, 우리의 연구를 지원하여 주신 문화체육부, 특히 임원선 사무관님과 서울대학교 수학연구소 대역해석학 연구센터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또한 우리를 지도하여 주시고 격려하여 주신 홍윤표, 안상수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표하고 싶고, 그 동안 우리를 지원하여주신, 현대 미디어 시스템의 이진기 사장님, 김준완, 강태원 부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표시하고 싶다. 우리의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신 현대 미디어 시스템의 최현주 님, 양한란 님, 백명주 님, 김정한 님, 탁신해 님, 김진영 님께도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고, 끝으로 우리에게 폰트를 위시한 컴퓨터 산업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시고 있는 한국 마이크로 소프트 홍선기 상무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싶다.
  
  본 논문에서는 지면 관계상 우리가 얻은 자소의 크기와 자소 최소 상자의 중심에 관한 구체적 수치 자료를 싣지 못하였다. 보다 구체적 자료를 원하시는 분은 저자에게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49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51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53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55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57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59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61
  훈민정음 해례본 글꼴의 기하학적 구성에 관한 기초 연구 63
  50 새국어생활 제6권 제2호(’96년 여름)
  52 새국어생활 제6권 제2호(’96년 여름)
  54 새국어생활 제6권 제2호(’96년 여름)
  56 새국어생활 제6권 제2호(’96년 여름)
  58 새국어생활 제6권 제2호(’96년 여름)
  60 새국어생활 제6권 제2호(’96년 여름)
  62 새국어생활 제6권 제2호(’96년 여름)
  
  참 고 문 헌
  
  [1]. 訓民正音, 한글 학회 소장 해례본 원본.
  [2]. 김진평(1989), 한글의 글자 표현 (제7판), 미진사.
  [3]. 석금호(1994), 타이포그라픽 디자인, 미진사.
  [4]. Postscript Language Reference Manual (2nd ed.), Adobe Systems Inc. Addison-Wesley, 1990.
  [5]. True Type 1.0 Font File, Technical Specification, Revision 1.65, Microsoft Corporation, January 1995.
  [6]. True Type Open Font Specification, Version 1.0, Microsoft Corporation, July 1995.
  그림 1. 현대어 글꼴
  그림 2. 원전 글자의 높이가 불균일하다.
  그림 3. 원전 글자의 폭이 불균일하다.
  자소의 외각선 자료 부분적인 형태를 잡은 모습
  새로운 상자를 잡은 모습 크기가 변환된 자소 그림 4.
  자소의 외각선 자료 새로운 상자를 잡은 모습
  크기가 변환된 자소 그림 5
  자소의 외각선 자료 자소의 합성 부분 표시
  새로운 상자를 잡은 모습 크기가 변환된 자소
  그림 6. 그림 7. 표 1. 자소 코드
  표 2. 유형 1과 유형 4의 자소 크기의 원본 자료와
   회귀 분석에 의한 추정치
  표 3가. 자소 중심 유형
  표 3나. 자소 중심 유형
  그림 8. 유형 대비 자소 크기의 회귀 분석
  그림 9가. 초성의 중심을 기준으로 한 중성과 종성의 중심 자료
  그림 9나. 초성의 중심을 기준으로 한 중성과 종성의 중심 자료
  그림 9다. 초성의 중심을 기준으로 한 중성과 종성의 중심 자료
  그림 10가. 원전 수록 글자(BMP)와 합성된 글자
  그림 10나. 원전 수록 글자(BMP)와 합성된 글자
  그림 10다. 원전 수록 글자(BMP)와 합성된 글자
  그림 10라. 원전 수록 글자(BMP)와 합성된 글자
  그림 10마. 원전 수록 글자(BMP)와 합성된 글자
  그림 11가. 합성 글자로 다시 쓴 언해본 서문
  그림 11나. 합성 글자로 다시 쓴 언해본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