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휘 사용의 몇 모습

李鉉雨/국어 연구소 연구원•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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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국어에서 어휘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꾸준히 어휘 사용에 관심을 가지고 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리지 말고 구석구석까지 조사하고 그렇게 조사한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어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휘가 사용되는 모습에 관심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관심의 정도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따로 시간을 내서 집중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여유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최근의 신문을 조사해서 거기서 발견되는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구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구어를 조사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느낀 것을 조금씩 섞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크게 둘로 나누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이미 사용되고 있는 단어가 어떠한 모습으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이어서 새로운 단어가 어떠한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이야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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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우선 어휘를 골라 쓰는 데 소홀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다음으로는 지면을 아끼려는 노력에서 나오는 점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접미사를 생략하든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 것을 다소 억지를 무릅쓰고라도 명사구나 명사로 쓰려고 한다든지 말을 줄여서 사용한다든지 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가운데에는 구어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지만 구어에서는 보이지 않고 신문이나 일부 잡지 등에서나 보이는 것도 있다.
  2.1 우리는 어휘를 골라 쓰는데 너무 소홀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을 할 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적절치 못한 표현이 되는가 하면 때로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심하면 잘못 튀어나온 그 단어 하나 때문에 말다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글의 경우에는 말을 할 때보다는 아무래도 여유를 가지고 쓰게 되므로 잘못 쓰는 경우가 적기는 하지만 옆에 놓여 있는 글 아무것이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추어 보면 어휘를 잘못 쓰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단어마다 나름대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막연히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아무 단어나 써 버리는 그러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아주 관대하게 보아서 유의어를 사용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어느 두 단어가 의미가 아무리 같아 보여도 모든 문맥에서 서로 바꾸어 사용해도 좋을 만큼 의미가 완전히 같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그전까지 사용하던 ‘동의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유의어’라는 말을 쓰게 된 것도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따라서 유의어라고 하더라도 그중에서 문맥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찾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의어라고 생각되는 것을 문맥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이나 쓰는 것은 말할 것 없고 유의어라고 보기 힘든 경우까지도 구별하지 않고 쓰는 일이 적지 않은 것이다.

(1) 권력이 …… 이전될 것임을(나 7.15<4>)1)
(2) 사회적 경험이 얕은 데다(바 7.2<18>)
(3) 어른도 칼슘을 많이 드셔야 할 이유는?
(4) 무엇이 이런 믿음을 파괴하고 있는가?(8.18<2>)
(5) 각종 규제를 걷어내는(마 8.16<7>)
(6) 제조업에 가해진 갖가지 惡條件들(마 8.18<2>)
(7) 도시와 농촌에 쓰레기가 넘쳐 흘러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이나 피서철이 끝나가자 증세는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다.(바 8.14<18>)
(8) 이라크 문관행부는 철군 장면을 목격토록 하기 위해 바그다드 주재 기자 10여 명에게 철수 현장을 취재하게 했다(마 8.6<4>)
(9) 한 슈퍼마킷에서는 「현저한 소비」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마 8.6<4>)
  위의 (1)~(9)는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이러한 문장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밀줄 친 단어들은 각각 그와 비슷한 개념의 단어들을 대신해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밑줄 친 단어들은 이런 문맥에서 사용될 단어들이 아니다. 권력은 ‘이전’되는 것이 아니고 ‘이양’되는 것이다. (2)~(5)에서의 밀줄 친 동사도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경험이 얕다’, ‘칼슘을 들다’, ‘믿음을 파괴하다’, ‘규제를 걷어내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6)에서의 ‘가해진’도 어울리지 않는다. 사회가 제조업에 여러 가지 악조건을 제공해서 제조업의 입장에서 보면 ‘가해진’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가해지다’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7)에서는 병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데 ‘증세’라는 말을 쓰고 있다. ‘목격’은 의도가 개입되지 않는 행위를 나타내는 단어로 생각된다. (8)에서는 이라크 문공부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의도도 느껴진다. (9)는 외신을 받아 그것을 번역해서 내보낸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마도 사재기가 심한 모습을 전하고 있는 듯싶다. 그러나 국어에서는 아무리 사재기가 심하더라도 ‘현저’하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사재기를 하려면 돈을 써야 할 테니까 소비인 것은 분명한데 이런 문맥에서 ‘소비’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소비’라는 말은 전문적인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주로 돈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경우에 쓰는 것 같다.
  위의 경우보다 더한 경우는 다음의 문장에서 볼 수 있다. 역시 의미의 전달이라는 점에서 보면 문제가 없다. 문맥을 고려하여 그 의미는 알 수 있는 것이다. 개념을 명백히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결과로 두 단어가 나타내는 개념이 최소한 하나 이상의 개념이 개입되어야만 제대로 연결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논리의 연결이 무시된 경우라 할 수 있다.
  흔히 국어가 비논리적인 언어라고 한다. 엄격히 논리를 따진다면 국어 가운데에는 구별해야 할 것을 구별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듯한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국어가 비논리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또한 국어만 그런 것도 아니다. 논리적인 것처럼 생각하는 서구 언어도 국어와는 다른 면에서 비논리적인 면을 보이는 것이다. 단어 사이의 통합 관계는 각 언어에 따라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논리학에서의 논리와는 다른 언어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어에서도 구별해야 할 것까지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는 것이다.
(10) 최근 밝혀진 上場기업들의 올 상반기 영업 실적 集計(마 8.18<2>)
(11) 이번 폭력 사건을 與野 합의로 빨리 해소되기를 희망하는(라 7.10<3>)
(12) 그러한 사태를 빚은 원인과 과정도 면밀히 반성해 새로운 의회 질서를 창출하는(라 7.10<3>)
(13) 쿠에이트 원유가 중단됐을 경우(마 8.6<3>)
(14) 몸매를 편안하게 감싸는 디자인(바 7.2<24>)
(15) 대책이 소홀해(마 7.1<1>)
(16)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마 7.1<1>)
(17) 東獨人들의 장사진을 방영했다(마 7.1<1>)
(18) 土요일에는 게이트볼이 짜여져 있었으나(바 7.2<17>)
(19) 경찰이 노상주차장을 계획하고 있는 곳(마 8.18<19>)
  (10)에서는 수식하는 동사와 수식받는 명사와의 거리가 멀어져 두 단어의 관계를 의식하지 못한 결과로 보이는데 ‘집계가 밝혀질’ 수는 없는 것이다. 밝혀진 것은 ‘집계 결과’일 것이다. (11)에서 ‘해소되어야’ 할 것은 폭력 사건으로 야기된 여·야 사이의 불편한 관계일 것이다. (12)에서 그러한 사태를 빚게 한 원인과 과정은 분명히 반성의 대상이 되어야 하겠지만 정확하게 말해 반성해야 할 것은 그 가운데에서 잘못된 점일 것이다. (13)에서 중단되는 것은 원유일 수 없고 원유의 공급일 것이다. (14)에서 디자인을 아무리 잘해도 디자인이 몸매를 편안하게 감싸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몸을 편안하게 감싸줄 수 있는 것은 디자인을 거쳐서 나온 옷일 것이다. (15), (16)에서 ‘대책’이 ‘소홀’하거나 ‘시급’할 수 없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소홀’하거나 ‘시급’한 것이다. (17)에서 방영된 것은 동독인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18)에서는 토요일에 게이트볼을 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을 것이고 (19)에서는 노상 주차장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은 다른 점에서 어휘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예이다.
(20) 言論에 책임미는 정치인(마 8.18<5>)
(21)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견문기를 연재키로 했다(라 7.10<4>)
(22) 산업 구조 고도화의 逆行이 진행되고 있다고(8.18<2>)
  (20)은 ‘미루다’와 음이 비슷해 무심코 쓴 경우라 하겠다. (21)에서는 의미가 중복되어 있기도 하지만 ‘견문기’가 보고 듣고 느끼다‘의 수식을 받을 수도 없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은 현지의 여러 가지 풍물일 것이고 견문기는 그 현지의 풍물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기록한 글일 것이다. (22)에서의 ‘逆行’은 문장을 간단하게 하기 위하여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어를 골라 쓰는 데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어를 잘못 씀으로 해서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전달될 수도 있는 것이다.
(23) 전란 속에 빠뜨린 당사자들을 상대로 관계를 정상화함에 있어 정부는 떳떳이, 그리고 분명하게 과거를 청산하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마 7.1<11>)
  위의 (23)에서는 ‘청산’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다. ‘청산’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하는 행위인 것이다. 위의 문장은 소련과의 국교 정상화를 하는 데 있어서 과거 소련이 한국전쟁에 관여함으로 해서 우리에게 준 피해에 대해서 소련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청산’이라는 단어를 잘못 씀으로 해서 우리 정부가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어색한 표현이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잘못된 이유를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색한 표현이 발견되었을 때 그 표현이 어색하다는 것에 대해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어느 경우이든 근거를 대면서 자신있게 자기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단어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나 다른 단어와의 통합 관계에 대해서 정확하게 조사해서 참고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문 시간에 잘못된 표현을 고쳐 주려고 할 때 어떠어떠해서 그런 것 같다고 느낌만 이야기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24) 안전띠 비착용
(25) 이 위원회는 지난 61년 무역 진흥을 위해 설립돼(라 7.10<2>)
(26) 포교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왔다(마 7.1<11>)
<IKL0622,063>
(27) 光復節 행사를 …… 옥외에서 실시하는 방안을(바 7.1<2>)
(28) 긴급 각의를 개최하고(마 8.6<1>)
(29) 투자 의욕이 감퇴되어(라 7.10<10>)
(30) 항의 시위가 …… 발생했다고(나 7.15<4>)
(31) 이 항공기들은 오는 93년부터 99년 사이 정부 승인 거쳐 연차적으로 도입될 계획인데(나 9.4<2>)
  흔히 안전띠를 ‘착용’한다고 하고 신문 기사에서도 모두 그렇게 쓰고 있는데 어색하게 느껴진다. 고유어로는 ‘매다’라는 단어가 있어 안전띠를 ‘맨다’고 하면 자연스러운데 한자어로는 어떤 표현이 있는지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25)에서는 ‘설립’이 문제가 된다. 유의어로 ‘설치’가 있는데 이 둘의 의미 차가 있는 듯하고 여기서는 ‘설치’가 적절해 보인다. (26)에서는 ‘인식’ 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문제가 된다. (27)에서 ‘행사’는 ‘실시’하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제도’는 실시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여기서도 고유어 ‘치르다’가 좋아 보인다. ‘개최’는 규모가 좀 큰 경우에 사용될 수 있는 듯하다. ‘각의’는 규모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감퇴’는 나이 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기억력, 식욕’ 등이 ‘감퇴’라는 표현과 어울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발생’이라는 단어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발생’은 의도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된다. ‘계획’은 능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피동적인 ‘되다’가 사용될 수 없는 듯하다.
  위와 같은 경우에 막연히 느낌을 이야기하고 말 수밖에 없다. 각 동사별로 그 동사가 취할 수 있는 명사에 대한 조사가 되어 있거나 유의어 간의 의미 차나 용례의 차를 조사해 놓은 것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분류 사전이 나오고 유의어 사전이 나오고 있어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2.2 구어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신문에서는 접미사를 생략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 명사는 말할 것도 없고 자립성이 없는 어근까지도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신문의 기사 제목은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고 기사 내용에서도 적지 않게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로 생략되는 것은 ‘-하다, 되다’로서 ‘-하다, -되다’에 어미까지 연결되어야 할 것들이 명사나 어근만으로 문장을 마치기도 하고 다른 문장과 연결되기도 하고 다른 문장이나 성분을 수식하기도 한다.
(32) 利權 개입·청탁 受賂 포착(바 7.1<1>)
(33) 상속세제를 개선, …… 특별 공제 제도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바 7.1<1>)
(34) 商街 분양 與의원도 관련(바 7.1<1>)
(35) 협정이 1일 0시를 기해 발효, 독일이 사실상 하나로 통일됐다(바 7.1<1>)
(36) 비리 관련 여·야 의원(바 7.1<1>)
(37) 세제 개편안을 크게 손질, 세수를 줄여 놓았기 때문에(가 8.30<2>)
  (32)에서의 ‘포착’은 ‘포착하다’ 또는 ‘포착했다’로 바꿔 볼 수 있어 어근만으로 문장을 종결했다고 할 수 있다. (33)에서의 ‘개선’은 ‘개선하여’로 바꿔 볼 수 있어 앞 문장과 뒤 문장을 연결하고 있다고 하겠다. (34), (35)에서는 ‘되다’가 생략되었다고 볼 수 있다. (34)에서의 ‘관련’은 ‘관련되다’ 또는 ‘관련됐다’로 볼 수 있어 역시 어근만으로 문장을 마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5)에서의 ‘발효’는 ‘발효되어’ 정도로 바꿔 볼 수 있어 앞, 뒤 두 문장을 이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6)에서의 ‘관련’은 ‘관련된’ 정도로 볼 수 있어 뒤의 명사구 ‘여야 의원’을 수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7)에서 ‘손질’은 고유어가 접미사 없이 사용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중’이나 ‘시’와 연결되는 경우는 ‘하다’ 등의 접미사와 같이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고 명사나 어근이 직접 연결되는 모습만 눈에 띈다.
(38) 黨政이 마련 중인 「자연환경기본법」(나 9.<15>)
(39) 보험 증서를 입찰 등록 신청시에 납부하여야 한다.
  ‘때’는 ‘중’이나 ‘시’의 경우보다 명사와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훨씬 드물어 ‘점심 때’, ‘저녁 때’ 등과 같은 경우로 한정되는 것 같다. 그런데 ‘때’와 연결될 때도 접미사 없이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0) 꼭 필요 땐( 8.30<15>)
  고유어의 경우도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 어근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41) 선진 축구 문화 적극 수용 바람직(가 6.25<10>)
(42) 팀 전력 상향 평준화 뚜렷(가 6.25<10>)
(43) 작품 興行 성공해 뿌듯(마 7.16<6>)
<IKL0622,065>
(44) 네쌍둥이 키울 길 막막(바 7.1<17>)
(45) 優劣 판정 결과 공개 부작용 클 듯
(46) 異次頓을 비롯, 종교를 떠나서 한국의 사상사에 영향을 미친 선각자들(바 7.1<11>)
  (41)~(46)에서의 ‘바람직, 뚜렷, 뿌듯, 막막, 듯, 비롯’은 모두 뒤에 ‘하다’가 붙어 사용되는 것으로 신문에서는 ‘하다’가 생략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고유어의 경우는 대부분 신문 기사의 제목에 사용되고 신문 기사 내용 중에는 사용되는 경우가 드문데 (46)에서의 ‘비롯’은 기사 중에서 나온 것으로 한자어에서와 마찬가지로 뒤 문장을 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래어나 외국어에 ‘하다’가 붙은 경우도 ‘하다’ 없이 사용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47) 3할 8리의 타율을 마크, 타격 랭킹 1위에 올라 있다(다 8.22<13>)
  이상과 비슷한 양상으로 보통은 조사와 연결되어 사용되는 단어들도 조사 없이 사용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48) 학교채를 발행토록 적극 권장하고 (마 8.18<19>)
(49) 현안들이 중점 토의될 것으로 보인다.(8.31<1>)
(50) 日本과 경제 협력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를(나 8.30<2>)
(51) 제3자 공동대표제를 공식 거부하고(가 8.30<2>)
  위의 (48)~(51)에서의 ‘적극, 중점, 본격, 공식’은 모두가 보통은 ‘적으로’가 붙어 사용되는 것들이다.
  접미사를 생략해서 쓰다 보니 접미사가 아닌 동사를 생략하는 경우까지 생겨 명사가 동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모습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52) 당직자들 간의 갈등을 해소시키느라 진땀(가 8.30<2>)
(53) 放送 들으며 事態 추이에 촉각(바 9.6<13>)
  접미사를 생략하고 쓸 때 그 품사가 문제될 수 있다. 그래서 수식을 받는 모습이 다음과 같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54) 꼭 필요 땐(가 8.30<15>)
(55) 海外 청년봉사단 첫 파견(가 8.30<14>)
  (54)에서는 ‘필요’를 동사처럼 다루어 부사 ‘꼭’으로 수식하고 있고, (55)에서는 ‘파견’을 명사처럼 다루어 관형사 ‘첫’으로 수식을 하고 있다.
  접미사를 생략하고 쓰는 모습이 이제는 눈에 익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학생들의 글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종종 눈에 띄지만 아직도 어색한 경우가 적지 않고 무슨 뜻으로 쓴 것인지 알 수 없는 때도 적지 않다.
(56) 동독 화폐를 서독 마르크화로 교환, 지급받는다(바 7.1<1>)
(57) 후세인에 맞서려면 아랍연맹군이 효과(마 8.29<3>)
(58) 회담 議題 등 진지 논의(가 9.4<1>)
(59) 도착 첫 날인 4일 밤부터(바 9.6<22>)
  (56)에서의 ‘교환’은 ‘하다’를 붙여도 어색하고 ‘되다’를 붙여도 어색한 예가 된다. (57)에서의 ‘효과’는 ‘효과적’ 정도가 되어야 어색함을 피할 수 있다. (58)에서도 ‘진지’는 ‘진지하게’ 정도로 바꿔야 할 것이다. (59)에서는 ‘도착’ 다음에 접사와 어미, 의존 명사가 생략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런 결과로 관형사가 명사 다음에 와 명사를 수식하는 이상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2.3 명사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려는 모습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본래는 문장이나 동사구(부사어+동사)로 써야 할 것을 명사구(관형형+명사)로 쓰는 예가 많아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60) 많은 시청 바랍니다
(61) 사원 모집을 원하시는 중소기업체나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62) 姜의 컨디션 난조를 틈타(마 8.18<15>)
(63) 사회 현상에 대해 광범위한 대처를 해왔음(마 7.1<11>)
(64) 근로자주택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라 7.10<6>)
  ‘바라다’라는 동사는 ‘-기’를 요구하는 동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흔히 ‘명사’를 요구하는 동사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60), (61)과 같이 사용되는 것이다. (62)도 보통은 명사절을 목적어로 취하여 ‘강이 컨디션이 난조를 보이는 것을 틈타’ 정도로 되었어야 할 문장이다. (63)에서의 ‘대처’는 ‘관형어의 수식을 받을 것이 아니라 부사어의 수식을 받아야 자연스러워 보인다. (64)는 ‘건설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정도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2.4 의미나 기능이 확대돼 쓰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것도 표현을 간단하게 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65) 칼 선물은 행운을 드립니다.
(66) 강한 햇빛에도 변색이 없습니다
(67) 주변의 몰이해
(68) 하이파크 여관 여인 殺害 40代 검거(라 7.11<19>)
(69) 체육 관리 北京行 “새치기”(가 8.25<11>)
(70) 非업무用 가려내야(마 8.25<21>)
  ‘선물’은 ‘어떤 것을 기념해서 주는 물건’을 뜻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데 (65)에서는 ‘선물을 하는 일’을 의미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동사처럼 목적어 ‘칼’을 취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66)에서의 ‘변색’도 ‘색이 변하는 일’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주변’은 본래 사람을 뜻하지 않고 장소를 뜻하는 말일 텐데 (67)에서는 ‘주변의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68)~(70)에서의 ‘40代’, ‘북경행’, ‘비업무용’ 등은 다음과 같이 관형적으로 쓰여 명사를 수식하던 기능을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71) 40대 남자
(72) 북경행 항공기
(73) 비업무용 토지
  이와 같이 쓰이던 표현들이 명사 없이 독립적으로 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기존의 단어에 의미가 추가되어 본래 의미와 추가된 의미 사이에 어느 것으로 읽어야 할지 망설이게 하는 예이다.
(74) 「不可侵·減軍」 등 5개項 동시 제의(바 9.6<1>)
  ‘동시’는 본래 ‘같은 시간’이라는 의미를 가지던 것이 시간적 의미가 아닌 ‘같이’의 의미가 추가되어 읽는데 다소 어려움을 주고 있다. 다행히 여기에서는 어떻게 읽든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5 고유어의 용법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문의 용법도 아닌 특이한 용법을 보이는 예들도 보인다.
(75) 「金」 寶庫서 한국 몫 “기대難”(바 8.17)
(76) 英 휴가 중 侵攻 소식에 本國行(다 8.26<4>)
(77) 내년 國防 예산案 7兆 8천億 前年比 18% 증가(바 8.17<1>)
(78) …… 위원장은 …… 의사봉을 3打(라 7.11<2>)
  ‘難’은 (79)에서 보는 것처럼 요즘 생산성을 보이고 있는 접미사라고 할 수 있다.
(79) 건자재난, 교통난, 식랑난, 자금난, 주택난
  얼핏 보아 (75)에서의 ‘기대난’도 이와 같은 유형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79)에서의 예들이 분명한 명사인데 대해서 (75)에서의 ‘기대난’은 명사로 볼 수 없고 동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76)의 ‘본국행’도 (75)의 ‘기대난’과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 (80), (81)에서와 같이 흔히 쓰이는 관형적 용법이나 명사적 용법이 아닌 동사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80) 부산행 열차
(81) 財界에 中國行 러시(마 8.21<7>)
  (77)에서의 ‘前年比’은 ‘比’가 특이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比’는 ‘작년比’, ‘前月比’ 등으로 심심치 않게 신문 지상에 등장하고 있다. (78)에서의 ‘3打’는 구성으로 보아서는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인데 단지 ‘打’가 국어에서 이와 같이는 잘 안 쓰인다는 것이고 여기서는 접미사 ‘하다’가 생략된 듯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2.6 외래어나 외국어가 남용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이야기할 것이 없지만 그와는 달리 국어는 국어인데 도대체 그 용법이 국어에서의 용법과 달라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여 주는 예들이 있다. 아마도 외국의 영향으로 보인다.2)
(82) 최고급 주방문화로 차별해 주는……格
(83) 21세기 여성 대백과 라벨르는 압도하는 내용으로 여성 백과 사전을 대표합니다
(84) 21세기 스포츠 신화를 창조하는 아디다스가 사세 확장에 따라 도전하는 젊음을 찾고 있습니다.
  (82)에서의 ‘차별해 주는’이나 (83)에서 ‘압도하는’, (84)에서의 ‘도전하는’은 아주 이상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들 동사는 국어에서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이거나 부사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인데 목적어나 부사어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국어가 전제가 강한 언어라고 해도 무엇이 생략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이러한 경우는 없는 것이다. 억지로 해석한다면 ‘다른 것과 완전히 구별될 정도로’, ‘다른 여성대백과를 압도하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는 이런 단어가 마치 하나의 파생 관형사인 것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84)에서의 ‘도전하는’은 ‘도전적인’의 의미로 사용된 뜻이다.

     3

  3.0 꾸준히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외국어가 모두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거의 한자어 일변도이던 것이 이제는 한글 세대가 늘어남과 함께 고유어를 이용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고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 문물과 함께 외국어가 함께 들어와 고유어, 한자어와 함께 사용됨으로 해서 새말을 만드는 데에도 참여하고 있다.
  3.1 서구어의 頭字語(acronym)과 비슷한 경우로 국어, 특히 한자어에서는 첫 음절을 따서 사용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특히 정치·경제 분야의 시사 용어에서 널리 사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모습은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신문에서는 실제 구어에서 사용되지 않은 용어를 많이 만들어 쓰고 있다.
  이런 경우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경향은 각 어절의 첫 음절을 따는 것이다.

(85) 經協(경제협력), 共對委(공동대책위원회), 중평(중간 평가), 증시(증권 시장), 증안(증시 안정), 統推(통합 추진)
  첫 음절을 따되 head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음절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86) 개도국(개발도상국), 공진청(공업진흥청), 과기처(과학기술처), 근소세(근로소득세), 안기부(안전기획부), 특소세(특별소비세)
  이렇게 줄여서 사용한 결과로 2음절 이상의 단어를 줄인 한자가 그 한자어를 대신하여 사용되어 한자 본래의 특징대로 그 한자가 또 다른 하나의 형태소처럼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3) 이러한 예는 이미 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중·고·대’라 사용하는 것은 이미 굳어진 예라고 할 수 있다.
(87) 共(공화국): 리투아共, 리투아니아共, 러시아共, 5共, 6共
        銀(은행): 국내銀, 東獨銀, 외국銀, 韓美銀, 합작銀, 주거래銀
        委(위원회): 國防委, 문공委, 토지평가委
  이 가운데에는 신문 등에서나 쓰이고 구어에서는 쓰지 않는 것도 있다. 신문에서는 공화국을 ‘共’으로 쓰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구어에서는 쓰게 된다면 ‘공화국’이라고 쓰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5공화국, 6공화국은 구어에서도 ‘5공’, ‘6공’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층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어 길이가 긴 구나 문장을 각 어절의 첫 음절을 따서 줄이는 모습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그렇게 줄여 만든 형태가 기존에 없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있는 단어를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기존에 있던 단어와는 전혀 다르거나 반대되는 뜻을 나타내게 하는 경우가 있어 동음이의어가 나타나게 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88) 옥떨메(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아점(아침 겸 점심),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89) 결혼(결국 혼자되는 것, 결국 혼이 나는 것)
  (88)의 ‘옥떨메’는 고전적인 예가 될 것이다. (89)의 예에서는 동음이의어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본래의 의미와 반대되는 의미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단어가 여러 번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로 가지게 되는 의미만도 여러 가지인 경우가 적지 않은데 (89)에서는 이런 모습도 아울러 볼 수 있다.
  3.2 통사적 구성을 바탕으로 하여 새말을 만들어 쓰는 모습이 점점 늘어 가고 있다. 이 경우 고유어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목적어+타동사’의 구성에 접미사를 붙이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동사+동사’의 구성에 접미사가 붙은 단어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90) 군살빼기, 길트기, 꽃새우잡이, 돌파구찾기, 매맞기, 멱살잡이, 물가잡기, 물막이, 본때보이기, 뿌리내리기, 소매끌기, 숨통죄기, 안전띠매기, 자리다툼, 짝짓기, 편가르기, 표밭갈이, 흠집내기, 힘겨루기
(91) 밀어내기, 밀어붙이기, 사재기, 옮겨타기
(92) 거듭나기, 홀로서기
  목적어 부분에 한자어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동사는 고유어를 사용하고 있다.
  3.3 한자어의 경우에는 두 개 이상의 단어가 복합어를 이룬 다음 여기에 다시 접사가 붙는 복잡한 말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93) 총거래대금
        건축사전예고제, 건설인력난, 자가운전자, 출세지향주의, 후생복지책
  3.4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외국어가 합쳐져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외래어나 외국어에 ‘하다’나 ‘되다’가 붙어서 동사나 형용사로 쓰인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 바 있다.
(94) 다이어트食, 믹서기, 바캉스품, 바터제, 브레인풀제, 살롱화, 승부킥, 쇼크사, 에너지價, 카풀제, 패션가, 헬지
        저마진, 탈이데올로기, 폐비닐
        財테크, 호화빌라
  주로 외래어나 외국어에 접사적인 성격을 가진 한자어가 붙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말 가운데 다음의 것들은 형태소 분석을 제멋대로 해서 만들어진 예들이다. ‘미팅’에서의 ‘팅’을 분석해서 다른 단어와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95) 고팅, 방팅, 선팅, 소개팅, 야사팅, 졸팅
  3.5 재미 있는 조어법으로 이미 존재하는 단어의 일부를 바꾸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거나 같은 대상을 가리키면서 다른 의미를 추가해 주는 예들이 있다.
(96) 지옥철, 통법부, 금치, 금추
(97) 死報, 使報, 捨報
(98) 손풍기
  ‘지옥철’은 ‘지하철’을 가리키면서도 지하철에 승객이 많아 콩나물시루를 못 면함을 비꼬고 있는 말이고 ‘통법부’는 ‘입법부’를 가리키면서 입법부가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에서 만든 법을 통과시키는 데 급급한 모습을 비꼬고 있는 말이다. ‘금치’, ‘금추’는 배추 등의 채소류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 금값이 된 ‘김치’, ‘배추’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96)의 예들은 똑같이 ‘祖報’를 가리켜서 일컫는 말로 독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死報’로, 경영자의 입장만라는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使報’로, 볼거리가 없어 바로 휴지통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捨報’로 쓰고 있어4)/+4) 한국일보 1990년 9월 6일자 13면에서.+/ 이런 조어법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손풍기’는 ‘손’과 ‘선풍기’를 이용한 것으로 ‘부채’를 가리키는 말로 음도 달라지고 지칭 대상도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 사용되는 ‘사자주문’, ‘사자물량’ 등은 ‘먹자판, 놀자판’을 생각나게 하는 동사의 활용형에 명사가 연결된 것이다.

    4

  4.0 일본 정부가 일제 침략에 대해서 사과를 할 때 ‘통석’이라는 단어를 찾아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단어의 선택에 고심한 흔적은 쉽게 읽을 수 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측의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어 우리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어휘를 골라 쓰는 일이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소중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어휘의 선택에 소홀했다는 점은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단어 하나하나를 쓸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고 어떤 단어를 쓰는 것이 좋을지 망설여질 때마다 있는 사전을 모두 뒤져 보고, 사전을 모두 뒤져 보고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하면 알 만한 사람을 찾아 물어서 가장 적절한 단어를 찾아서 써야만 직성이 풀리는 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사전을 만들어 놓지 못한 책임을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국어학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통감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어에는 적당한 표현이 없다는 등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랑스럽게 외국어를 써 대는 사람이 핑계를 댈 수 없도록 새로운 말을 만드는 일, 또 그 새로운 말을 만드는 바탕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써야 하겠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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