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언어의 차이(1)
Ⅰ. 국어 순화와 말다듬기
신문과 방송 등에 남북 언어의 차이가 보도되고, 때로는 북한에서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 헬리콥터를 ‘직승기(直昇機)’라 한다고 하여 언어 차이를 심각하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얼음보숭이’라는 말의 뜻을 알고 어떤 사람은 묘하다고 하고, ‘직승기’의 뜻을 알고는 그럴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예는 북측에서 단독으로 이른바 말다름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일으켜 다듬은 말이다. 말다듬기는 그 사이 남측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계속 진행해 온 국어 순화에 해당하는데, 이런 말은 다듬지 않았다.1.1. 한자어의 말다듬기
북한의 우리말 도로찾기도 광복 후 시급한 일제 잔재의 일소 방법으로 적극화했으나, 본격적인 운동은 1964년 이른바 김일성의 1·3교시에서 비롯된다. 이 교시에서는 한자어와 외래어를 대담히 정리할 것을 주장했다. 우선 한자어는 우리말 어근(語根)으로 발전시킬 것을 전제하고, 예를 들어 못이라는 우리말을 가지고 ‘나사못, 타래못, 나무못,’ 하듯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돈육, 자돈, 모돈, 묘목, 묘포전’ 등과 같이 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 많다면서 순화할 것을 요구했다.1) | 김일성 1·3교시의 예(×표 불가) |
상엽→뽕잎, 상전→뽕밭, 상목→뽕나무, 양잠→누에치기, 잠견→명주(明紬), 잠사(蠶絲)→명주실, 돈사→돼지우리, 십구세(十九歲)→열아홉살, 연소→담배, 석교→돌다리, ×학교→배움집, ×삼각형→세모꼴, (사과 이름)→북청(北靑), 황주(黃州) | |
고치지 말 것: 방, 과학기술, 업, 사업(事業), 농업(農業), 공업(工業), 련합회(聯合會), 분과회(分科會) | |
다듬을 것: 돈육(豚肉), 자돈(雌豚), 모돈(牡豚), 모목(苗木), 묘포전(苗圃田) | |
2) | 김일성 5·14교시의 예(×표 불가) |
사업시간(事業時間)→일하는 시간, 오침(午寢)→낮잠, 하복(夏服)→여름옷, ×기차(汽車)→불술기(함경 방언), 적암(赤岩)→붉은바위, 석교동(石橋洞)→돌다리골, 지하(地下)→땅속, ×지하투쟁(地下鬪爭)→땅속투쟁, 심장(心腸)→염통, ×평양은 나의 심장→평양은 나의 염통, 기척(←氣着)→차렷, 일기(日氣)→날씨, ×일기예보(日氣豫報)→날씨예보, 표준어(標準語)→문화어(文化語), 일상용어(日常用語)→늘 쓰는 말 | |
고치지 말 것: 최고인민회의(最高人民會議), 법칙(法則), 갱도(坑道), 방독면(防毒面), 우(優), 량(良) | |
3) | 1986년 이전의 다듬은 말 |
가로수(街路樹)→거리나무, 각색(脚色)→옮겨지음, 감도(感度)→느낌도, 군도(群島)→떼섬, 근사치(近似値)→가까운값, 기금(基金)→밑돈, 기성복(旣成服)→해논옷, 로안(老眼)-돋보기눈, 륵막염(肋膜炎)→가슴막염, 모성유전(母性遺傳)→어미유전, 방사형(放射形)-바퀴살모양, 붕괴약(崩壞藥)→부서짐약, 비중(比重)→견줌무게, 술어(述語)→풀이말, 식도(食道)→밥길, 양상(樣相)→모양모습, 열용량(熱容量)→열들이, 완구(玩具)→놀음감, 음운(音韻)→뜻소리, 음정(音程)→소리사이, 자화상(自畵像)→제모습그림, 정전기(靜電氣)→고요전기, 조숙성(早熟性)→쉬자람성, 주어(主語)→세움말, 진정제(鎭靜劑)→가라앉힘약, 채권자(債權者)→빚받을자, 청사진(靑寫眞)→푸른사진, 투영(投影)→비추기, 폐차(廢車)→못쓸차, 함량(含量)→들어있는량, 현안문제(懸案問題)→걸린문제, 후불(後拂)→뒤치르기 등 |
1.2. 외래어의 말다듬기
외래어도 한자어와 함께 일찍이 순화 대상으로 삼았으나, 본격화한 것은 역시 1·3교시에서 시작되었다. 이 교시에서 외래어도 정리하여 우리말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예를 들어 시험(試驗)을 ‘에끄자멘’, 학급(學級)을 ‘클라스’라고 하고, 지금 ‘쁠란’과 ‘계획(計劃)’, ‘템포’와 ‘속도(速度)’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말을 쓰는 것이 대중에게 더 알기 쉽다고 했다. 더구나 양복저고리를 ‘우와기’, 양복바지를 ‘즈봉’이라고 계속 일본 말을 쓰고, 특히 광산에서 쓰는 말에는 일본 말이 아주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4) | 김일성 1·4교시의 예 |
공작보고→사업보고(事業報告), 화차참→정거장(停車場), 공인계급→로동계급(勞動階級), 에끄자멘(экзамен)→시험, 클라스(class)→학급, 쁠랑(пЛaн)→계획, 템포(tempo)→속도, 우와기(上着)→양복저고리, 즈봉(jupon, ズボン)→양복바지, 욱(旭, あさひ), 축(祝,ぃわい)→(지명) 북청(北靑), 황주(黃州) 등, 십천(十千)→만(萬) | |
다듬을 것 : 이데올로기야(идеология), 헤게모니야(хегемония) | |
고치지 말 것 : 뜨락또로(трактор), 선반(lathe, 旋盤), 볼반(boorbank), 타닝반(turning 盤) | |
5) | 김일성 5·14교시의 예 |
오차(御茶)→차, 오봉(御盆)→차반, 국광(國光)→(지명) 송화(松禾), 남포(南浦), 룡강(龍岡) 등, 중화재래종 암퇘지+씨비리(сибирь)북부종수퇘지+대백종→평양종(平壤種) | |
다듬을 것 : 륙우 132호(벼이름), 중생은방주(벼이름) | |
6) | 1986년 이전의 다듬은 말 |
나이프(knife)→상칼, 나이트게임(night game)→등불경기, 네트오바(net over)→손넘기, 담파(damper)→여닫이판, 런닝샤쯔(running shirt)→땀받이, 로타리(rotary)→돌이판, 믹서(mixer)→전기분쇄기(電氣粉碎機), 빠데(putty)→유리고정대, 발코니(balcony)→내민대, 브래지어(brassière)→유방띠, 스크레퍼(scraper)→긁개삽-긁개칼, 스프링코트(spring coat)→가을봄외투, 씰로스(силос)→매초(埋草), 아이스크림(ice cream)→얼음보숭이, 안전벨트(安全 belt)→걸상끈, 에피소드(episode)→겉얘기, 원피스(one-piece)→외동옷, 주스(juice)→과즙수(果汁水), 카라(collar)→목달개, 카텐(curtain)→창문보, 타일(tile)-사기판, 파마(넨트)(permanent wave)→볶음머리, 피스톤(piston)→나들개 등 |
1.3. 1986년의 일대 반전
1964년에 시작된 어휘 정리는 이어 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결정서와 내각결정 채택을 거쳐 전 장적 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이 사업은 1973년 10·17교시에 따라 어학혁명이란 구호로 다그쳤고, 20년간 다듬은 한자어와 외래어가 약 5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974년 11·13교시에서 어학혁명을 갑자기 다할 수 없다고 하여 한자어도 사전에 넣으라고 번복했지만, 1982년의 재검토를 거쳐서 1986년 10월에는 널리 쓰이는 파악성 있는 용어라 하여 2만 5천 개만을 건져 내는 대전환이 일어났다.7) | 1992년 다듬은 한자어(-표 각립, =동이어, →다듬은 말) |
가발(假髮)-덧머리, 각선미(脚線美)-다리매, 간유(肝油)=애기름, 간통(姦通)-부화(浮華), 강남콩=당콩, 객토(客土)→깔이흙-흙깔이, 게시판(揭示板)-알림판, 견인차(牽引車)→끌차, 결과(結果)-후과(後果), 계모(繼母)→이붓어머니-후어머니, 고가교(高架橋)→구름다리=공중다리, 교대(交代)=대거리, 근시(近視)=바투보기, 금성(金星)=새별-어둠별, 기성복→지은옷, 대합실(待合室)→기다림칸, 로안→늙은눈, 만조(滿潮)=참물, 변소(便所)-위생실, 분유(粉乳)→가루젖, 산책로(散策路)-유보도(遊步道), 살균(殺菌)-균죽이기, 상호간(相互間)→호상간, 서명(署名)-수표(手票), 소풍(消風)-들모임, 수형(手形)-행표(行票), 암산(暗算)=속셈-속기량, 양계장(養鷄場)-닭공장, 완구→놀이감, 외출복(外出服)→나들이옷-갈음옷, 원가(原價)-본값, 육교(陸橋)→어김다리, 음반(音盤)→소리판, 장인(丈人)-가시아버지, 조생종(早生種)→올종-극올종, 주장(主將)-기둥선수, 주차장(駐車場)-차마당, 처가(妻家)→가시집, 처녀(處女)-에미나이, 체증(滯症)-배덧, 초점(焦點)-모임점, 출입문(出入門)→나들문, 표백(漂白)→바래기, 표준어-문화어, 한약(韓藥)→동약(東藥), 해초(海草)→바다풀-바다나물, 호상(互相)→서로, 횡단도(橫斷道)→건늠길, 훈제(燻製)→내굴찜, 휴지(休紙)-위생지 등 | |
8) | 1992년 다듬은 외래어 |
경석(硬席)→일반석(一般席), 고지크(gothic)-천리마체(千里馬體), 그루빠(группа)=분파(分派), 까벨(кабель)=케이블(kable), 나이프→밥상칼, 노르마(ноРма)→기준(基準), 노크(knock)→손기척, 다다미(疊)→누비돗자리, 담파→조절판(調節瓣), 도나트(doughnut)-가락지빵, 드라이클리닝(drycleaning)→마른빨래-화학빨래, 런닝샤쯔-땀받이, 마후라(muffler)→목수건, 모터찌클(мотоцикл)→오토바이(autobicycle), 미니스커트(miniskirt)→동강치마, 발코니-로대(露臺)=바깥대, 벤또(辨當)→밥곽-곽밥, 볼펜(ball pen)→원주필(丹珠筆), 불도젤(бульдозеР)-평토기(平土機), 브래지어→가슴띠, 사보타지(саботаЖ)→태업(怠業)-태공, 샤와(shower)-물맞이, 써커스(circus)→교예(巧藝), 슈바(щуба)→털외투, 씰로스→풀김치-풀절임, 안전벨트→안전띠, 양갱(羊羹)→단묵, 원피스→달린옷, 쟝껭(←兩拳)→가위주먹, 주스→과일단물, 카스테라(castella)-설기과자-설기빵, 카텐=창가림-창드림, 캠페인(campaign)→깜빠니야(кампания), 캬라멜(caramel)→기름과자, 콜셋(corset)→몸매띠, 투피스(twopiece)→나뉜옷, 팩스(facsimile)→모사전송(模寫電送), 포스터&(poster)=선전화(宣傳畵), 포크레인(fork crane)→기계삽, 필드하키(field hockey)→지상호케이, 헬리콥터(helicopter)→직승기, 휠터(filter)담배=려과(濾過)담배, 호크(hook)→맞단추-걸단추 등 |
1.4. 어휘 정리의 속사정
북한의 다음은 말은 곡절을 거쳐 위의 예와 같은 형태로 진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지금의 느낌이다. 박상훈 등(1986)의 언어학적 분석에 의하면 토착화된 한자어나 세계 공통적 외래어는 눌러 두고 쓸 말이라고 전제하고, 이름의 단서(端緖), 의미의 폭, 단어의 조성(組成), 발음의 조화를 기준으로 말다듬기를 면밀히 검토했다. 이 전제에 따라 ‘가로수, 륵막염, 비중, 음운, 청사진’ 등 토착화된 한자어를 되살리고, 또한 ‘로타리, 발코니, 아이스크림, 타일, 파마’ 같은 세계 공통적 외래어도 되살아났다.9) | 1·3교시 예시를 다듬은 말 |
돈육→돼지고기, 자돈→암퇘지, 모돈→수퇘지, 묘목→나무모, 묘포→나무모밭, 욱→구월(九月), 축→송화(松禾), 헤게모니야→헤게모니→령도권(領導權) | |
다듬지 않은 것: 이데올로기야(러)→이데올로기(독) | |
10) | 5·14교시 예시를 다듬은 말 |
국광→북청(北靑), 육우 132호→강원1호, 륙우 137호→강원2호, 중생은방주→평남종(平南種), 사전에 없는 것: 사업시간→일하는 시간 | |
11) | 일본식 한자어 |
간유(肝油), 구입(購入), 기착(氣着), 립장(立場), 선반(旋盤), 세대(世帶), 수형(手形), 역할(役割), 음정(音程), 인입(引入), 장소(場所), 지불(支拂), 철(綴)하다, 청사진(靑寫眞), 청취(聽取), 타입(打入), 폐차(廢車), 후불(後拂) 등 |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