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KS 완성형 한글 코드의 문제점(*)
- 교육용 컴퓨터에서 완성형 한글은 안 된다 -

金忠會 / 인하대 교수·국어학

Ⅰ. 서언
    컴퓨터의 한글이 1987년 KS C-5601에 의하여 종전의 조합형에서 2바이트 완성형 코드가 표준 규격으로 정해진 이후, 행정 전산망용으로 채택, 정부 차원의 컴퓨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KS완성형 한글 코드를 표준으로 채택하는 컴퓨터 생산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교육용 컴퓨터의 표준 규격이 8비트에서 16비트 컴퓨터로 바뀌면서, 뒤이어 확정된 교육용 컴퓨터의 세부 표준 방법서[사양]에서 한글 코드 체계를 KS C-5601-1987에 의한 완성형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교육용 컴퓨터의 표준 방법서의 적용 범위는 문교부와 한국통신공사에서 보급할 교육용 컴퓨터의 표준 사항으로서, 최근 신청을 받아 마감한 '교육용 컴퓨터의 품질 인증 시험'의 기준이 되며, 이 품질 인증 시험에 통과한 컴퓨터에 한하여 각급 학교에 납품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동안 KS 완성형 한글 코드 발표 이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의 보완이나 수정 없이 교육용에서까지 완성형 한글을 채택하게 됨에 이르러 우리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가 왔다고 보고, 그 동안 나타난 완성형 한글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종합 검토하고 그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Ⅱ. KS 한글 코드가 나오기까지의 배경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처음 도입된 이래로 컴퓨터에서 한글을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부단히 계속되어 왔다. 컴퓨터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컴퓨터란 수치 연산 등 조사 통계용으로나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필요한 최소 한도의 문자 표현은 영문으로 사용하거나 국어를 로마자로 적는 것이 고작으로 그것만으로도 컴퓨터의 처리 능력을 경이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때가 오래지 않다. 당시만 하더라도 '과연 컴퓨터에서 한글 처리가 가능할 것인가?' 할 정도로 어떤 형태로든 한글만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개인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8비트 개인용 컴퓨터(PC)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8비트 PC에서 사용하던 '한글'이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것을 가지고 컴퓨터에서 한글을 사용한다고 했던가' 할 정도로 그저 컴퓨터 화면에 '한글'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것으로 생각했고, 끝내 8비트 PC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8비트 PC의 수명이 그만큼 단명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8비트 PC의 용량의 제약으로 '한글 처리'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1984년경부터 16비트 IBM호환 PC가 보급되면서 '개인용' 및 '업무용'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도 바로 '한글'의 사용이 8비트 PC에 비하여 월등 자유롭게 된 것에 기인한다. 한글의 사용을【제한된 범위의 문서 작성에서만 사용하던 것이 '한글 카드'의 개발로 한글 카드를 PC에 꽂기만 하면 데이터 베이스, 스프레드시트 등 외국의 각종 소프트웨어에서 별 수정 없이 한글의 입출력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때에 사용된 한글 카드가 소위 7비트 2바이트 완성형 한글 카드로 1,400자 이하의 한글밖에 사용할 수 없었으나 일반 업무용에선 별 무리 없이 업무 처리가 가능해지게 되고, 쓸 만한 소프트웨어가 거의 없다시피 한 때라, 그저 한글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했던 것이다.(1)
    그러나 본격적으로 '한글다운 한글'을 사용하게 된 것은 85년경 16비트 PC용의 8비트 2바이트 조합형 한글의 출현으로 조합 가능한 모든 한글을 워드프로세서와 데이터 베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라고 생각한다.
    조합형 한글로는 KS 규격의 KS C-5601-1982가 있었으나 금성사 등 극히 일부의 PC에서만 채택 사용되고, 삼성전자에서는 또 별도의 조합형 코드를 채택하여 사용하고, 기타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한국 IBM이 대형 컴퓨터에서 사용해 오던 한글 코드를 채택하는 등 8비트 2바이트 조합형 한글 코드의 3대 주류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IBM 조합형 코드도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코드는 한국 IBM이 대형 컴퓨터에서 사용을 전제로 한글 코드만을 제정하여 사용하던 것으로, 국어 표기에 필수적인 한자가 제외되고, 기타 특수 문자 등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 각 PC 업체들이 자사의 PC에 맞게 별도로 한자 코드 및 특수 문자 등 그래픽 코드를 제정하여 보급했기 때문에 한글 부분은 서로 호환이 되더라도 한자 부분은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그 동안 삼보, 큐닉스, 대우통신, 쌍룡, 현대 등에서 채택되어 8비트 2바이트 완성형 KS 한글/한자 코드가 제정되기 전까지 가장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해 온 한글 코드로서, 일명 '상용 조합형 한글 코드'라고 일컬어 왔다.
    이와 같은 한글 코드의 난립은 새로 불붙기 시작한 16비트 PC시장에서 하드웨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사 컴퓨터의 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제각기 서로 다른 한글 코드를 채택한 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PC에서 사용되는 한글 코드는 사용자의 PC기종에 따라 10인 10색으로 서로 달라 소프트웨어의 호환뿐 아니라 한글 문서의 호환마저 불가능하여 사용자가 겪는 불편이라 이루 말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글 코드의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어 종전의 KS C-5601-1982에 의한 2바이트 조합형 코드가 정부 규격으로 있었으나, 한글 코드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한국 표준 연구소의 주관으로 표준화의 연구가 1년여 넘게 진행되어 새로운 KS 표준 코드로 8비트 2바이트 완성형 한글/한자 코드를 채택, 정부에서는 1987년 3월 '정보 교환용 부호에 관한 한글 공업 규격'(KS C-5601-1987)을새로 정하게 된 것이다(박동순 외 1987)
    그런데, 한글 코드의 KS제정에서 완성형이 채택된 것은 내적으로 한글의 출력 방법이 '모아쓰기' 형태로 이루어지면서, 한자를 섞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로 보아 '한자 배제형'이라 할 수 있는 조합형을 수용하기가 어려웠으며, 또 한 가지 이유로 국내에서 통용되는 '조합형'이 한 가지 아니라 3가지 이상이 되어 이것을 한 가지로 통일하는데 무리를 가해서도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어, 당시 외적인 조건으로 보아 도저히 그 기간을 기다릴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 외적인 조건이란 국제 표준화 기구(ISO)에서 요구하는 국제 간의 정보 교환을 위한 코드 표준화와의 충돌이었다고 한다. 그 표준의 내용인즉, 세계 표준인 ISO-2022에서 제정한 코드 체계에 따라 세계 각국의 문자를 처리하게 되는데, 로마자와 같이 1바이트 코드 대역에서 그 문자 표현이 불가능한 한··일 문자권을 2바이트 코드 대역의 첫 번째 영역에 배정하여 3분해야 하는 과정에서 '한글은 24자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이 외국에까지 널리 퍼져 있어, 자칫하면 2바이트 영역의 자리에서 배제될 가능성 때문에 서둘러 완성형으로 KS를 제정하여 국제 표준화 기구에 보고하여 2바이트 체계의 첫 번째 영역의 4분의 1영역(8,192자)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는 명제 때문이었다는 것이다(박동순 외 1989, 유경희 1989).
    이와 같은 배경을 안고, 완성형 한글 2,350자, 한자 4,888자, 기술·학술 기호 등 특수 문자 432자, 숫자 30자, 한글 낱자 94자, 로마 문자 52자, 그리스 문자 48자, 괘선 조각 68자, 라틴 문자 27자, 일본 문자 169자, 러시아 문자 66자 등 총 8,224자와 기타 사용자 정의 영역으로 한글 95자, 한자 95자 정도를 사용하도록 배정하고 있다. 이 방식은 바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행정 전산망용 표준 코드로 채택되어 한글 코드의 표준화로의 정착을 유도해 나가고 있으며, 점차 정부 차원의 컴퓨터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컴퓨터 업계에서도 KS 완성형 한글 코드를 표준 규격으로 하면서, 과도기적으로 종전에 채택했던 조합형 코드를 동시에 지원해 주고 있으나, 앞으로는 점차 KS 완성형 규격만을 지원하는 방향의 영업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형 채택은 근자 급격히 보급되고 있는 저렴한 워드프로세서 전용기의 경우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근자 공중 정보 통신망으로 한국 데이터 통신의 새 천리안 서비스 '천리안 Ⅱ' 및 새 전자 사서함 'PC-SERVE', 한국 경제 신문의 전자 사서함 'KETEL' 등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완성형 한글을 채택하여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확정된 교육용 컴퓨터의 표준화 방안을 보면 여기에 포함되는 한글 카드가 KS C-5601의 완성형 코드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이와 같은 교육용 컴퓨터의 표준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경우 현행 'KS 완성형 KS 한글 코드'의 확산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한글 방식이 각양각색으로 N바이트니, 3바이트, 7비트 2바이트 완성형, 8비트 2바이트 완성형, 8비트 2바이트 조합형이니 해서 난립하던 한글 코드가 한 가지로 통일된다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내외적으로 불가피했다는 배경 속에 탄생한 KS C-5601 완성형 한글 코드는 다음 3장에서 지적된 것처럼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어 이의 보완이나 수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KS 규격을 조합형으로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는 데서 교육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시행착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손실이 예상되는 문제를 안고 있어, 다음 장을 달리하여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Ⅲ. KS 완성형 한글의 문제점
    이 장에서는 그 동안 KS 완성형 한글에 대하여 각계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종합 검토하고, 그 동안 부각되지 않은 문제점 몇 가지를 함께 논의해 보기로 하겠다.

1. 완성형 한글은 한글 조직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
    우리는 그 동안 학생들에게 한글이 세계 文字史上 일반 다른 문자와 비교할 때, 매우 조직적이며,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자라고 가르쳐 왔다.(2)
    조직적이란 우선 제자의 방법이 기본자를 먼저 만들고 나머지 글자는 거기에서 파생시켜 나가는 二元的인 구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그것이다. 자음은 'ㄱ, ㄴ, ㅁ, ㅅ, ㅇ'의 5자를 기본으로 하여 다른 글자가, 모음은 '·, ㅡ, ㅣ'의 3자를 기본으로 하여 나머지 글자를 파생시켜 나가는 제자 원리라든가, 그리고 음성적으로 같은 계열의 글자면 그 모양에서도, 예컨대 치음의 'ㅅ, ㅈ, ㅊ'이나, 이중 모음의 'ㅑ, ㅕ, ㅛ, ㅠ'에서 보듯 어떤 공통점을 가지도록 제자한 것이 그러하다. 바로 이런 점이 문자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높은 조직성을 갖는 문자가 되게 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라는 점도 한글의 큰 특징으로 들 수 있는데, 앞에서 지적한 이원적인 구성이 그러하며, 기본자의 제자에서 그 기본자의 소리를 발음할 때의 발음 기관의 모양을 상형하여 제자했다는 발상이 독창적이고 또한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음성학 내지 음운론의 높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한편 한글의 가장 큰 특징으로 '모아쓰기' 방식을 지적할 수 있다. 제자상으로는 조직성·독창성·과학성을 바탕으로 하여 문자사상 가장 발달한 단계인 음소 문자를 지향하면서도 실제 운용상에서는 음절 단위로 묶어 한 字가 되게 한 것이다. 이 '모아쓰기' 방식에 대하여 오늘날 '한글의 기계화 문제'와 관련하여 '한글의 풀어쓰기' 주장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모아쓰기의 독특한 방식은 오늘날 우리에게 오히려 편익을 주는 점이 많았다는 지적과 함께, 이 모아쓰기 방식이야말로 세종의 가장 뛰어난 업적 중의 하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李翊燮 (1971, 1985).
    그 편익이란, 첫째로 한자와의 관계에서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한국]을 '한국'이라고도 쓰고, '韓國'이라고도 쓴다. 이때 'ㅎㅏㄴㄱㅜㄱ'보다는 '한국'에 '韓國'과 같은 단어라고 쉽게 판단이 된다.
    둘째로, 국어의 첨가어로서의 특성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꽃]의 경우,

꽃이, 꽃을, 꼿에서, 꽃으로, 꽃도, 꽃마다, 꽃이다, 꽃입니다

와 같이, 또 [붉다]의 경우,

붉어, 붉으면, 붉으오, 붉고, 붉지, 붉더라, 붉습니다

등과 같이, 국어는 굴절이 다채로운 언어다. 가령 '꽃이 붉으오'를 예로 들면 이것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다음 3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1) ㄲㅗㅊㅣㅂㅜㄹㄱㅡㅗ.
(2) 꼬치 불그오.
(3) 꽃이 붉으오.

이때 (1)보다는 모아쓰기의 방법으로 세종 당시의 표기처럼 (2)와 같이 쓰는 것이, (2)보다는 현행 맞춤법에서처럼 (3)과 같이 하여 그 기본형을 고정시켜 '꽃'이나 '붉-'으로 하는 것이 그 뒤에 어떤 다른 요소가 결합되더라도 '꽃'이라든가, '붉-'이라는 개념의 전달이 빠른 것을 알 수가 있다.
    결국 이 모아쓰기 방식이 국어의 특성을 살리고 한글을 세계 문자사상 개성적인 문자가 되게 하였으며, 그만큼 우리에게 실용상의 편익을 가져다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訓民正音에서는 이 모아쓰기 방식을,

·, ㅡ, ㅗ, ㅛ, ㅠ는 초성의 아래 붙여 쓰고 ㅣ, ㅏ, ㅓ, ㅑ, ㅕ는 오른쪽에 붙여 쓰라. 모든 글자는 모름지기 어울려야 소리가 이루어진다.(· ㅡ ㅗ ᅮ ㅛ ㅠ 附書初聲之下 ㅣ ㅏ ㅓ ㅑ ㅕ 附書於石 凡字必合而成音)

이라 하여 초··종성이 합해져야 한 글자를 이룬다고 규정하였으며, 鄭麟趾는 그의 序文에서,

이 28자를 가지고도 전환이 무궁하여(얼마라도 응용해 쓸 수 있고) 간단하고도 요긴하고 精하고도 통하는 까닭에,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우치고,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 이 글자로써(한문으로 된) 글을 풀면 그 뜻을 알 수 있고, 이 글자로써 訟事를 심리하더라도 그 실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한자음은 청탁을 능히 구별할 수 있고 樂歌는 律呂가 고르게 되며, 쓰는 데 갖추어지지 않은 바가 없고 가서 통달되지 않은 바가 없으며, 심지어 바람 소리, 학의 울음, 닭의 홰치며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일지라도 모두 이 글자를 가지고 적을 수가 있다(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 簡而要精而通 故智者不終朝會 愚者可浹旬而學 以是解書可以知其 義以是聽訟可以得其情 字韻則淸濁之能辦 樂歌則律呂之克詣 無所用而不備 無所往而不達 雖風聲鶴喉鷄鳴狗吠 皆可得而書牟)(3)

라고 하여, 28자의 낱 글자를 조합하여 무슨 글자, 무슨 소리 등 표현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 아닌가.
    학생들의 상상력이란 무한한 것이다. 그 무한한 상상력은 무한한 창조적인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한글의 특성이 초··종성의 조합으로 조합 가능한 어떤 글자나 조합이 가능하여 무슨 소리든지 표현할 수 있는 글자'라고 가르치면,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자판의 한글 자모를 두드리면서 "시냇물이 '좔좔' 흐르는데, 돌을 '퐁'하고 던졌다."라고만 하지 않고, "시냇물이 '쫠쫠/쭬쭬' 흐르는데, 돌을 '퐁'하고 던졌다."라고도 쳐 보는 것이 학생들인 것이다. 이때 컴퓨터 화면에는 '쭬, 푱' 대신 '쭤ㄹ, 표ㅇ'이라고 나타난다. 순간적으로 컴퓨터가 고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성형 한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등록되지 않은 '쭬, 푱'의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아니, 우리 한글은 자모의 조합으로 무슨 글자, 무슨 소리든지 쓸 수 있다고 배웠는데, '쭬, 푱'이 안 돼. 컴퓨터가 제 나라 말도 다 표현하지 못하니, 이런 둔기(鈍機)로 무엇을 하지?"

하고 중얼거릴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물을 '닝큼' 떠 오너라."

가 맞는 줄 알고 써 왔는데, 오늘 국어 시간에 '닝큼'이 아니고, '닁큼'이 옳다는 것을 알고, 우리 국어에 대한 다음과 같은 생각을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일기장에 적어 보기로 하였다.

오늘 국어 시간에 배운 닁큼'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닝큼' 라고 쓰면 왜 안될까? 그런데, '닝큼'이라고 쓰지 않는 것은 '닁'의 '늬'가 [니]로 발음되지만 그 '니'가 '어머니, 아니다' 등의 '니'와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어머니'의 '니'는 잇몸소리 [ni]지만, '닁큼'의 '늬'(실제 발음 [니])는 구개음화된 [ɲi]로 발음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닁큼' 대신 '닁큼'의 큰말이라고 하는 '냉큼'을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지만, 얼마 전에 우리말이 의성·의태어와 같은 상징적인 표현이 다른 어떤 언어에서보다 특히 풍부하다고 배운 것이 생각난다. 아하, 훈민정음 창제자들이 '바람 소리, 학의 울음, 닭의 홰치며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에 마치면서 새삼 '한글' 제정의 오묘한 이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영어 같은 외국어를 10년 넘어 배워 왔지만 우리말에 보이는 이런 말 맛을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닁큼, 냉큼, 하하, 허허, 호호, 후후, 헤헤, 해해, 히히, 소곤소곤, 수군수군, 쏘곤쏘곤, 쑤근쑤근, 방긋방긋, 벙긋벙긋, 빙긋빙긋, 빵긋빵긋, 뻥긋뻥긋, 뱅긋뱅긋, 뺑긋뺑긋, 삥긋삥긋, 핑긋핑긋, 발갛다, 빨갛다, 벌겋다, 뻘겋다, 샛빨갛다, 싯뻘겋다, 붉다, 뿕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글자쇠를 두드려도 '닁'과 '뿕'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조합형 가능한 한글 11,172자 중 사용 빈도가 높은 2,350자를 완성형으로 심어 놓았으니, 등록되지 않은 '닁, 뿕'의 표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자라는 꿈나무에게서 무한한 상상력을 빼앗는다는 것은 바로 그들에게서 무한한 창조적 가능성을 짓밟아 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한글의 특성이 초··종성의 조합으로 조합 가능한 모든 글자의 조합이 가능한 '모아쓰기'에 있는 것이거늘, 이제 각급 학교의 컴퓨터 교육에서 조합 가능한 글자의 20% 정도 밖에 표현이 불가능한 '완성형 한글'을 채택한다는 것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고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글 조직의 특성에서 볼 때, 현재의 KS 완성형 한글 코드는 즉시 조합형으로 바꿔져야 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2. 빠진 글자가 많아 국어를 제대로 표기할 수 없다.
    앞의 지적처럼 한글의 특성인 조합의 원리를 외면하고 사용 빈도가 높은 2,350자의 한글을 완성형으로 묶어 놓았으니, 당연히 표현 불가능한 글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글의 기본 자모는 자음 14자, 모음 10자로 24자이지만, 글자를 이루는 자소(字素)로서는(4)

자음: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14)
겹자음: ㄲ ㄸ ㅃ ㅆ ㅉ (5)
모음: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10)
겹모음: ㅐ ㅒ ㅔ ㅖ ㅘ ㅙ ㅚ ㅝ ㅞ ㅟ ㅢ (11)
겹받침: ㄳ ㄵ ㄶ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 (11)

으로 구성되고, 한글의 자종(字種) 구성의 음절 구조는 '초성+중성' 혹은 '초성+중성+종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초··종성의 쓰임에 따른 자소를 다시 구분하면,

초성: 자음(14)+겹자음(5)=19
중성: 모음(10)+겹모음(11)=21
종성: 자음(14)+겹자음(2)+겹받침(11)=27

이므로, 조합형 한글은 현대 국어에서 11,172자('초성+중성' 구성 음절 19×21=399자, '초성+중성+종성' 구성 음절 19×21×27=11,769)가 모두 가능한 반면, 완성형 한글은 조합형의 20% 정도밖에 쓸 수가 없는 것으로 다양한 사용자의 욕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종전에는 컴퓨터의 활용이 일부 자연 과학 계통과 일반 업무용에만 국한되었으나, 현재는 인문 사회 과학 및 예술 등 각계 각층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일례로 국어 국문학 분야만 보더라도 완성형 한글 코드가 KS 규격으로 확정된 87년의 경우 컴퓨터를 실제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전국을 통틀어 10손가락을 꼽을 정도의 몇몇에 불과했으나, 불과 2년 사이에 수백을 헤아리게 되었으며, 출판업계에서도 탁상 출판(Desk Top Publishing) 및 전산 조판(CTS) 시스템의 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바로 '완성형 한글'의 한계성이다.
    국어에서 古語의 처리가 불가피한 국어 국문학자를 중심으로 연전에 발족한 '한국어 전산학회'(회장: 李基文)에서는 조합형 한글 처리가 가능한 그래픽 한글인 삼보의 'NKP 한글'을 표준 코드로 채택하여, 빈 코드 영역을 이용, 중성 [아래 'ㆍ']및 [아래 'ㆎ']2자와 종성 겹받침으로 [리을여린히읗 'ㅭ'] 1자 등 3글자를 배당하여 조합형 코드의 최대 장점인 조합에 의한 확장으로 일반의 2바이트 조합형 한글의 11,172자보다 1,570자가 늘어난 12,742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글의 조합에 의한 놀라운 확장성을 이용하고, 1,224자의 사용자 정의 영역을 활용하여 불완전한 방법이지만 고어 처리를 가능케 한 것이다.(金忠會 1989).
    이와 같은 사정은 출판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의 30여 개 출판사가 모여 역시 연전에 발족한 '한국 전산 출판 연구회'(회장: 허창성)에서도 출판계의 표준 코드로 2바이트 조합형 한글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에서 한글 코드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KS 규격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한글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KS 표준 규격을 가장 먼저 따라야 할 학계, 출판계에서조차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이기성 1988).
    다음 KS 완성형 한글에서 누락된 글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물론 여기에 제시된 목록이 빠진 글자의 전체 목록이 아님은 물론이다. 예컨대 중국이 중국 내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 문자의 컴퓨터 부호 제정서에 나타난 한글 코드계를 보면 1급 2,068자(현대어), 2급 1,356자(현대어), 3급 1,873자(고어)를 채용하고 있어, 현대어만 보더라도 우리의 KS 완성형의 2,350자보다 1,100여 자를 더 수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가 된다. 그렇다고 하여 이 중국의 한글 코드에 수용하고 있는 글자 목록도 국어에 사용되는 모든 글자 목록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1) 국어 정서법에 쓰이는 글자가 빠진 경우
    이 완성형 한글이 KS 규격으로 제정된 직후 국어학계에서 김정수(1987) 교수가 국어 정서법에서 필요한 글자 중에서 빠진 글자 220자를 지적한 바 있는데, 우선 그 목록을 번호 (1)-(227)에서 보인다. 김정수 교수의 목록 배열을 일부 바꾸어 전재하였으며, 번호 앞에 *표를 붙인 7개는 필자의 보충으로 늘어난 것이다.

가. 단일 형태소 표기에서 사용되는 글자
*(1) : '구멍'의 옛말(5)
*(2) 걁: 걁하다 [형] (1) 더 들어갈 수 없다. 능준하다. (2) 더 먹을 수 없이 부르다.(6)
*(3) : '나무'의 옛말(5)
(4) 늧: 늧 [명] 앞으로 어떻게 될 장본. 미리 보이는 빌미. *늧이 사납다.
(5) 닁: 닁큼, 닁큼닁큼 [부] '냉큼, 냉큼냉큼'의 큰말.
(6) 볌: 볌 [명] 가락지나 병 아가리 같은 것이 헐거워서 손가락이나 마개 등이 꼭 맞지 않을 때에 맞도록 끼는 헝겁이나 종이.
(7) 뺜: 빤죽거리다, 뺜죽대다 [동] '반죽거리다, 반죽대다'의 센 말. 뺜하다 [형] '빤하다'를 좀 더 절실하게 이르는 말.
*(8) 뿕: 뿕다 [형] '붉다'의 센말. 뿕어지다 [동] '붉어지다'의 센말.(7)
(9) 쫒: 쫒다 [동] 상투나 낭자 등을 틀어서 죄어 매다. 조지다.
나. 한자음
(10) 쵀: 한자음의 쵀(綷). 쵀영(綷詠: 아름다운 노래나 시가), 쵀운(綷雲: 아름다운 구름)
(11) 펵: 한자음의 펵(皕: 200)
다. 준말에서 사용되는 글자
(12) 긓: 긓지←그렇지, 긓게←그렇게(8)
(13) 맟: 맟다 [동] '마치다'의 준말.
(14) 붴: 붴 [명] '부엌'의 준말.
(15) 읓: 뉘읓다 [동] '뉘우치다'의 준말.
(16) 칮: 문칮거리다 [동] '문치적거리다'의 준말. 문칮문칮[부]'문치적 문치적'의 준말.(9)
*(17) 헗: 헗다 [형] '헐하다'의 준말.(10)
*(18) 럲: 부지럲다 [형] '부지런하다'의 준말.(10)
*(19) 겷: 정겷다 [형] '정결하다'의 준말.(10)
라. 어휘 형태소와 문법 형태소가 한 음절로 축약될 때 사용되는 글자

(가) 어간과 어미 '-어'
    /외, 위/로 끝나는 용언의 어간과 어미 /-어/가 이어날 경우에, 이 두 모음이 한 음절 /왜, 웨/로 축약되는 일이 있는데, [되어→돼, 뵈어→봬, 뛰어→뛔]와 같은 경우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20) 놰: 놰←뇌어 *뇌다 [동] (1) 더 부드럽게 하려고 굵은 체에 친 가루를 가는 체에 다시 치다. (2) 잘 알아 듣도록 한 말을 가듭하다. (3) '놓이다'의 준말.
(21) 뢔: 사뢔→사뢰어, 아뢔→아뢰어
(22) 뫠: 뫠←뫼어 *뫼다 [동] '모이다'의 준말.

(나) 어간과 선어말 어미 '-았/었-'
    이것도 앞의 경우와 같이 /오, 외, 우, 위/ 등으로 끝나는 용언의 어간과 과거의 선어말 어미 /-았/었-/이 이어날 경우에, 한 음절 /왔, 왰, 웠, 웼/ 등으로 축약되는 일이 있는데, [오았다→왔다, 되었다→됐다, 쑤었다→쒔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23) 괐: 괐다←고았다.
(24) 궸: 사궸다←사귀었다.
(25)~(42) 꽸, 뇄, 뉐, 뒜, 뙜, 뛨, 맜, 뫴, 뮀, 쉤, 왰, 웼, 쥈, 췠, 꿨, 뀄, 홨, 휐: 예 생략.

(다) 체언과 조사 '-ㄴ' '-인'
    이것은 체언이 모음으로 끝날 경우에 보조사 /-는/과 서술격의 관형사형 /인-/이 /-ㄴ/으로 줄어 체언에 직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난, 나무는 →나문, 나무인 듯하다→나문 듯하다]와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43) 궨: 궨←궤는, 궤인 (줄)
(44) 긘: 긘←긔('그이'의 준말)는, 긔인 (줄)
(45) 뉀: 뉀←눼('누에'의 준말)는, 눼인 (줄)
(46) 뉸: 메뉸←메뉴(menu)는/메뉴인 (줄)
(47) 몐: 연몐←연몌(連袂)는, 연몌인 (줄)
(48) 뼌: 갈비뼌←갈비뼈는/갈비뼈인
(49) 좐: 강좐←강좌(講座)는/강좌인
(50) 쾐: 쾐←북어 한 쾌는/쾌인, 불쾐←불쾌는
(51) 폔: 민폔←민폐(民弊)는/민폐인

(라) 용언과 보조사 '―ㄴ'
    앞의 체언에 조사 '-ㄴ' '-인'이 연결될 때와 마찬가지의 경우인데, 용언의 활용 어미 /-아/어(서)/ 다음에는 보조사 /-는/이 올 수 있어서, [먹어는 보지만→먹언 보지만]과 같이 줄여서 말할 수 있다. 이 유형에서 빠진 글자는 앞의 (가)에 의한 축약형 [돼(←되어)]에 보조사 /-ㄴ/이 연결되어 [됀]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의 예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52) 꽌: 꽌←꼬아는
(53)~(80) 꽨, 꿘, 놴, 눤, 됀, 뒌, 뙌, 뛘, 뢘, 뤈, 뫤, 뭰, 봰, 붠, 숸, 쐔, 쒄, 좬, 줜, 줸, 쫜, 쫸, 쭨, 춴, 켼, 궨, 퉌, 퉨: 예 생략.

(마) 체언과 조사 '-ㄹ' '-일'
    이것은 앞의 (다)와 같은 유형으로 체언이 모음으로 끝날 경우에 목적격 조사 /-를/과 서술격의 관형사형 /-일/이 /-ㄹ/로 줄어 체언에 직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를→날, 나무를→나물, 나무일 듯하다→나물 듯하다]와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81) 궬: 궬←궤를, 궤일 (줄)
(82) 긜: 긜←긔('그이'의 즌말)/긔일 (줄)
(83)~(92) 껠, 넬, 뉄, 롈, 몔, 뼐, 왤, 쾔, 퇼, 홸: 예 생략.

(바) 용언과 조사 '-를'
    앞의 (다) 체언과 조사 '-ㄴ' '-인'이 연결될 때와 마찬가지의 경우인데, 용언의 활용 어미 /-아/어(서)/다음에는 목적격 조사 /-를/이 올 수 있어서, [먹어를 보다→먹얼 보다]와 같이 줄여서 말할 수 있다. 이 유형에서 빠진 글자는 앞의 (가)에 의한 축약형 [돼←(되어)]에 목적격 조사 /-ㄹ/이 연결되어 [됄]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의 예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93) 꽬: 꽬←꾀어를 (보다)
(94)~(125) 놸, 눨, 됄, 둴, 뒐, 뙐, 뙬, 뛜, 뢜, 뤌, 뫌, 뫨, 뭴, 봘, 봴, 숼, 쏼, 쐘, 쒈, 좰, 줠,줼, 쫼, 쭬, 쳘, 춸, 췔, 콀, 퀠, 텰, 퉐, 퉬: 예 생략.

(사) 어간과 명사형 어미 '-ㅁ'
    이것은 명사형 어미 /-ㅁ/이 모음 어간이나 /ㄹ/ 탈락 용언의 어간에 연결될 때 이루어지는 음절에서 생기는 글자들이다. 특히 /ㄹ/ 탈락 용언의 명사형에서 많이 볼 수 있다.

(126) 괢: 괢('괠다'의 명사형)
(127) 긂: 둘긂, 동긂('둥글다, 동글다'의 명사형)
(128) 늼: 노늼(노늬다←노느이다)
(129)~(145) 꼶, 둚, 뒴, 딺, 뙴, 뚦, 뜲, 멺, 묌, 뮘, 슮, 읆, 칢, 콈, 큶, 틂, 폠: 예 생략.

(아) 상대 높임법 선어말 어미 '-ㅂ'의 결합
    이것은 상대 높임법의 '합쇼체' 표지의 선어말어미 '-ㅂ-'이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혹은 용언에 직결되어 생기는 음절들에서 나타나는 예들이다.

(146) 걥: 걥니다(걔입니다←그 이이입니다)
(147) 궵: 궵니다←궤입니다
(148)~(172) 귭, 긥, 껩, 냡, 녭, 뉍, 늽, 똡, 뚭, 몝, 뮙, 쇕, 쐽, 씝, 왭, 읩, 쟵, 콉, 쾝, 툅, 홥, 횁, 훕, 휍, 훕: 예 생략.

(자) 사이시옷이 들어간 말
    이것은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에 '사이시옷'이 붙을 경우에 나타나는 예&들이다.

(173) 쾟: 쾟돈 [명] 관돈, 돈 열 냥, 엽전 천 문(川文)을 일컬음.
(174)~199) 괫, 귯, 긧, 꾓, 뀃, 뀟, 냣, 녓, 넷, 뉏, 뉫, 늇, 늿, 똣, 뜻, 몟, 뽓, 쎗, 쑷, 얫, 쟷, 쭛, 찟, 쾟, 혯, 휏, 흿: 예 생략

(차) 강세의 '시옷'이 들어간 말
    강세의 '시옷'은 용언의 어미 '-아/어' 다음에 붙어 힘주어 말할 때 잘 나타나는 것으로 특히 구어에서 많이 나타난다.

(200) 궛: 달궛!(←달구엇←달구어) 일궛(일구엇←일구어!)
(201)~(227) 꺗, 꽛, 꿧, 놧, 눳, 뒷, 뙛, 륏, 뫗, 봣, 붯, 쉇, 쌋, 썻, 쐇, 쒓, 웟, 졋, 줫, 쎳, 쫫, 쭷, 쳣, 췃, 텃, 퉛, 폇: 예 생략

이상 살핀 바와 같이 현재의 2,350자로서는 현대 표준 국어의 표현조차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가장 규범적인 각급 학교 교과서의 문장도 완전한 입력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KS 완성형 한글 코드가 누구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가 반문하면서, 이 완성형 한글 코드가 다시 각급 학교의 교육용 컴퓨터에 표준 규격으로 채택된다고 하니,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2) 살아 있는 문화유산인 方言을 표기할 글자가 없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제 나라 국어는 古語를 포함하여 모든 표기 가능한 글자는 모두 표기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서는 현재의 2바이트 조합형 한글로도 불가능하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멀티 바이트 체계에 의한 새로운 한글 코드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최소한 方言을 포함한 현대 국어의 모든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통어로서는 표준어를 지향하고 있지만, 方言은 또한 방언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방언이란 살아 숨쉬는 자연 언어의 실체로서 언어 자료의 보고라고 할만하다. 표준어도 한 나라의 정치, 문화, 행정의 중심지인 서울 방언이 표준어로 정해진 것에 불과하다. 서울 방언에 없는 사물이나 어떤 개념을 표시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서울 지역 방언 외의 지역 방언을 표준어로 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공적인 국민 생활에서는 반드시 표준어를 사용해야 하겠지마는 사생활에서는 보다 친숙한 方言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며, 그 표현이 가능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작가들의 創作에서는 方言의 구사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잠정적으로 '완성형 한글'과 함께 '조합형 한글'을 동시에 지원해 주고 있어 컴퓨터에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할 경우 문제가 없으나 요즘 보급되는 워드프로세서 전용기의 경우 '완성형 한글'만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方言까지 구사하는 자유로운 創作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다음 2,350자에 누락된 방언에 나타나는 글자 목록을 예시하여 본다. 이곳에 예시된 목록이 방언에 나타나는 모든 글자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희승(1961)의 [국어 대사전]및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1987) 간행의 [韓國 方言 資料集―忠淸北道 篇]과 [韓國 方言 資料集―全羅北道 篇]에서 적의 예시한 것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목록 제시가 가능하다. 여기서는 체계적인 배열을 하지 않고 가나다순으로 예시하였다.

(228) 갉: 갉을(가루를)
(229) 걌: 욂걌다(옮겼다)
(230) 겱: 겱에(겨울에)
(231) 괾: 괾기다(곪기다)
(232) 굠: 굠(고욤-전라)
(233) 궹: 궹(구유-황해), 궹이(구유-경기)
(234) 귊: 귊기다(굶기다)
(235) 귕: 귕기다(굶기다), 귕(구유-경기, 강원, 황해), 귕이(고양이-경북)
(236) 긇: 긇다(그르다)
(237) 깄: 갱깄다(감겼다)
(238) 깪: 깪이다(깎이다)
(239) 껓: 껓(겉-경남)
(240) 껕: 껕(겉-전남, 경남)
(241) 껚: 껚이다(꺾이다)
(242) 꼉: 꼉낭(뒷간-평북)
(243) 꽅: 꽅(꽃-경상)
(244) 낋: 낋이다(끓이다)
(245) 낐: 뭉낐다(묶였다)
(246) 냬: 고냬이(고양이)
(247) 냉: 고넁이(고양이)
(248) 뇦: 뇦이다(높이다)
(249) 눍: 눍다(묽다-전북)
(250) 늫: 늫다(넣다)
(251) 닼: 닼(닭)
(252) 돜: 돜(돌)
(253) 돴: 어돴다(어뒀다)
(254) 뒙: 뒙다(도리어, 오히려-충북)
'( 28) 뒜: 뒜다(두었다)(11)
(255) 뙥: 똑뙥이(똑똑이)
(256) 뚧: 뚧다(뚫다)
(257) 뛔: 뛔(뛰어)
(258) 뜳: 뜳다(뚫다/떫다)
(259) 렜: 들렜다(들렸다)
(260) 맀: 들맀다(들렸다)
(261) 맽: 맽기다(맡기다)
'(137) 묌: 묌이(몸[體]이)
(262) 뮉: 뮉히다(묵히다)
(263) 뮊: 뮊이다(묶이다)
(264) 밨: 밨다(봤다)
(265) 볿: 볿다(밟다-전북)
(266) 뵊: 뵊이다(볶이다)
(267) 빘: 비빘다(비볐다)
(268) 뼀: 뼀다(삐었다)
(269) 뾥: 뾥히다(뽑히다)
(270) 삣: 삣다(삐었다)
(271) 셌: 마셌다(마셨다)
(272) 솄: 마솄다(마셨다)
(273) 솼: 잡솼다(잡수셨다)
(274) 쇵: 쇵이(송이)
(275) 싥: 싥(시루를)
(276) 싰: 마싰다(마셨다)
(277) 싳: 싳어라(씻어라)
(278) 쌂: 쌂다(삶다)
(279) 쌯: 쌯이다(쌓이다)
(280) 쎅: 쎅히다(썩히다)
(281) 쎔: 쎔(수염-경남)
(282) 쎠: 쎠라(씻어라-충청)
(283) 쒐: 쒐(수염-경남)
(284) 쒬: 쒬(수염-강원)
(285) 씿: 씿다(씻다-충청)
(286) 앺: 앺이(앞이)
(287) 얭: 고얭이(고양이)
(288) 엤: 묶엤다(묶였다)
(289) 엪: 엪히다(엎히다)
(290) 옝: 옝이, 옝끼(여우)
(291) 욂: 욂기다(옮기다)
(292) 욒: 욒히다(엎히다)
(293) 욹: 저욹에(겨울에)
(294) 읎: 읎다(없다)
(295) 웂: 웂다(없다)
(296) 잙: 잙을(자루를)
(297) 젉: 젉에(겨울에)
(298) 젙: 젙(곁)
(299) 젰: 젰다(지었다)
(300) 졁: 졁에(겨울에)
(301) 쥥: 중이(중[僧]이)
(302) 즑: 즑에(겨울에)
(303) 즒: 즒다(젊다)
(304) 짷: 짷다(짜다)
(305) 쫗: 쫗다(쪼다)
(306) 쬣: 쬣기다(쫓기다)
(307) 쮓: 쮓게(제기-제주)
(308) 쯕: 쯕다(적다)
(309) 쳈: 다쳈다(다쳤다)
(310) 쵝: 촉쵝이(촉촉이)
(311) 췩: 축췩이(축축이), 췩이다(축이다)
(312) 칬: 다칬다(다치었다)
(313) 칰: 칰(칡-경상)
(314) 쾽: 쾽이(콩[豆]이)
(315) 큲: 큲다(끊다-전북)
(316) 킸: 할킸다(할켰다)
(317) 턻: 턻다(떫다-경상)
(318) 퉸: 퉸다(튀겼다)
(319) 퓡: 동퓡이(東風이)
(320) 헡: 헡다(흩다-경상)
(321) 헸: 묻헸다(묻혔다)
(322) 흝: 흝다(핥다/훑다-경상)
(323) 힜: 묻힜다(묻혔다)

(3) 외래어 표기에 필요한 글자가 없다
    다음은 문교부 고시 <외래어 표기법>의 '표기 용례'(문교부 1988)에 나오는 예들로서, 이미 앞에서 빠진 글자로 지적한 글자들이 보인다.

'(286) 얭: 무아얭(moyen 프)
'(122) 퀠: 퀠로(quello 이)
'(273) 쇵: 쇵트(shunt 프)

(4) 올바른 국어 교육을 위해서 필요한 글자가 없다.
    또한 우리가 규범적인 국어 생활을 위하여 올바른 맞춤법, 바른 표준어의 사용, 표준 발음법을 알려 주기 위한 교육적인 목적에서 볼 때에도 2,350자의 완성형 한글로는 불가능하다. 예컨대, "나뭇가지를 꺽다"고 썼을 때, [걲]은 맞춤법에 틀리니, [꺾]이라고 써야 한다고 할 때 [걲]을 적을 수가 없으며, "돈이 읎/웂어"라고 말하는 방언 화자의 "읎어", 또는 "웂어"는 방언이니 "없어"라고 해야 한다고 할 때, [읎, 웂]을 적을 수가 없다. 국어 교육에서 "옷"의 발음이 국어의 중화 규칙에 따라 [옫]이라고 발음된다고 가르치면서 '옫'을 적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문교부 고시 <표준어 규정> 중 '표준 발음법'에서 국어의 올바른 발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사용된 글자 중 빠진 글자를 추려 본다(문교부 1988). 초··고의 국어 교육에서 바른 발음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예시된 글자 외에도 발음 표시를 위하여 필요한 글자는 훨씬 더 많은 글자를 추가할 수 있다.

(324) 갣: 고갯짓[고개찓/고갣찓]
(325) 굥: 식용유[시굥뉴]
(326) 깯: 깻잎[깯닙→깬닙]
(327) 꼳: 꽃밭[꼳받]
'( 54) 꿘: 공권력[공꿘녁]
(328) 낻: 냇가[내:까/낻:까]
(329) 녇: 콩엿[콩녇]
(330) 뉻: 밤윳[밤:뉻]
(331) 닏: 베갯잇[베갣닏→베갠닏]
(332) 랟: 빨랫돌[빨래똘/빨랟똘]
(333) 렫: 물엿[물렫]
(334) 뮹: 금융[금늉/그뮹]
(335) 밷: 뱉다[밷따]
'( 66) 붠: 입원료[이붠뇨]
(336) 븨: 협의[혀븨]
(337) 빋: 빚다[빋따]
(338) 빧: 꽃밭[꼳받→꼬빧]
(339) 샏: 샛길[새:낄/샏:낄]
(340) 솓: 솥[솓]
(341) 옫: 옷[옫]
(342) 욷: 웃다[욷:따]
(343) 읻: 있다[읻따]
(344) 젇: 젖[젇]
(345) 쫃: 쫓다[쫃따]
(346) 찓: 고갯짓[고개찓/고갣찓]
(347) 콛: 콧등[코뜽/콛뜽]
(348) 퇻: 툇마루[퇻마루→퇸마루]
(349) 팯: 대팻밥[대:패밥/대:팯밥]
(350) 핻: 햇살(해쌀/핻쌀)

3. 음소 분석이 불가능하므로 한글의 인공 지능 분야에서의 활용이 어렵게 된다.
    완성형 한글에서는 각 음절을 음소 단위로 구분할 수 없으므로 음소 분석, 형태소 분석 등의 국어 자료 처리가 불가능하게 된다. 필자가 충북 대학의 이상호, 정인상 교수와 공동 개발한 국어의 음소 빈도 조사 프로그램이나, 형태소 검색 프로그램도 조합형 한글을 사용했기 때문에 용이하게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만약 완성형 한글밖에 컴퓨터가 지원해 주지 않았다면 별도의 추가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했을 것이며, 우리의 능력의 가능했는지도 알 수 없다.
    앞으로 한글 문장의 인식, 자동 번역 시스템, 한글 패턴 인식 등의 인공 지능 분야에서 한글을 사용할 때에는 한 음절을 음소로 분리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여 별도의 프로그램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신홍철 1987, 안대혁 1989, 박현철 1989ab).

4. 정보 교환용이라는 완성형 한글이 오히려 정보 교환에 장애가 된다.
    이미 지적된 바 있는 완성형 한글의 단점으로 2,350자밖에 사용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95자의 '사용자 정의 영역'에 추가할 글자를 집어넣으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경우 사용자마다 서로 다르게 사용자 정의 영역에 추가 글자를 정의하게 되므로 상호 정보 교환이 불가능하게 된다. 예컨대, 사용자 정의 영역 1번 코드에 A 사용자는 '닁'을 넣어 사용하고, B 사용자는 '웇'을 넣어 사용한다면 상호 정보 교환은 불가능한 것이다.
    사용자 정의 영역을 이용했을 때의 문제로, 컴퓨터의 생명인 순차 배열(sort)에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같은 사용자가 정의한 문자라도 사용자 정의 문자로 정의된 한글은 '가나다'순의 배열이 불가능함은 물론이다.
    한 가지 예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자 사서함 가운데 DACOM의 PC-SERVE와, 새 천리안 서비스, 한국 경제 신문의 KETEL의 경우 완성형 한글만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바로 이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년 3월 1일부터 새로운 [한글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이 시행되고 있거니와, 이들 전자 사서함 서비스에서 가입자들을 위한 '새 한글 맞춤법 강좌'를 개설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형편이다. 본인이 사용자 정의 영역을 이용하여 2,350자 이외의 글자를 만들어 넣어도 우선 호스트 컴퓨터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앞으로 국어사전의 편찬도 컴퓨터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합형 한글의 경우에도 고어 처리는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어 처리 문제는 젖혀 두고라도 현대 국어사전도 현재의 완성형 한글로는 불가능하다. 외국의 경우 백과사전이, 국어사전이 모두 데이터 베이스화되어 단말기를 통하여 거리에 관계없이 온라인을 통하여 검색하여 읽을 수 있고, 인쇄를 해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한다(유경희1987). 우리도 미구에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현재 연세 대학교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어사전의 편찬 작업이 컴퓨터에 의해 이루어질 것으로 듣고 있거니와 아마도 이 사전 편찬 작업을 위해서는 고어 처리도 가능한 새로운 한글 코드의 개발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사전 편찬을 위해서 따로 한글 코드를 개발하여 사전 편찬 작업을 마무리 했을 때, 사전 자료의 축적 결과는 컴퓨터의 데이터 베이스로 활용이 될 것으로 전망되거니와 이때 이미 각계 각층에 보급되어 있는 현재의 완성형 컴퓨터로서는 그 검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어차피 미구에 KS 규격이 다시 조합형으로 개정되리라고 보거니와, 이미 보급돼 있는 완성형 한글을 조합형으로 개조해야 될 때의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될 것인지 상상해 보기 바란다.

5. 현재의 완성형 한글에는 등록된 글자를 화면에 나타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2,350자의 완성형 글자 중 '뢨, 썅, 쎈, 쓩, 쭁'의 5글자의 입력이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신홍철 1987).
    조합형이나 완성형이나 글자의 입력은 글자판에서 '초성+중성+종성'을 차례로 눌러 글자를 만들어 내는데, 이 5글자는 그 앞 단계의 '초성+중성' 글자 '뢔, 쌰, 쎄, 쓔, 쬬'가 없기 때문에 글자판에서의 입력이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들 글자에 배당된 코드 번호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입력이 가능하지만 일반 사용자가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 제정의 KS 규격에서 이와 같은 결함이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6. 한자 및 특수 부호 문제
    (1) 한자 문제
    필자도 국어 국문학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으로 한자 4,888자로서는 태부족을 느끼고 있다. 한자도 가능한 한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4,888자 속에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지명의 한자는 모두 포함되었으나, 인명의 한자는 모두 포함시키기에는 너무 양이 많아 빈도가 높은 것만 골랐다고 한다(유경희 1989).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글 사용의 제약을 남겨 둔 채, 한자를 몇 십 자, 몇 백 자 더 포함시켰다고 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자의 경우 10,000자를 사용할 수 있게 등록을 해 놓아도 사용하다 보면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오히려 한자의 수를 줄여서라도 '한글'의 수를 늘렸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자 문제는 제2자판 이상에서 처리하도록 하여 제1수준 한자, 제2수준 한자, 제3수준 한자식으로 빈도에 따라 확장하는 방법을 채택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2) 외국 문자 및 부호 문제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외국 문자나 특수 부호들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 사용에 제약을 받으면서까지 외국 문자나 특수 부호를 많이 담아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수 문자에 배당된 986자 가운데서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수 문자 중에서 글자쇠에서 처리 가능한 것은 과감히 삭제할 필요가 있다. "1,2,3..." 등의 숫자, 영문 대문자와 소문자, "(가), (나), (다)..., (a),(b),(c)..." 등 차례를 나타내는 기호, "mm, cm, mg, kg" 등 단위를 나타내는 기호, 기타 "№,㏇,(tm),㏂,㏘,℡" 등 200여 자 이상을 뽑아낼 수 있을 듯하다.
    한마디로 특수 문자에 너무 자연 과학 분야의 부호가 편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일반 사용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 많은 특수 부호와 러시어 문자까지 코드를 할애하면서 한글의 로마자 표기에 필요한 'Ŏ, Ŭ'는 빠져 있다. 실용성의 측면에서 보면, 이국어 발음 표기에 필요한 국제 음성 기호(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가 마땅히 들어갔어야 했을 것이다. 자주 사용하는 발음 부호로 'ɛ, ɶ, ə, ɔ, ʌ, ɛ˜, œ˜, ɔ˜, ã, ʒ, ʧ, ʤ, ʎ, ç, ɲ, ʔ' 등을 들 수 있다. 학술 논문에서 우리는 영··불의 용어(terminology)를 괄호 속에 병기하는 일이 자주 있다. 이 경우 독일어의 'ä, ö, ü', 불어의 'é, à, è, â, ê, î, ô, û, ï' 등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외국 문자들이 빠져 있다. 한 마디로 인문 과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부호들이 푸대접받은 느낌이다.

Ⅳ. 결론
    지금까지 KS C-5601-1987에 의한 완성형 한글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알아보았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어떠한 이유에서든 간에 한글의 특성을 무시한 '완성형 한글'을 KS 규격으로 정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KS 규격이 행정 전산망용으로 확정이 되고, 각 업체에서 자사의 컴퓨터에 표준 규격으로 채택하여 보급하고 있으며, 공공의 공중 정보 통신망 등에서도 완성형을 채택하면서 점차로 확산 추세에 있다.
    완성형 한글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완성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업무에 적용해 보았지만 전연 불편이 없었다고 한다. 2,350자로서 99% 우리 국어의 표현이 가능하고 사용 불가능한 그 1%를 위하여 사용자 영역 95자를 이용하면 충분하다는 답변이다. 행정망이라든가, 일반 업무용, 자연 과학 분야에서라면 이 말은 100% 진실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생각건대, 어쩌면 이들 분야에서는 평생토록 위에서 필자가 지적한 한글의 표현을 사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닁큼' 대신 '냉큼'을 사용하면 될 것이며, '엿을 괐다' 대신 '엿을 고았다.'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가 일부 특정 분야의 업무용으로만 사용되는 시대를 넘어서고 있으며, 전 국민의 정보화 사회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차제에 단 1%의 오차가 있어서도 안 된다고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확정된 교육용 컴퓨터의 표준 규격에서도 KS C-5601에 의한 완성형 한글 카드를 표준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하니, 제 나라 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컴퓨터 교육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실로 암담하기만 한 것이다. 현 단계에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1. 교육용 컴퓨터의 표준 규격에서 KS C-5601 완성형 코드와 함께 잠정적으로 기존의 조합형을 함께 지원하도록 규격을 보완하도록 한다.
    2. 현재의 완성형 코드가 국제 표준화 기구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 지적된 완성형 한글의 문제점은 즉시 보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방언을 포함하여 현대 국어의 표현에 필요한 글자는 모두 수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족한 영역은 한자를 줄일 수도 있다. 어차피 한자는 10,000자를 제정해 놓아도 부족한 한자가 있게 마련이다. 추가로 더 필요한 한자는 제2자판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3. 특수 문자에 배당된 986자 중에서도 검토해 보면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수 문자 중에서 글자쇠에서 처리 가능한 것은 과감히 삭제할 필요가 있다. 특수 문자에 너무 자연 과학 분야의 부호가 편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일반 사용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 많은 특수 부호와 러시아 문자까지 코드를 할애하면서 한글의 로마자 표기에 필요한 부호라든가, 국제 음성 부호, 자주 사용되는 독일어와 불어의 외국 문자 등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호들이 누락되어 있다. 한마디로 인문 과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부호들이 푸대접받은 느낌이다. 여기 지적한 특수 문자 문제는 교육용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부호들로서 즉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4. KS 완성형 규격과는 별도로 학술·출판·교육용의 조합형의 KS 규격을 조속히 제정하도록 한다. 제 나라 국어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완성형 한글만의 단일 KS 규격을 고집하는 일은 우리 언어 문화를 퇴보시키는 것이다. 우리 국어란 현대 표준어뿐 아니라 방언과 고어도 우리 국어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기록할 방법이 없는 컴퓨터란 최첨단 기기가 아니라 가장 낙후된 기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이로 말미암은 우리 국어의 장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다른 어떤 요인-예컨대,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의 한글 영역의 확보 문제, 정보 처리의 편의성 등이 우선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제에 완성형과 함께 조합형의 KS도 조속히 제정하여 복수의 국가 표준안을 갖도록 하여 우리의 소중한 말과 글의 표현을 제한함으로써 국어의 권위를 훼손하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도록 할 것이다.
    5. 앞으로 한글과 관련된 컴퓨터의 표준화 과정에서 국어학계의 참여 없이 전산학계 및 전산업계의 참여만으로 이루어지는 규격 심의 내지,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는 일이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글과 관련된 표준화 과정에서 국어학계의 참여 없이도 우리 국어이기 때문에 전산 전문가 자신들도 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었는지 겸허하게 반성해 보아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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