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언어】

남북한 언어의 차이(1)

金敏洙 / 고려 대학교 명예 교수


Ⅰ. 국어 순화와 말다듬기

  신문과 방송 등에 남북 언어의 차이가 보도되고, 때로는 북한에서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 헬리콥터를 ‘직승기(直昇機)’라 한다고 하여 언어 차이를 심각하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얼음보숭이’라는 말의 뜻을 알고 어떤 사람은 묘하다고 하고, ‘직승기’의 뜻을 알고는 그럴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예는 북측에서 단독으로 이른바 말다름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일으켜 다듬은 말이다. 말다듬기는 그 사이 남측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계속 진행해 온 국어 순화에 해당하는데, 이런 말은 다듬지 않았다.
  동일한 민족이라도 장막으로 막혀 남북 분단 반세기를 겪은 만큼, 언어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어디까지나 어휘의 차원에 속한다. 어휘의 차원이라는 것은 음운이나 문법의 체계에서는 동질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종종 귀순자의 기자 회견을 보면서 그들의 말을 거의 막힘없이 알아듣는다. 때로는 북측의 방송이나 신문 같은 출판물에 대해서도 낯선 단어가 다소간 있기는 하더라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난처해 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요컨대, 남북의 언어 차이는 공용어로 채택한 북부 방언, 정치 제도의 차이로 생긴 말, 말다듬기로 만든 다듬은 말 등에서 많이 나타난다. 방언은 긴 역사 속에서 자연히 형성되었으나, 제도에 관한 어휘나 다듬은 말은 인공어의 성격이다. 이런 인공어는 우리말 구조로 구성되어도 전 지역에서 쓰이는 공통어가 되기 전에는 역시 방언의 성격이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으로 갈렸어도 단일 민족이며 단일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방언의 존재가 단일 민족을 부정할 아무 이유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1.1. 한자어의 말다듬기

  북한의 우리말 도로찾기도 광복 후 시급한 일제 잔재의 일소 방법으로 적극화했으나, 본격적인 운동은 1964년 이른바 김일성의 1·3교시에서 비롯된다. 이 교시에서는 한자어와 외래어를 대담히 정리할 것을 주장했다. 우선 한자어는 우리말 어근(語根)으로 발전시킬 것을 전제하고, 예를 들어 못이라는 우리말을 가지고 ‘나사못, 타래못, 나무못,’ 하듯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돈육, 자돈, 모돈, 묘목, 묘포전’ 등과 같이 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 많다면서 순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 문제는 가령 ‘돼지우리, 뽕잎, 뽕밭, 누에치기, 명주’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돈사(豚舍), 상엽(桑葉), 상전(桑田), 양잠(養蠶), 잠견(蠶絹)’ 하는 말을 왜 쓰겠는가고 반문하고, ‘연소(煙草), 석교(石橋)’ 등도 ‘담배, 돌다리’라는 말을 찾아서 쓰는 것이 좋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완전히 우리말로 되어 버린 한자어 ‘방(房), 학교(學校), 과학기술(科學技術), 삼각형(三角形)’과 같은 말까지 고칠 필요는 없다. 구태어 학교를 ‘배움집’, 삼각형을 ‘세모꼴’로 고친다고 하면 그것은 하나의 편향(偏向)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사업, 농업, 공업’과 같은 많이 다 써야 하기 때문에 ‘업(業)’이란 말도 없앨 수 없으며, 특히 과학 논문이나 정치 보고에서는 한자어가 비교적 많이 쓰일 수 있다고 하여 ‘연합회, 분과회’ 같은 말은 그냥 쓸 수밖에 없다는 예외를 두었다. 즉 고유어와 한자어가 있을 경우에는 되도록 고유어를 쓰며, 일정한 한자어를 쓰되 우리말로 굳어진 것만을 쓰고 범위를 제한하며, 새로운 한자어를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유한 어근을 기본으로 하여 풍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선어를 발전시키기를 위한 몇 가지 문제”란 제목으로 1964년에 국어학자들과 한 담화였다. 1966년에는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나갈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역시 국어학자들과 한 담화 이른바 5·14교시를 지&시했는데, 여기서도 이 문제를 거듭 강조했다. 보충된 것은 일본식 한자어, 지명의 순화, 어린이 이름짓기 등에서 말다듬기의 세세한 방안에 이르고 있다. 강령적(綱領的)이라고 하는 이 교시를 받들고 많은 어휘를 다듬었다. 알려진 예를 열거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김일성 1·3교시의 예(×표 불가)
상엽→뽕잎, 상전→뽕밭, 상목→뽕나무, 양잠→누에치기, 잠견→명주(明紬), 잠사(蠶絲)→명주실, 돈사→돼지우리, 십구세(十九歲)→열아홉살, 연소→담배, 석교→돌다리, ×학교→배움집, ×삼각형→세모꼴, (사과 이름)→북청(北靑), 황주(黃州)
    고치지 말 것: 방, 과학기술, 업, 사업(事業), 농업(農業), 공업(工業), 련합회(聯合會), 분과회(分科會)
    다듬을 것: 돈육(豚肉), 자돈(雌豚), 모돈(牡豚), 모목(苗木), 묘포전(苗圃田)
2) 김일성 5·14교시의 예(×표 불가)
사업시간(事業時間)→일하는 시간, 오침(午寢)→낮잠, 하복(夏服)→여름옷, ×기차(汽車)→불술기(함경 방언), 적암(赤岩)→붉은바위, 석교동(石橋洞)→돌다리골, 지하(地下)→땅속, ×지하투쟁(地下鬪爭)→땅속투쟁, 심장(心腸)→염통, ×평양은 나의 심장→평양은 나의 염통, 기척(←氣着)→차렷, 일기(日氣)→날씨, ×일기예보(日氣豫報)→날씨예보, 표준어(標準語)→문화어(文化語), 일상용어(日常用語)→늘 쓰는 말
    고치지 말 것: 최고인민회의(最高人民會議), 법칙(法則), 갱도(坑道), 방독면(防毒面), 우(優), 량(良)
3) 1986년 이전의 다듬은 말
가로수(街路樹)→거리나무, 각색(脚色)→옮겨지음, 감도(感度)→느낌도, 군도(群島)→떼섬, 근사치(近似値)→가까운값, 기금(基金)→밑돈, 기성복(旣成服)→해논옷, 로안(老眼)-돋보기눈, 륵막염(肋膜炎)→가슴막염, 모성유전(母性遺傳)→어미유전, 방사형(放射形)-바퀴살모양, 붕괴약(崩壞藥)→부서짐약, 비중(比重)→견줌무게, 술어(述語)→풀이말, 식도(食道)→밥길, 양상(樣相)→모양모습, 열용량(熱容量)→열들이, 완구(玩具)→놀음감, 음운(音韻)→뜻소리, 음정(音程)→소리사이, 자화상(自畵像)→제모습그림, 정전기(靜電氣)→고요전기, 조숙성(早熟性)→쉬자람성, 주어(主語)→세움말, 진정제(鎭靜劑)→가라앉힘약, 채권자(債權者)→빚받을자, 청사진(靑寫眞)→푸른사진, 투영(投影)→비추기, 폐차(廢車)→못쓸차, 함량(含量)→들어있는량, 현안문제(懸案問題)→걸린문제, 후불(後拂)→뒤치르기 등

        1.2. 외래어의 말다듬기

  외래어도 한자어와 함께 일찍이 순화 대상으로 삼았으나, 본격화한 것은 역시 1·3교시에서 시작되었다. 이 교시에서 외래어도 정리하여 우리말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예를 들어 시험(試驗)을 ‘에끄자멘’, 학급(學級)을 ‘클라스’라고 하고, 지금 ‘쁠란’과 ‘계획(計劃)’, ‘템포’와 ‘속도(速度)’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말을 쓰는 것이 대중에게 더 알기 쉽다고 했다. 더구나 양복저고리를 ‘우와기’, 양복바지를 ‘즈봉’이라고 계속 일본 말을 쓰고, 특히 광산에서 쓰는 말에는 일본 말이 아주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문제는 가령 사과 이름 ‘욱(旭), 축(祝)’은 일본 말 ‘아사히, 이와이’를 조선식으로 발음한 것인데, 우리 것이면 우리 이름을 붙여야 할 것이다. 술 이름 ‘샴팡’이 프랑스 지명, ‘모태주’의 모태(茅台)가 중국 귀주의 지명이듯이, 많이 나는 사과의 산지에 따라 북청이나 황주라고 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 없앨 수는 없고, 특히 과학 기술 용어는 적지 않게 써야 할 것이다. 가령, ‘뜨락또르, 선반, 볼반, 타닝반’과 같은 말은 원래 우리에게 없던 것이기 때문에 그냥 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한자어를 일정하게 쓰더라도 중국말을 발음만 고친 ‘공작보고(工作報告), 화차참(火車站), 공인계급(工人階級)’ 등은 쓰지 말고, 다 아는 ‘사업보고, 정거장, 로동계급’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고유 명사는 일본 말이나 중국 말로 할 것이 아니고 직접 그 나라의 발음에 따르는 원칙을 제시했다. 숫자에 세 단위씩 점쳐 올라가는 것이 세계 공통적이기 때문에 그대로 한다는 것과 같이, 외래어에서도 각국의 차이보다 세계 공통적인 것을 그대로 따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5·14교시에서도 이 취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보충된 내용은 교류를 통하여 발전된 나라의 말이 들어오게 되어 외래어가 생기는데, 외래어는 처음 들어올 때 제때에 우리말로 고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돼지 ‘대백종(大白種)’, 소련종지 ‘씨비리북부종’을 ‘중화재래종(中和在來種)’과 평양에서 교배한 종자를 ‘평양종’이라고 이름을 붙인 방식을 예로 들어, 그것이 얼마나 부르기 좋으냐고 찬양했다. 다른 것도 이렇게 우리말로 고치라는 뜻이다. 종종 거론되는 예를 보이면 대략 다음과 같다.
4) 김일성 1·4교시의 예
공작보고→사업보고(事業報告), 화차참→정거장(停車場), 공인계급→로동계급(勞動階級), 에끄자멘(экзамен)→시험, 클라스(class)→학급, 쁠랑(пЛaн)→계획, 템포(tempo)→속도, 우와기(上着)→양복저고리, 즈봉(jupon, ズボン)→양복바지, 욱(旭, あさひ), 축(祝,ぃわい)→(지명) 북청(北靑), 황주(黃州) 등, 십천(十千)→만(萬)
    다듬을 것 : 이데올로기야(идеология), 헤게모니야(хегемония)
    고치지 말 것 : 뜨락또로(трактор), 선반(lathe, 旋盤), 볼반(boorbank), 타닝반(turning 盤)
5) 김일성 5·14교시의 예
오차(御茶)→차, 오봉(御盆)→차반, 국광(國光)→(지명) 송화(松禾), 남포(南浦), 룡강(龍岡) 등, 중화재래종 암퇘지+씨비리(сибирь)북부종수퇘지+대백종→평양종(平壤種)
    다듬을 것 : 륙우 132호(벼이름), 중생은방주(벼이름)
6) 1986년 이전의 다듬은 말
나이프(knife)→상칼, 나이트게임(night game)→등불경기, 네트오바(net over)→손넘기, 담파(damper)→여닫이판, 런닝샤쯔(running shirt)→땀받이, 로타리(rotary)→돌이판, 믹서(mixer)→전기분쇄기(電氣粉碎機), 빠데(putty)→유리고정대, 발코니(balcony)→내민대, 브래지어(brassière)→유방띠, 스크레퍼(scraper)→긁개삽-긁개칼, 스프링코트(spring coat)→가을봄외투, 씰로스(силос)→매초(埋草), 아이스크림(ice cream)→얼음보숭이, 안전벨트(安全 belt)→걸상끈, 에피소드(episode)→겉얘기, 원피스(one-piece)→외동옷, 주스(juice)→과즙수(果汁水), 카라(collar)→목달개, 카텐(curtain)→창문보, 타일(tile)-사기판, 파마(넨트)(permanent wave)→볶음머리, 피스톤(piston)→나들개 등

        1.3. 1986년의 일대 반전

  1964년에 시작된 어휘 정리는 이어 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결정서와 내각결정 채택을 거쳐 전 장적 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이 사업은 1973년 10·17교시에 따라 어학혁명이란 구호로 다그쳤고, 20년간 다듬은 한자어와 외래어가 약 5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974년 11·13교시에서 어학혁명을 갑자기 다할 수 없다고 하여 한자어도 사전에 넣으라고 번복했지만, 1982년의 재검토를 거쳐서 1986년 10월에는 널리 쓰이는 파악성 있는 용어라 하여 2만 5천 개만을 건져 내는 대전환이 일어났다.
  그것은 그사이 일껏 다듬은 말 절반을 폐기했다는 뜻이다. 1986년에 발표한 ‘다듬은 말'은 다 이용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 변화는 ‘조선말대사전’(1992)에 나타났다. 앞으로도 계속 주시해야 하겠지만, 이것이 최근의 실정이다. 이로써, 그처럼 화제에 올랐던 ‘얼음보숭이’는 1992년에 사라졌고, ‘직승기’란 말은 살아남았다. 통일을 앞두고 서로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얼음보숭이’가 북한말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필자는 연전에 청탁을 받고 내외통신의 ‘북한용어 250선집’(1992)이란 책의 서평을 썼는데, 이 책에는 ‘얼음보숭이’와 같이 없어진 북한말이 분별없이 다루어져 있었다. ‘다듬은 말’(1986)이나 ‘조선말대사전’(1992)을 보았더라도 좋았을 것을 하고 신랄하게 지적한 적이 있었다. 이번은 이 글을 쓰면서 국어 연구원 ‘북한의 국어사전 분석’(III)(1994)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이 자료에는 얼음보숭이가 아이스크림으로 환원된 것과 같은 사실이 거의 소외되어 역시 틀린 그 정보를 몹시 아쉽게 여겼다.
  요컨대, 북한의 말다듬기는 1986년 10월에 크게 반전하여 이를 경계로 그 실태가 종전과 현격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달라진 내용은 우선 언어생활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아 폐기한 말은 위의 예 3)과 6) 거의가 이에 해당한다. 다음, 다듬은 세계 공통적 어휘를 환원한 것은 ‘필름. 로케트’ 등과 같은 예 6)의 일부가 이에 속한다. 의미의 폭이 다른 것을 각립시켜 되살린 말은 예 3), 6)의 일부 ‘로안, 런닝샤쯔’ 같은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다듬은 말을 가려내 보이면 아래와 같다.
7) 1992년 다듬은 한자어(-표 각립, =동이어, →다듬은 말)
가발(假髮)-덧머리, 각선미(脚線美)-다리매, 간유(肝油)=애기름, 간통(姦通)-부화(浮華), 강남콩=당콩, 객토(客土)→깔이흙-흙깔이, 게시판(揭示板)-알림판, 견인차(牽引車)→끌차, 결과(結果)-후과(後果), 계모(繼母)→이붓어머니-후어머니, 고가교(高架橋)→구름다리=공중다리, 교대(交代)=대거리, 근시(近視)=바투보기, 금성(金星)=새별-어둠별, 기성복→지은옷, 대합실(待合室)→기다림칸, 로안→늙은눈, 만조(滿潮)=참물, 변소(便所)-위생실, 분유(粉乳)→가루젖, 산책로(散策路)-유보도(遊步道), 살균(殺菌)-균죽이기, 상호간(相互間)→호상간, 서명(署名)-수표(手票), 소풍(消風)-들모임, 수형(手形)-행표(行票), 암산(暗算)=속셈-속기량, 양계장(養鷄場)-닭공장, 완구→놀이감, 외출복(外出服)→나들이옷-갈음옷, 원가(原價)-본값, 육교(陸橋)→어김다리, 음반(音盤)→소리판, 장인(丈人)-가시아버지, 조생종(早生種)→올종-극올종, 주장(主將)-기둥선수, 주차장(駐車場)-차마당, 처가(妻家)→가시집, 처녀(處女)-에미나이, 체증(滯症)-배덧, 초점(焦點)-모임점, 출입문(出入門)→나들문, 표백(漂白)→바래기, 표준어-문화어, 한약(韓藥)→동약(東藥), 해초(海草)→바다풀-바다나물, 호상(互相)→서로, 횡단도(橫斷道)→건늠길, 훈제(燻製)→내굴찜, 휴지(休紙)-위생지 등
8) 1992년 다듬은 외래어
경석(硬席)→일반석(一般席), 고지크(gothic)-천리마체(千里馬體), 그루빠(группа)=분파(分派), 까벨(кабель)=케이블(kable), 나이프→밥상칼, 노르마(ноРма)→기준(基準), 노크(knock)→손기척, 다다미(疊)→누비돗자리, 담파→조절판(調節瓣), 도나트(doughnut)-가락지빵, 드라이클리닝(drycleaning)→마른빨래-화학빨래, 런닝샤쯔-땀받이, 마후라(muffler)→목수건, 모터찌클(мотоцикл)→오토바이(autobicycle), 미니스커트(miniskirt)→동강치마, 발코니-로대(露臺)=바깥대, 벤또(辨當)→밥곽-곽밥, 볼펜(ball pen)→원주필(丹珠筆), 불도젤(бульдозеР)-평토기(平土機), 브래지어→가슴띠, 사보타지(саботаЖ)→태업(怠業)-태공, 샤와(shower)-물맞이, 써커스(circus)→교예(巧藝), 슈바(щуба)→털외투, 씰로스→풀김치-풀절임, 안전벨트→안전띠, 양갱(羊羹)→단묵, 원피스→달린옷, 쟝껭(←兩拳)→가위주먹, 주스→과일단물, 카스테라(castella)-설기과자-설기빵, 카텐=창가림-창드림, 캠페인(campaign)→깜빠니야(кампания), 캬라멜(caramel)→기름과자, 콜셋(corset)→몸매띠, 투피스(twopiece)→나뉜옷, 팩스(facsimile)→모사전송(模寫電送), 포스터&(poster)=선전화(宣傳畵), 포크레인(fork crane)→기계삽, 필드하키(field hockey)→지상호케이, 헬리콥터(helicopter)→직승기, 휠터(filter)담배=려과(濾過)담배, 호크(hook)→맞단추-걸단추 등

        1.4. 어휘 정리의 속사정

  북한의 다음은 말은 곡절을 거쳐 위의 예와 같은 형태로 진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지금의 느낌이다. 박상훈 등(1986)의 언어학적 분석에 의하면 토착화된 한자어나 세계 공통적 외래어는 눌러 두고 쓸 말이라고 전제하고, 이름의 단서(端緖), 의미의 폭, 단어의 조성(組成), 발음의 조화를 기준으로 말다듬기를 면밀히 검토했다. 이 전제에 따라 ‘가로수, 륵막염, 비중, 음운, 청사진’ 등 토착화된 한자어를 되살리고, 또한 ‘로타리, 발코니, 아이스크림, 타일, 파마’ 같은 세계 공통적 외래어도 되살아났다.
  말다듬기의 기준으로서 인명(因名)을 하는 이름의 단서는 가령 ‘기(基)금→밑(底)돈, 나이프(小刀)→상(床)칼’ 등과 같이 다듬었다가 의미의 단서가 어긋나 버린 경우, 의미의 분담 영역을 뜻하는 의미의 폭은 가령 ‘게시(揭示)판→알림(通知)판’, ‘런링(競技)샤쯔→땀받(受汗)이(衣)’ 등으로 다듬었다가 의미의 폭이 달라서 양립시킨 경우인데, 이들 기준은 중복되는 면이 있다. 가령, 이름의 단서가 어긋나는 ‘기(基)와 밑(底)’은 동시에 그 의미의 폭도 다른 것과 같이 거의 양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단어의 조성은 가령 ‘감도→느낌도, 모성유전→어미유전, 스프링코트→가을봄외투’ 등과 같이 단어 구성을 위한 요소 사이의 결합 관계가 어색하고 느슨한 것이다. 발음의 조화는 가령 ‘군도→떼섬, 기성복→해논옷, 빠데→유리고정대’ 등과 같이 발음이 길거나 꺽꺽한 경우인데, 이들도 우리말답지 못하거나 낯설다는 점에서 역시 중복되는 면을 느낀다. 어쨌든, 이런 측면에서 되살리거나 다시 고쳤다고 하는데, 김일성 교시에서 제시된 이데올로기를 사상이나 이념으로 다듬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9) 1·3교시 예시를 다듬은 말
돈육→돼지고기, 자돈→암퇘지, 모돈→수퇘지, 묘목→나무모, 묘포→나무모밭, 욱→구월(九月), 축→송화(松禾), 헤게모니야→헤게모니→령도권(領導權)
    다듬지 않은 것: 이데올로기야(러)→이데올로기(독)
10) 5·14교시 예시를 다듬은 말
국광→북청(北靑), 육우 132호→강원1호, 륙우 137호→강원2호, 중생은방주→평남종(平南種), 사전에 없는 것: 사업시간→일하는 시간
11) 일본식 한자어
간유(肝油), 구입(購入), 기착(氣着), 립장(立場), 선반(旋盤), 세대(世帶), 수형(手形), 역할(役割), 음정(音程), 인입(引入), 장소(場所), 지불(支拂), 철(綴)하다, 청사진(靑寫眞), 청취(聽取), 타입(打入), 폐차(廢車), 후불(後拂) 등
  요컨대, 1982년에 국어 사정 위원회에서 재검토한 ‘다듬은 말’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대수술이 감행되고, 뻐젓이 내세웠던 다듬은 말은 1986년에 겨우 반을 건졌다. 이런 검토는 중요하고 당연하여 일찍 못 깨달아서 빚은 차질이었다. 그런데, 대개 어학역명은 섬멸전의 방법으로 다그쳐서 성공했다고 보는 경향이다. 그러나 위 11) 같은 예가 쓰이고, 1987년 2월 김만철 가족의 기자 회견에서 기지(生地), 우라까에(裹返) 같은 일본 말이 마구 튀어나온 것을 보면, 만족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해야 하겠다(1995. 4. 30).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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