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신문·방송 언어】

우리나라 방송 언어 발음 문제
- 언어 규범 몰각한 KBS 1TV 뉴스 사투리 범벅을 중심으로 ―

兪萬根 / 성균관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실마리

  우리나라처럼 온 백성이 같은 母語를 국어로 하며 한 겨레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는 이 세상에 많지 않다. 우리 경우는 오히려 같은 말 쓰는 한 겨레가 한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두 동강 난 것이 문제라 장차 우리나라가 통일되면 아마 소수 민족 언어 문제가 없는 나라 중 세상에서 가장 큰 나라일는지 모른다. 글쎄, 종교가 같건만 국어 문제 때문에 처참한 전쟁을 치르고, 한 나라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두 나라로 갈라져 각각 국어를 달리하며 서로 철천지원수가 된 것을 보아도 우리나라는 우선 이 점에서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것은 방언 차이를 무시하고 크게 본 것이고 좀 더 정밀하게 보아 언어 규범으로서의 방송 언어 발음 문제에 이르면 이야기가 그것으로 끝날 만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우리나라 방송 언어 발음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는데 우선 문명국에서 ‘방송 언어’와 거의 같은 뜻처럼 되어 있는 ‘표준말’의 성격부터 생각해 보기로 하자.

Ⅰ. 나라와 표준말

  역사가 오랜 나라에는 방언이 많이 있게 마련이고, 또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야 다듬은 표준말보다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방언이 더 가치가 있는 수도 있다. 그러나 학자들의 학문적 관심사인 언어 ‘이론’ 면을 잠시 떠나 실제 언어 ‘사용’ 면으로 와서 ‘국가 통치/국민 단결/선진국 지향’ 같은 언어와 긴밀히 관계된 나라 문제에 이르면 국어 정리, 표준어 확립·보급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래서 표준어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학자들보다 통치자, 정치가들이 더 큰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 좋은 예로 불란서 루이 13세 왕과 리셜리외 공작(duc de Armand Jean du Plessis Richelieu, 추기경/재상, 1585~1642) 이 일찌감치 17세기에 불어 표준화 작업을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줄기차게 이어오고 있는데 그 일을 맡아 해 온 것이 바로 불란서 한림원(L'Academie française)이라는 기관이다.
  오늘날 표준말을 보급하는 데 가장 쓸모 있는 도구는 방송이다. 방송을 통해 표준말 발음 보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나라는 행정 능률이 오르고 국민이 곧잘 뭉쳐 강국이 될 것이고, 그러지 못하는 나라 사람들은 비능률과 갈등 속에서 문명 사회인으로서 품위 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방송 언어(주로 KBS lTV) 발음을 관찰하고 문제점 지적과 해결책 제시를 하겠는데 그것에 앞서서 BBC방송으로 유명한 영국의 예를 잠깐 살펴보기로 한다.


Ⅱ. 영국과 BBC영어

  잡다한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영국에 표준어 확립·사용이 없었다면 아마 대영제국 건설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국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지역 감정/민족 감정 대결로 불을 뿜는 정도가 우리나라 지역 감정 갈등보다 훨씬 더 격렬한 곳이건만 정치가·공직자·장교·사회각계 지도층이 표준어 발음 사용을 필수 의무로 여기고 거기에 더해서 ‘끼리끼리’ 정신이 아닌 fair play 정신(심지어 敵에게도 公正해야 한다고 가르침)으로 국민적 단결을 성취해 왔다. 그것으로 대명제국을 건설했었고 그 제국은 역사상 딴 제국처럼 일시에 붕괴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51개 영연방 국가를 영도하고 있다. 단일 민족이라도 공공 생활에서 표준어 사용을 못하면 불행하게 지역 감정의 노예가 되지만 복수 민족이라도 똑같은 표준어 발음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神奇하게도 일체감이 조성되어 즐겁게 협동이 잘 되는 데에 표준어 사용의 필수성이 있는 것이다. 이때 강력 접착제 같은 표준말 발음의 마술적 기능은 대단한 것이다. 이것을 유럽 선진국 정치 지도자들은 일찍 알았던 것이다.
  영국에 방송이 생기기 전에는 물론 학교가 앞장서서 표준어 보급을 했다. PSP(Public School Pronunciation)라는 것이 곧 표준어 발음을 지칭하는 것이었는데 1922년 BBC 방송이 생긴 이래 어찌나 표준어 발음으로 모범을 보여 왔는지 이제는 BBC 영어라는 말이 곧 표준 영어 발음의 대명사처럼 된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그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방송국이 생긴 지 4년 후 1926년에 이미 표준 영어 발음 자문 위원회(The BBC's Advisory Committee on Spoken English)가 구성되어 표준어 발음 보급에 박차를 가했는데 그 초대 위윈장에 桂冠詩人 브리지스(Robert Bridges)가 취임했고, 나중에 극작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그 뒤를 이었다. 수십 년 동안, 사투리 발음을 쓰는 사람은 취재 대상이 되지 않는 한, BBC 마이크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 지금도 우리가 BBC 세계 뉴스를 들으면 그 정확하고 품위 있는 BBC 발음에 매료되고 만다.1)
  그런데 요즈음 BBC의 나라 영국에서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의 음성 언어(spoken English) 능력 저하를 문제 삼고 나섰다. 1995년 10월 18일에 나온 신문 The Week1y Te1egraph를 보니 제10면에 교육부 장관 셰퍼드(Gi11ian Shephard) 여사의 일반 중고등학교 음성 영어 교육 강화 조치 발표에 대한 기사가 났다. 즉 학교에서 학생들의 음성 영어(“표준 영어를 분명하게 말하는 능력”) 졸업 성적을 영어 과목 성적과 별도로 기록하게 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말씨로 의사소통을 잘못하는 사람은 취직이 잘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배경 설명이다. 학교에서 음성 영어 훈련을 강화하는 운동을 주도할 위원회 책임자로 ITN 방송 앵커맨(영국에서는 news reader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만) 먹도널드(Trevor McDona1d) 씨를 임명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2년에 걸쳐 25만 파운드(약 3억 2천만 원) 예산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2) 영국에서는 지역 사투리를 쓰면 방송 기자는커녕 유명 백화점 점원으로도 취직이 안 된다. 취직이 된다 해도 발음이 나쁘면 어느 직장에서나 진급이 안 되는 곳이 영국이다. 표준말 발음을 국민 단결 접착제로 인식하는 노련한 정치 기술의 원격 조종 내지 분위기 조성 결과가 아닌가 한다.


Ⅲ. 표준말과 사투리의 방송 효과 차이

  표준어 발음 방송은 정부가 어느 지역 국민한테서도 불필요한 미움을 사지 않고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데 크게 주효할 뿐 아니라 실제로 행정적 능률을 높이는 데도 그게 기여한다. 표준어 발음 사용이 행정 公報나 교육 내용 전달에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 잘 알려 주는 과학적 보고서가 있다.1985년 12월 13일 런던 타임스(The Times) 제9면 머리기사를 보면 방송에서 사투리로 뉴스를 들을 때 표준말 발음으로 들을 때보다 전달 효과가 20% 감소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국 랑카스타 대학 심리학과에서 실험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뉴스를 들려 준 직후 실시한 내용 파악 시험 성적을 보면 보통 그렇다는 것이다. 뉴스를 들은 직후에도 그렇지만 여러 달 후에 과거에 들은 내용을 회상시켜 보아도 역시 사투리로 들은 것은 기억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투리 방송 때문에 생기는 민심 이반, 행정 비능률에 대한 인식이 있다면 어느 정부가 사투리투성이 공영 방송 또는 봉공 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ing)을 마냥 보고 그냥 놓아두겠는가? 오로지 이런 엄연한 사실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의 정부만이 사투리 방송을 방관·묵인·허용할 것이다.
  1985년 10월 9일부터 1주일간 필자는 멕시코 틀락스칼라(Tlaxcala)에서 열린 유네스코 IAA(국제 조형 예술 협회) 제14차 총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가까이 만난 십여 개국 대표들에게 각각 자기 나라 뉴스 방송에 사투리가 섞이는 정도를 조사하는 설문지를 돌렸는데 여덟 나라(덴마크, 멕시코, 베네수엘라, 불란서, 스웨덴, 일본, 핀란드, 호주) 대표가 대답을 해 보내왔다. 100% 표준말 발음이라고 대답한 것이 여덟 나라 중 여섯이고, 지역 방언 발음이 10% 또는 20% 섞인다고 대답한 것이 각각 한 나라씩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KBS 1TV 밤 9시 뉴스에 사투리 발음이 섞이는 정도는 무려 70%된다. 이것은 실로 남이 알까 두려운 창피스러운 정도인 것이다.


Ⅳ. 우리나라 표준말

  우리나라 표준말은 천 년 이상 수도권 지역인 경기도 복판 서울말이다. 그러나 수도권 말이 항상 자동적으로 표준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표준말 조건은 어느 나라에서나 결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방언이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이 잘 이해하고 “듣기 좋다”고 하는 방언이라야 한다. 그것이 영국에서는 BBC 영어인데 이것은 결코 런던 지역 방언이 아닌 것이다. 이태리 표준말은 수도 로마 지역 방언이 아니라 훌륭한 문학 전통을 가진 피렌체 말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듣기 싫다고 하는 지역 방언은 수도를 그리 옮기고 수백 년이 지나도 표준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지역 사람이나 가장 “듣기 좋다”고 하는 방언은 서울말이다. 이정민 교수 논문을 보면(李廷玟 1981 참조) 남한에서 경기도 밖 타도 사람 75% 이상이 서울말을 듣기 좋다고 하고 서울·경기도 사람은 92%나 서울말이 듣기 좋다고 한다. 전 런던대(SOAS) 한국어 교수 킹(Ross King) 박사가 국제 한국어 교육학회(1992 연세대)에서 발표 중에, 함경도 방언에 가까운 ‘고려말’을 쓰는 소련 교포 말을 인용 소개한 것을 들으면, “자기들이 쓰는 말은 ‘거적때기’ 같은데 서울말을 들으면 마치 ‘비단결’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서울말/표준말 발음으로 방송을 할 때 가장 큰 환영을 받으리라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러면 비단결 같다는 서울말 발음을 제대로 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것을 음성학적으로 말하면 이야기가 공연히 어려워지지만 우선 모음 9개(a ɛ ɒ e o u ɤ ɯ i)를 제대로 내야 한다. ‘에/애, 으/어’ 구별은 물론 ‘어’ 字의 두 가지 음가 /ɒ/와 /ɤ/가 (‘丁씨/鄭씨’ 또는 ‘적어(筆記 jaugau)/적어(少量 jeuhgau)’처럼) 무의식적으로도 저절로 구별되어 나와야 한다. ‘의’ 字의 제 음가와 딴 음가 세 가지 (가령 ‘意義의’=[:으이에])를 제대로 가려 쓸 줄 알아야 한다. 거기에다가 긴 모음, 짧은 모음이 정연하게 리듬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반모음 2개, 자음 19개를 쓴다. 거기에다 소리 크기, 높이, 빠르기 억양이 제대로 맞아야 된다. 일반 언어학자들의 통설을 적용하면, 딴 방언을 쓰는 사람은 서울-경기도에 와서 내리 3대를 살아야 이것을 다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음성학 훈련을 통해서는 아주 빨리 배울 수 있다. 이야기를 쉽게 하기 위해서 서울말/표준말 발음 사용자 예를 들어 본다. 과거에 방송을 통해 그 말소리가 잘 알려진 사람들 중에서 우연히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대로 몇 사람 적어 보면, 이희승, 남광우, 이서구, 조풍연, 최규하, 이계익, 이부영, 강영숙, 임택근, 이계진, 주상현, 최불암, 김상순, 오승룡… 같은 분들이 포함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발음을 90점 이상이라 할 때 우리나라 TV 뉴스 방송 언어 발음은 몇 점이나 될까? 지금부터 그 점수를 매겨 보기로 한다.


V. 우리나라 TV뉴스 발음

  짧은 기간 동안에 단 한 사람이 방송 언어 발음을 관찰할 때 방송 전체를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지 않은가? 관찰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 우선 이 방송, 저 방송, 라디오, 텔레비전3) 이런 프로, 저런 프로를 예비적으로 두루 대강 들어 보다가 뉴스 방송, 그중에도 심한 사투리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KBS lTV 저녁 9시 뉴스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필자가 더러 국어 낭독 대회 (대한 음성학회/한글 학회), 영어 웅변 대회 (KBS) 심사 위원 노릇을 할 때 한 것처럼 방송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적어 가며 그들의 발음(자음·모음·길이·높이·크기·속도·억양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 기록하기로 했다. 평가는 발음 정확성을 4등급으로 나누어 점수화하기로 한다. 관찰 기록은 장기간 매일 한 것이 아니라 필자 사정에 따라 주로 1895년 8월부터 10윌 사이에 MBC TV 밤 9시 뉴스를 서너 번, SBS 저녁 8시 뉴스를 대여섯 번. KBS 1TV 밤 9시 뉴스를 열 번쯤. 완전 무작위 우연 선택으로 관찰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요즈음 방송 언어 발음 실태는 방송국마다 그날그날 비슷한 형편이므로 이쯤만 가지고도 전체를 조감(鳥勵하는 데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1. MBC TV 밤 9시 뉴스 발음

’95. 10. 25. (水)
잘한다 (90점)
웬만하다 (70〃)
모자란다 (50〃)
안 되겠다 (10〃)

21인
6인
6〃
8〃
1〃

─────────────────────
21인 평균: 65점

’95. 10. 27. (金)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5인
10인
2〃
12〃
1〃

─────────────────────
25인 평균: 66점

’95. 10. 28. (土)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16인
5〃
3〃
7〃
1〃

─────────────────────
16인 평균: 64점

      * MBC 밤 9시 뉴스 발음 3일 평균: 65점


        2. SBS 저녁 8시 뉴스 발음

’95. 8. 8. (火)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13인
6인
3〃
4〃
0〃

─────────────────────
13인 평균: 73점

’95. 8. 25. (金)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5인
15인
7〃
3〃
0〃

─────────────────────
25인 평균: 80점

’95. 8. 30. (水)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되겠다(10〃)

18인
8인
2〃
7〃
1〃

─────────────────────
18인 평균: 68점

’95. 8. 31. (木)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되겠다(10〃)

23인
11인
2〃
7〃
3〃

─────────────────────
23인 평균: 66점

’95. 9. 12. (火)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16인
4인
2〃
8〃
2〃

─────────────────────
16인 평균: 58점

’95. 10. 23. (月)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17인
7인
3〃
7〃
0〃

─────────────────────
17인 평균: 70점
        * SBS 저녁 8시 뉴스 발음 6일 평균: 69점


        3. KBS lTV 밤 9시 뉴스 발음
’95. 8. 11. (金)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3인
4인
7〃
8〃
4〃

─────────────────────
23인 평균: 56점

’95. 8. 22. (火)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2인
5인
3〃
6〃
8〃

─────────────────────
22인 평균: 47점

’95. 8. 25. (金)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9인
3인
3〃
13〃
10〃

─────────────────────
29인 평균: 42점

’95. 8. 8. (月)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4인
6인
4〃
6〃
8〃

─────────────────────
24인 평균: 50점

’95. 8. 29 (火)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4인
2인
5〃
5〃
12〃

─────────────────────
24인 평균: 38점

’95. 8. 30. (水)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3인
3인
2〃
6〃
12〃

─────────────────────
23인 평균: 36점

’95. 8. 31. (木)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6인
3인
3〃
11〃
9〃

─────────────────────
26인 평균: 43점

’95. 9. 1. (金)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4인
4인
3〃
7〃
10〃

─────────────────────
24인 평균: 43점

’95. 10. 23. (月)
잘한다 (90점)
웬만하다(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3인
6인
2〃
9〃
6〃

─────────────────────
23인 평균: 52점

’95. 10. 24. (火)
잘한다 (90점)
웬만하다 (70〃)
모자란다(50〃)
안 되겠다(10〃)

21인
3인
2〃
11〃
5〃

─────────────────────
21인 평균: 48점

        * KBS 1TV 밤 9시 뉴스 발음 10일 평균: 46점 (낙제)


    4. 발음 문제점 분석

  문학 평론가가 작가에게 자극을 주듯 음성학자가 방송 언어 발음을 체계적으로 비판하면 개선에 도움을 주겠건만 우리나라에서는 음성학자 수도 너무 적고 외국 학자들처럼 개인 말씨 발음을 표기하거나 그것을 주제로 논문을 쓴 예도 아직 없는 듯하다. 그러나 딴 나라에서는 특정인의 발음을 음성학적 고찰 대상으로 삼아 저서나 논문에 소개하는 수가 많다. 가령 워드(Ida C. Ward)가 60년 전 영국왕 조지 5세의 1935년 성탄절 담화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1937년 의회 연설을 표기해서 자기 저서에 실은 것을 비롯해서 (Ward 1945/1962 참조), 몇 년 전에 반 뷔런(Luke van Buuren)이 국제 음성학회 논문집에 발표한 영국 수상 대처 여사의 방송 대담 발음 정밀 분석(van Buuren. 1988)에 이르기까지 음성학적 고찰 결과를 볼 수 있다.
  표준말 발음으로만 방송을 하는 곳에서 는 방송인의 발음을 새삼 문제 삼아 논문을 쓸 거리가 없을 터이라 저명인사 발음이 논문 재료로 등장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발음보다 더 문제되는 것이 직업 방송인의 발음이다.4) 방송 기자나 특파원의 이름을 밝히면서 그의 발음을 규범적 발음과 비교하는 일이 음성학 연구가 미미한 현재 우리나라 학계에서 아직 드문 일이라 거명되는 당사자들이 당혹해 할는지 모르지만 연구자가 그들 자연인에게 전혀 악의가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의 知的 우수성 같은 딴 면을 존경하면서 오직 발음에만 초점을 맞추는 학술적 고찰이니 본당자들은 부끄러워 하거나 고깝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처럼 띄엄띄엄 고찰한 경우에, 더 나쁜 발음을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관찰 기록 대상이 되지 않은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수십 년간 사투리 방송인을 채용해 온 방송국 수뇌부 사람들이 그들의 표준 발음에 대하 인식 부족을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공영 방송을 감독하는 정부나 국정 감사를 하는 국회의원들(특히 야당 의원들)이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사투리 방송을 전혀 문제 삼지 않은 그 지식 정도, 의식 수준이 우리의 국민적 수치일 따름이다. ’95년 10월 하순. 11월 초순, 이 논문을 쓰는 동안 노태우 祕資金 파문으로 날마다 전국이 들끓고 있지만, 크게 보고 멀리 헤아리면, 그것을 보도하는 방송 기자의 사투리 발음 문제가 오천억 원 돈 문제보다 더 심각한 국가적 문제인데 그것을 느끼고 아는 언론인, 정치인, 經世家는 몇 사람이나 되는지? 우리 국민이 가난을 벗은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온통 돈에만 관심이 있고, 다른 차원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말에는 아직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 지금부터 관찰 기록에서 큰 문제점으로 부각된 사항을 분석해 보자 (존칭 생략).


        (1) ‘으/어’ 혼동 내지 미분화
’95. 6. 4.(이청수) [금모습]→[건모습](겉모습)
8. 4.(안일만) 정폭→ 증폭(增幅)
8. 29.(이춘호) 극정→걱정
8. 30.(강석훈) 서물다섬명→[스물따선명](스물다섯명)
  * 그 밖에 성창경, 신성범, 오금주, 정수원, 서영명 (sbs 허원제)…도 ‘으/어’를 혼동한다.


        (2) ‘丁/鄭’ 혼동
  이 경우는 음질(quality), 음량(quantity)이 모두 구별되어야 하는데 한글 원고로 구별이 안 되기 때문에 MBC 엄기영 씨를 비롯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틀린다. 그래서 나머지 거명을 생략하지만 뒤쪽 모음(back vowel)에서 ’頂上(jaungsahng)/正常(jeuhngsang), 先手(saunsou)/選手(seuhnsou), 적어(筆記, jaugau)/적어 (少量, jeuhgau)……’를 혼동하면 마치 앞쪽 모음(front vowel)에서 ‘애/에’를 혼동하는 것과 똑같아서 앞뒤 대칭 모음 체계가 일그러지고 서울말/표준말이 되지 않는다. 말할 때 100% 구별하는 사람도 한글 원고를 읽을 때 곧잘 틀린다. 이것을 구별해 적지 못하는 데에 현행 한글 맞춤법 최대 맹점이 있다.


        (3) ‘에/애’ 혼동 내지 미분화
’95. 8. 25.(성창경) 채고→ [:췌고](最高)
8. 28.(장한식) 새력→ [:세력](勢力)
8. 30.(김성모) 새명→ [:세명] (三名)
8. 31.(김인영) 제정(制定?)→[재정](財政)
11. 6.(용태영) 데여섬명→[:대여선명](대여섯명)
  * 그 밖에 김용석, 김의철, 김충환, 박재용, 방석준, 백운기, 이준희, 이흥철, 장기철, 한재호 (sbs 이찬휘)……도 ‘에/애’를 혼동한다. 그리고 더러 김종진도 그것을 혼동할 때가 있다.


        (4) 모음 길이 혼동
  이것도 현행 한글 맞춤법 표기상 구별이 안 되는 것이라 많이들 틀리지만 표기 방법만 고안되면 누구라도 쉽게 구별해 발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현행 맞춤법은 가령 영어 eat/it, feel/fill...을 같은 철자로 적고, 문맥에 따라 뜻과 발음을 구별하라는 것과 같다. 한글 맞춤법 表音 未備點 보완이 시급하다.
’95. 8. 4.(용태영) 대검(帶劍?)→:대검(大檢)
8. 1.(박영환) 상공(商工?)→:상공(上空)
8. 22.(성창경) :바다→바다(海)
8. 28.(권순범) :방안(訪-?)→방만(方案)
8. ″ (박태서) :군(郡?)병력→군(軍)병력
8. 28.(김형근) 한정(閒靜?)→:한정(限定)
8. 29.(박태서) :가재(石蟹?)→가재(家財)
8. ″ (홍지명) :가전(假傳?)제품→가전(家電)제품
8. 31.(김형근) 고철(高哲?)→:고철(古鐵)
8. ″ (안형환) 조기(石首魚?)→:조기(早期)
10. 24.(sbs김형민) 무장(無腸?)→:무장(武裝)
  * 그 밖에 강석훈, 김인영, 김충환, 박찬욱, 신성범, 이재호, 이희찬, 임창근, 장한식, 정수원 등 많은 사람이 모음 길이를 잘못 발음한다.


        (5) 사이된소리 유무
’95. 5. 15.(김홍) 잘 싸는 → 잘:사는(生)
5. 26.(성창경) [소립]혹파리→[솔립]혹파리(솔잎~)
8. 4.(박재용) 원껵(元格?)→:원격(違隔)
8. 22.(박태서) 원껵(元格?)→:원격(違隔)

*

漢字 모르는 사람들이 隔과 格을 구별 못하는 데서 유추 현상으로 생긴 착오인데, KBS 편저 ‘한국어 발음 대사전’ 자체에 이 발음이 틀려 있다.
<참고> [간격] (間隔)
[인껵] (人格)
8. 7.(용태영) 부정쩍(不正쩍?)→:부정적 (否定的)
8. 22.(장혜윤) 일쌈(1·3)은 →:일(事)삼은
8. 30.(이창룡) 창꼬→창고(倉庫)
8. 28.(안형환) 금본쩍→근본적(根本的)
8. 29.(임장훈) 불뻡→불법(不法)
10. 24.(이일화) 〃 → 〃
10. ″(강석훈) 방뻡→방법(方法)
10. ″(이동채) 정껵(正格?)→전격(電擊)

*

「電擊」의 경우도 漢字 모르는 사람들이 擊과 格을 구별 못하는 데서 생긴 착오인데 KBS 편저 발음 대사전 자체에도 틀려 있다.
<참고> [:진격, 반격, :공격…](-擊)
[:인껵, 품격, :성껵…](-格)


        (6) 수의적 자음 접변 문제
  ‘국민’을 [궁민]으로 발음하는 것은 국어에서 필연적이지만 ‘인민’을 [임민]으로 발음하는 것은 필연적이 아니라 때와 곳에 따라 선택하는 수의적인 것이다. 이때 자음 접변에 따른 쉬운 발음은 집안에서 가족끼리 편하게 말할 때, 또는 친구들끼리 사석에서 아무렇게나 말할 때 주로 쓰는 것이 서울말 관행인데, 공석에서 정중히 말할 때 이 미끄덩 넘어가는 쉬운 발음을 쓰면 다소 무례하거나 미련하거나 무식하게 들린다는 것이 표준어 사용권 사람들의 언어 감각이다. 뉴스 방송에서 이런 발음을 쓰면 물론 호감을 받지 못한다.
’95. 5. 15.(이청수)
5. 25.(용태영)
5. 〃 ( 〃 )
8. 7.(김명화)
8. 8.(이준희)
8. 〃 (장기철)
8. 14.(김인영)
8. 22.(김성모)
8. 〃 (안일만)
8. 28.(장한식)
8. 〃 (안형환)
8. 〃 (김형근)
8. 28.(정수원)
8. 〃 (박승규)
8. 29.(김의철)
8. 30.(임창근)
8. 〃 (박상범)
8. 31.(장동훈)
8. 〃 (엄경철)
8. 〃 (강석훈)
10. 23.(성창경)
급보기→겉보기
첨만윈→천만원
형금→:현금(現金)
남민→난민(難民)
점면→전변(全面)
이름바→이른바
함반도→한반도
땀판→딴판
정국(政局?)→전국(全國)
줌비→:준비(準備)
금본쩍→근본적(根本的)
섬물→:선물(膳物)
왕강히→완강히
돔봉투→:돈봉투
검물→:건물(建物)
섬발→선발(選拔)
점북→전북(全北)
위암부→위안부(慰安婦)
유엥가→:유엔(UN)과
유임물→유인물(油印物)
앙코→않고[안코]


        (7) ㅎ탈락 문제
’95. 8. 8.(안형환)
8. 9.(백운기)
8. 25.(조석준)
8. 29.(김형근)
8. 30.(장기철)
8. 30.(용태영)
10. 24.(김의철)
육악년→육학년[-캉-]
회복알→회복할[-칼]
시작아는→:시작하는[-카는]
고집에서→고집해서 [-:패서]
시작안→:시작한[-칸]
참석에서→참석해서 [-:캐서]
추적아는→추적하는[-카는]
* 유근찬 씨도 ‘핵확산’을 ‘핵왁산’으로 발음한 적이 더러 있었다.


        (8) 그 밖 몇 가지
  일본 고유 명사, 가령 ‘동경, 대판, 풍신수길, 이등박문, 시사(통신), 일본 경제(신문)……’ 같은 것을 우리말 방송에서 우리 漢字音 대신 日本 漢字音으로 읽는 것은 왜정 말기,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조선 총독부 강제 명령으로 시작된 것인데, 해방 후에도 이 어이없는 ‘앵무새 놀이’가 50년이나 계속되었다. 여기서 마땅히 再論하고 싶지만, 필자가 이미 여러 번 지적한 것이므로 생략하고(兪萬根 1995 참조) 딴 문제들을 기록한다.
’95. 5. 14.(송지헌)
6. 4.(이청수)
언제나 (용태영)
〃 〃
8. 4.(유근찬)
8. 9.(박승규)
8. 〃 (이준희)
8. 11.(백운기)
8. 22.(김종진)
8. 〃 (이흥철)
8. 25.(이재호)
8. " (이정훈)
8. 25.(용태영)
8. 〃 (강석훈)
8. 26.(장현규)
8. 〃 (백수연)
8. 30.(서영명)
8. 〃 (이춘호)
8. 〃 ( 〃 )
8. 〃 ( 〃 )
9. 1.(성창경)
9. 〃 (sbs서쌍기)
10. 25.(최기화)
맨날→만날
올말→월말(月末)
[하미다]→[함니다](합니다)
[이쓰미다]→[이씀니다] (있습니다)
벅구→복구(復舊)
새벽→새벽(晨)
[복사]→[복싸](複寫)
시운→:쉰(50)
[넙께]→[널께](넓게)
서슴치→[서슴찌](서슴지)
시운→:쉰(50)
시운→:쉰(50)
[발생]→[발쌩](發生)
만하→:만화(漫畵)
[일사]→[일싸](1-4)
이언하→:이원화(二元化)
[발사체]→[발싸체]
문시→문씨(文氏)
고시→고씨(高氏)
[활룡]→[화룡](活用)
[색소]→[색쏘]
퍼셴트→퍼센트(%)
[필료]→[피료](必要)
* 10월 23일 KBS 유근찬 씨가 ‘赤裸裸’를 ‘적나나’로 발음한 것은 잘한 것이다(李熙昇: ‘국어 대사전’ 修正 增補版. 1982 참조). 더러 ‘적나라’로 표기한 사전이 있지만 그것은 국어 二重頭音法則을 모르고 잘못 적은 것이다. 같은 예로, ‘내내주’(來來週)를 ‘내래주’라 하면 말이 되는가? (兪萬根. 1991b. 참조)


        (9) 「끊어지다/끈이다/끊기다?와 ?여물다/염글다/영글다」
  ‘끊다’의 피동형은 서울말로 ‘끊이다’와 ‘끊어지다’ 두 가지가 있는데 요즈음 남부 방언인 듯한 ‘끊기다’가 북상하여 방송에까지 자주 나오는데 문제는 그 발음이다. 철자에 따라 ‘끈키다’로 발음하는 사람과 ‘끈기다’로 발음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말은 원래 서울말이 아니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어려서 들어 본 적이 없고, 어느 것이 표준 발음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어쨌든 우연히 관찰 기간 중 들은 바는 다음과 같다.
’95. 8. 9.(정규웅) [끈기다]
8. 28.(구병회) [끈긴]
  그 다음, ‘여물다’는 열매가 익는다는 뜻인데 15세기 옛글에는 ‘염글다’로 적혀 있다. ‘염글다’를 자음 접변으로 쉽게 발음하면 [영글다]가 되는데 이 옛말을 서울에서 먼 지방에서는 아직도 많이 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말’이나 ‘비표준어’임에 틀림없다. 8월 29일 뉴스에서 박 모 기자가 ‘여물다’ 대신 ‘영글다’를 썼는데 굳이 농촌 기분을 내기 위해서 시골말을 쓴 것일까?


        (10) 띄어 읽는 법과 억양
  KBS 1TV 밤 9시 뉴스에 나오는 방송 기자가 50명이라면, 강석훈, 김용석, 김의철, 김형근, 박재용, 성창경. 신성범, 신춘범, 용태영, 이재광, 이창룡, 이춘호, 장기철, 장한식, 최기화를 포함해서 약 30명쯤은 사람에 따라 억양이 이상하고 띄어 읽는 법이 부자연스러우며, 이야기하듯 친근하게 말할 줄을 모르며, 마치 시골 농가에서 옆집에 대고 소리 지르는 듯 마이크를 들고도 악을 쓰는 수가 많다. 문맥에서 의미상 중요성 여부에 따라 단어별로 강약 조절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안 한다. 말씨 속도 조절도 잘 못해서 공연히 빠르게 하다가 문장 끝에 가서 ‘…라고 말했습니다’ 부분만 천천히 또박또박 잘 들리게 하는 사람도 있다. 감정이 개입될 필요 없이 담담하게 사근사근 말하면 될 보도 내용도 무슨 엉터리 시 낭송하듯 영탄조로 뚝뚝 끊어 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 서투른 국민학교 아이들의 부자연스러운 낭독 수준을 넘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Ⅵ. KBS의 寶石과 雜石

  KBS는 1927년에 방송을 시작한 경성방송국을 前身으로 한다. 1933년 4월 26일 우리말 방송을 제2방송이라 하여 따로 시작한 J0DK시절을 논외로 하더라도 KBS는 가장 오랫동안 우리 정통 표준말 전통을 이어오는 우리나라 대표적 방송 기관이다. 역대 유명한 최상급 방송인의 일터였으며 지금도 아마 표준말 발음 면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제일 많이 확보하고 있을 것이다. 1983년부터는 KBS 한국어 연구회라는 방송 언어 자체 연구 기구도 가지고 있으면서 방송 언어 순화에 온갖 정성과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비웃듯 같은 방송국 안에 완전히 다른 부류가 있다. 최근 삼사십 년 동안 방송 기구가 급격히 거대하게 되면서 무슨 기준으로 방송인을 뽑는지 음성 언어 발음 기준 없이 뽑혀 들어온 사람이 많다. 그래서 KBS는 발음상 최상급 방송인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에 한 지붕 아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최하급 방송인을 아울러 모아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날그날 소식을 종합 보도하는 밤 9시 뉴스에 등장하는 특파원이나 방송 기자의 음성 언어 실태를 듣고 보노라면, 위에서 수많은 항목을 들어 지적했듯이 실로 기가 차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저질인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불경스러운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노려보면서, 한 문장 안에서 말하는 속도가 빨랐다 느렸다 변덕스러워 알아듣기 힘든 데다가 모음을 무성음화하는 이상스러운 개인적 버릇 때문에 특히 청력이 나쁜 노인들 간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불평이 드높았는데도, 그런 방송인이 언어 밖, 화면 밖 딴 쪽에 무슨 매력과 능력이 있었는지 몇 년씩이나 뉴스 진행을 맡은 예도 있었다. 음성 언어 면에서 KBS는 옥석혼효(玉石混淆)로 명예를 잃었다.


Ⅶ.휘갑: 제언

        1. 방송 기자 선발 기준

  KBS에서 방송 기자 모집을 하면 10명 뽑을 때 600명 이상, 20명을 뽑을 때 1,200명 이상씩이나 응모자가 몰려온다고 하는데 이 60:1이 넘는 경쟁률을 가지고 저다지도 형편없는 방송 기자를 뽑은 것은 선발 기준이 상식이하로 잘못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인을 뽑는데 음성 국어 실력, 표준어 발음 실력을 제일 먼저 보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보는가? 영어나 일반 상식은 2차, 3차 문제인데 그것만 보고 뽑는가, 얼굴만 보고 뽑는가? 제안컨대, 우선 응모자의 음성 녹음 카세트만으로 정밀 예비 심사를 거쳐 모집인원의 10배수로 족할 테지만 넉넉잡고 20배수를 뽑아 그 사람들만 가지고 영어건, 상식이건 다시 시험을 보여 최종 선발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문명 사회 시청자를 모욕하는 사투리 방송 대신 선진국답게 모두가 듣기 좋아하는 표준말 발음 뉴스 방송을 못 할 리가 없다.


        2. 최상급 방송인에 대한 예우

  방송에시 우리 정통 표준말의 맥을 잇는 사람들은 우리한테 보석 같이 귀한 존재요, 우리 문화의 가장 높은 가지에 핀 아름다운 꽃이다. 이들은 스스로 크나 큰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그보다도 우리 사회가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경해야 한다. 그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할 줄 알아야 우리가 인문 상식을 갖춘 문명 사회인 이라 할 수 있다. 任宅根 씨 이래 천재적 방송인이 한창 일할 나이에 방송 제1선을 버리고 더 좋다는 곳을 찾아 나선 예는 무엇을 말하는가? 명료 정확한 발음으로 명성이 별처럼 찬연하던 방송 천재들이 무슨 상무니, 전무니, 무슨 위원이니, 의원이니 하는 다른 차원으로 내려가거나 심지어 딴 나라로 이민까지 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섭섭하고 가슴 아프다. ‘人間文化財’ (무형 문화재 보유자) 이상의 값진 존재들에게 방송국이나 사회나 문화계가 어떤 대우를 했기에 그들이 마이크를 놓을까? 딴 나라 같으면 백화점 점원도 되지 못할 발음상 저질인 방송인들 때문에 날마다 괴로움을 당하는 우리 국민이 이제 다 같이 반성하고 대책을 세울 때가 왔다.


        3. 사투리 발음 방송 기자에게 드리는 충언

  표준말 발음이 몸에 밴 사람도 한글로 된 방송 원고를 실수 없이 잘 읽자면 上聲點(:)으로 긴소리 표시 올린半點(’)으로 사이된소리 표시, 밑줄 세 가지(강한 정도에 따라 한 줄, 두 줄, 석 줄짜리 밑줄)로 강조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런데 표준말 발음이 아예 안 되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충언을 드리고 싶다. 표준말 발음의 어느 한 요소라도 제대로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무슨 노력을 해서라도 고쳐야 한다. 다행히 음성학 훈련을 받을 수 있으면 뜻밖으로 효과가 빠르다. 우리나라에 음성학 전문가가 새벽 하늘 별보다도 더 드물지만 그래도 있기는 있으니까 방송인이 뜻만 있으면 길은 있다. 혹시 노력해 고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어서 마이크를 놓고 제2선으로 물러나 방송국 딴 업무를 맡거나 아주 방송을 떠나 적에 맞는 딴 직업을 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방송인은 시청자의 반응이 좋아야 말할 맛이 나고 그날그날 즐거운데, 표준말 발음 요소 중 한 항목만 결여되어도 시청자의 불만을 사는 것은 둘째요, 첫째, 말하는 사람 스스로 느낌이 찜찜할 것이다. 그것이 여러 해 누적되면 결국 그 사람 인생을 그늘지게 하고 만다.


        4. 허술한 한글 맞춤법을 서둘러 補完하자.

  서울말/표준말 발음이 몸에 밴 사람도 한글 원고를 읽을 때면 말하듯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 것은 한글 맞춤법 表音未備點 탓이 크다. 漢字나 영어 단어는 일단 배워 놓으면 대개 언제나 제대로 읽을 수 있지만 한글 단어 경우는 서양 각국 로마자 철자에 비해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현행 맞춤법 때문에 아무리 유식한 사람도 문맥 없이는 제대로 못 읽는다.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은 그 字母가 우수하다는 말이지 결코 맞춤법이 우수하다는 뜻이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보배 같은 한글 字母를 꿰는 법이 서툴러, 예컨대 ‘밤밥’ (bahmbab, 粟飯 [:밤밥])인지 ‘밤밥’ (bam c'bab. 夜食[밤빱])인지, 또는 ‘성적’(seuhngjaug, 聖跡[스엉적」)인지 ‘성적’(seuhngczaug, 性的 [스엉쩍]) 인지 ‘성적’ (saungjaug, 成績)인지, 또는 ‘살 듯’은 [살뜯](sahl c’dud, 如買, 사다<미래>), [:살듣] (sahl dud, 如生, 살다<현재>), [:살뜯](sahl c’dud 如生, 살다<미래>) 중 어느 것인지 문맥 없이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학교에서 국어 발음 교육을 지금보다 백 배 강화해야 하는데, 한심하게도 아직은 그냥 내버려 두다시피한 상태다.
  자기 나라 표준말 발음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맞춤법을 가지고 당장 한글 전용을 하자는 것은 음운학적으로 너무나 무식한 소리에 불과하다. 글보다 중요한 것이 말이요, 한글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말이다. 우리말 발음조차 제대로 못 적어 표준말 보급이 어려울 정도의 허술한 맞춤법을 그냥 가지고 언제까지 字母 자랑, 한글 자랑만 할 것인가? 한글 맞춤법 보완을 서둘러 준비하자. 그래야 세종 대왕과 집현전 학자들께 후손으로서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5. 김영상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

  巨山 金泳三 대통령의 우리말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느꼈지만 지금 필자의 생각은 이제 와서 巨山이 발음 훈련을 받고 있기엔 너무 바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기 한 사람의 발음을 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더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지위에 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국어 순화, 표준어 발음 보급에 큰 공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정말 정치만 잘하면 자신의 이상한 발음쯤은 용서받을 수 있다. 그와 비슷한 취지의 글을 필자가 이미 1987년에 ‘방송과 사투리’라는 수필로 발표한 적이 있다. 거기서 조금 인용하면,
“…표준말이거나 사투리거나 그런 것쯤은 아예 문제가 안 될 때도 있다. ‘문체가 그 사람 자신’ (Le style est l'homme même)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람 됨됨이가 말에 나타난다. 가령 진실이 오붓이 담긴 말, 결곡한 인품이 드러나는 말, 어떤 분야에서 평생을 정진하여 입신(入神)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무렇게나 툭 던지는 듯한 한마디 요긴한 말, 이런 말은 표준말 또는 사투리 이전에 그 인품이 와 닿기 때문에 감동을 주기도 하고 경의(敬意)가 저절로 우러나게도 한다. 마치 추사(秋史) 글씨라도 보는 느낌이다. 사투리라도 좋으니 나는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싶다. 그러나 방송인의 말, 그것도 직업적인 방송인의 말이 사투리 말버릇을 못 벗은 경우에는 추사는커녕 마치 활자(活字) 아닌 악필(惡筆)로 된 신문을 대하는 느낌이 드는 것을 금할 수가 없다……” ((隨想集: ‘書窓에 불을 밝히고’ 第三企劃. 1987))
  그러니 대통령이 부패 비리 척결, 부정 선거 일소 같은 역사적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국민의 지지를 크게 받기만 하면 사실 부정확한 발음쯤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업 방송인의 틀린 발음을 우리가 마냥 듣고 견디기만 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옳지 않다.
  영국이 BBC 영어를 앞세우고 “세계화”를 이루듯 한국은 표준 한국어 발음을 세계 딴 나라 사람들한테 알리고 가르치는 것으로 “세계화” 내용의 중요 일부를 삼아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처럼 국내 뉴스 방송에서조차 국민 분열을 조장할 만큼 표준말 발음 사용이 안 된다면 우리의 “세계화”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나 희떠운 ‘口頭禪’ 밖에 안 될 염려가 있다. 휘하에 리셜리외 같은 명재상이 있으면 따로 지시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으면 대통령 자신이 자기의 발음은 어떻든 간에 대통령의 큰 경륜과 강한 의지로, 주저하지 말고 방송 언어 발음을 철저히 순화시켜, 지금 ‘사투리 범벅’의 대명사밖에 안 되는 KBS 한국어를 BBC 영어, NHK 일본어처럼 표준 한국어 발음의 대명사가 되는 데까지 격상시켜 놓아야 한다. 그러면 그 공적은 대통령의 어느 공적 못지 않게 우리 문화사에 우뚝하고 찬연하게 기록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김영삼 대통령의 옳은 일에 대한 신념을 믿으며, 선진 유럽의 리셜리외 못지 않게 標準語 發音 放送 政策을 강력히 추진할 지혜로운 결단을 간절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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