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국어 맞춤법

허웅 / 한글 학회 이사장, 국어학

1. 머리말
    필자는 지금까지 15세기 국어 맞춤법에 대해서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다. 첫 번째는, '국어 국문학' 제 3집(1952년 12월)에 실었던 '이조 초기 문헌의 표기법에 나타난 문법 의식'이었다. 이 글은 15세기 문헌에는 세 가지 다른 맞춤법이 있는데, 이것은 그 문헌을 적은 사람의 우리말 분석의 체계가 반영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필자가 지은 책의 필요한 자리에는 이 논문의 요지를 되풀이하기도 했는데, 되풀이하여 요약한 자리는 다음과 같다.

주해 월인천강지곡(이강로와 공저, 1962. 신구 문화사) 10-16쪽
우리 옛말본(1975. 샘 문화사) 67-73쪽
국어 음운학―우리말 소리의 오늘·어제―(1985. 샘 문화사) 293, 295쪽

이 글은 이러한 앞선 글들을 약간 손질한 것이다.

2. 음절과 음절 끝소리
    특별한 경우 말고는, 사람의 말소리는 폐에서 나오는 공기를 이용한다. 이 날숨이 성문을 지나 입 안이나 코 안을 통하여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때에 입 안과 코 안의 공깃돌의 크기는 낱낱이 소리에 따라 다르다. 〔a〕는 [i]에 비해 공깃길이 크고, [s]는 [I]에 비해 공깃길이 작다. 이러한 공깃길의 크고 작은 소리가 서로 갈음하여 한 줄로 이어져 나오는 것이 사람의 말소리인데, 공깃길의 크고 작음은 입의 여닫음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곧 우리가 말을 할 때는 입 안의 여닫음이 규칙적으로 갈음되는 것인데, 여기에서 발음 기관에는 일종의 율동이 생겨난다.
    한편, 낱낱의 말소리는 그 들리는 소리의 크기가 다르다. [s]는 [I]보다 작게 들리고, [a]는 [i]보다 크게 들린다. 소리의 크기는 목청 울림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조건이 같으면, 울림소리는 안울림소리보다 크게 들린다. ([z]〉[s], [v]〉[f] 따위) 또 소리의 크기는 공깃길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조건이 같으면, 공깃길이 큰 소리가 작은 소리에 비해 크게 들린다. 그러므로 울림을 고려하지 않으면, 입안의 여닫음은 공깃길의 크고 작음을 결정해 주며, 이것은 곧 들리는 소리의 크고 작음과 이어진다. 따라서 입의 여닫음에서 일종의 율동(운동의 율동)이 생겨나듯이, 그에 따라 소리의 크고 작음의 갈음에서도 일종의 율동(청각의 율동)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 율동에는 마디가 있다. (이것은 음악의 율동(리듬)으로 마디 (소절)가 생겨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이러한 소리의 율동의 마디가 음절이다.(1)
    소리에 음절이 있다는 것, 곧 소리에 운동의 율동과 그에 응하는 청각의 율동이 있다는 것이 사람의 말소리의 한 특질인데, 음절의 짜임새는 각 언어에 따라 다르다. 곧 각 언어는 입의 여닫음 운동의 모습이 서로 다르게 되어 있다. 우리말에는 다른 말과 다른 음절의 짜임새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여기에서 말하려는 맞춤법의 문제와 관계가 있는 것은 음절의 끝소리에 관해서다.

지금 우리말의 음절 끝소리는 일곱이다. 곧 지금 우리말의 닿소리 가운데 음절의 끝소리가 될 수 있는 것은, /ㄱ, ㆁ, ㄷ, ㄴ, ㄹ, ㅂ, ㅁ/뿐이다.
    그러나 15세기 국어의 끝소리는 이 일곱 이외에 /ㅅ/이 하나 더 있었으니, 이 시기의 언어에 있어서는, 「갇」(머리에 쓰는 갓)과 「갓」(아내),「긷」(기둥)과 「깃」(닭의 둥우리) 따위가 구별되어 뒤섞이지 않는다. 이것은 이 시기에 있어서는 이 낱말들이 각각 다르게 발음되었기 때문이다.(2) (/kat/과 /kas/, /kit/과 /kis/)

3. 석보상절
    우리글은 물론 음소글자이나, 한 음절을 한 묶음으로 하는 음절 글자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면 받침은 일곱이면 된다. 15세기 국어는 끝소리가 여덟이므로 15세기 국어를 소리대로 적는다면 받침은 여덟이면 된다. 훈민정음해례에서 받침에 여덟 글자만 쓰면 된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라 여덟 받침을 주로 써서 적은 15세기 책은 '석보상절'이다. 곧 석보상절은 소리대로 적는 원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임자씨(체언)와 토씨, 풀이씨(용언)의 줄기(어간)와 씨끝(어미)의 구별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한자말에 있어서는 임자씨와 토씨의 분별은 지켜지지 않을 수 없다.)

<임+토> 모, 사미, 도로, 들, 소내, , 믈, , 나래, 이, 누니라, 즈, 죠라,  ......(쓰인 자리를 밝힐 필요는 없다.)
<줄+끝> 업슬, 업시, 아나, 빌머그라, 안자, 바다, 어드리라, 소사 ......

여덟 받침이라 해도, 그것을 단독으로만 쓰지 않고, 소리에 따라서 두 글자를 쓴 일도 있다.

과, 엷디 아니며, 디 말라, 몯뇌, 앏境 ......

이 원칙으로 적힌 15세기 문헌에는 이 밖에, 세조 때의 불경 언해나 성종 때의 두시언해 따위가 있는데, 이런 책들에서는 여덟 받침 이외에 [ㅿ]를 하나 더 쓰고 있다.
    「아, 여」에「-이, -이라, -/을, -/은, -」가 붙거나, 「-, 브-, 브-」에 「-아/어, -오/우-」가 붙을 때에는 앞 말은 각각「앗-, 엿-, -, 븟-, 빗- 」으로 변동한다.

앗이라(석보상절 13:2), 엿이(월인석보 2:76) ; 은(월인석보 17:29), 아려(월인석보 21:181), 아디거늘(석보상절 6:31), 아디니라(능엄경 7:88), 장 빗어(월인석보 7:3).

그런데 이 경우에 그 원형의 /ㅿ/을 유지하여 ㅿ-받침을 쓴 예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원형을 지니려는 노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나, 이렇게 적을 가능성이 있은 것은, 이 자리(음절 끝소리 자리)에서는 /ㅅ/와 /ㅿ/가 중화된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로니(능엄경 1:76), (두언 8:28), (두언 8:28), 이(두언 8:29), (두언 25:28), 이니(능엄경 2:3, 금강경 삼가해 3:61), (능엄경 8:120) ; 은(법화경 6:138), 아(영가집, 상:20), 어디옛거(두언 15:44), 우믈(영가집, 하:137)(3)

4. 지금 말의 맞춤법의 기본 원칙
    지금 맞춤법의 기본 원칙은 '어법에 맞추기'라고도 하고, '형태소의 원형을 밝히기'라고도 하나, 그 뜻하는 바는 한가지다. 그런데 그 운용 방법을 보면 여기에는 두 가지 다른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그 첫 원리는 ;형태소의 끝 닿소리가 음절의 끝자리에 올 경우-바꾸어 말하면 한 형태소 때문에 휴식이 오거나, 닿소리가 올 경우-에 그 끝 닿소리가 일곱 끝소리의 하나로 바뀌게 되더라도 그 형태의 원형(기본 형태)의 꼴을 바꾸지는 않는다.

밭#, 밭과, 잎#, 잎도, 낯#, 낯과, 밖#, 밖도 ; 갚고, 붙게, 좇다,......

그 둘째 원리는 ;형태소의 끝 닿소리가 소리이음으로 다음 음절의 첫 소리는 나더라도 그것을 그 형태소의 끝 음절의 받침으로 한다.

입이, 잎을, 값이다, 북은, 옷을 ; 받아, 찾아, 붙어, 갚아......

이리하여 한 형태소의 원형의 꼴을 시각적으로 일정하게 하여, 뜻을 알기 쉽게 하도록 한 것이다.

5.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따위 책에서는 이 두 가지 원리를 다 지키지 않은 것이 그 특색이다.(4) 그런데 용비어천가에서는 이중의 첫 원리를 지켜서 적고 있으니, 이것은 지금 맞춤법에 가까워진 것이다.

곶 됴코(2장), 좇거늘(36장), 빛나시니다(80장), 깊고(34장), 높고(34장), 새닢(84장)

그리고 「ㅿ」받침이 쓰이고 있은 점은 석보상절 따위의 경우와 같다.

이(103장), (24장),  아니 말이샤(68장),  업스시니(125장)

이러한 맞춤법은, 용가의 작가들은, 석보상절의 작가에 비해 형태소 분석의 문법적 의식이 한 걸음 나아가 있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니, 형태소의 원형을 밝히려는 의욕의 싹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철저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맛거늘(40장)-비교:마니(43장)
닛디 마쇼셔(110장 이하)

그리고 지금 맞춤법의 둘째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기픈(2장), 노시니(49장), 조샤(112장), 나(101장), (40장), 소마리(28장), 소로(87장), 므른(2장), 래(2장), 그를 (7장), 매(2장), 미(2장)

이러한 맞춤법은 석보상절 식에서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니, 용가 작가가 형태소 분석의 문법 의식은 극히 초보 단계에 머무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6. 월인천강지곡
    월인석보 가운데 있는 월인천강지곡의 부분이나, 월인천강지곡 상권의 맞춤법은 석보나 용가의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
    〔가〕지금 맞춤법의 첫 원리가 지켜져 있으니 이것은 석보와 다른 점이며 용가와 같은 방법이다.

다 곶 두 고지(기 7), 낮과(기 16), 곶 이슬(기 42),  고 여(기 49), 낱 (기 62), 앒뒤(기 70), 낱 머릿터러글(기 91), 곶 우희(기 211), 맞나며(월인석보, 기 179, 천강곡, 기 178), 딮(기 239), 깊거다(기 249), 곶비(기 420) 등등

〔나〕지금 맞춤법의 둘째 원리가 지켜져 있는 것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용기와도 다른, 이 책만의 특색이다.
    이 방법은 몇 가지로 나누어 관찰할 필요가 있다.
    (1)향음(불청불탁음)의 /ㆁ, ㄴ, ㄹ, ㅁ, ㅿ/을 끝소리로 가진 임자씨(체언)에 홀소리 토씨(「/으」를 가진 토씨도 여기 포함된다.)가 붙을 경우에는 둘째 원리는 잘 지켜진다.

-:, 애(기 229), 딮(기 239), 三, 三이(기 247),
-ㄴ:눈에(기 2),
-ㄹ:일이시나(기 2), 말이시나(기 2), 일을 (기 9), 날이(기 17), 긔별을 (기 23), 비늘을 (기 28), 말(기 29), 아이(기 422),
-ㅁ:兄님을 (기 4), 몸앳필(기 4), 을 (기 8), 이, (기 11), 아바님이
(기 11), 어마님이, 아바님이(기 17), 몸이(기 29), 몸애(기 416), 춤을(기 423), 임훔을(기 428)
-ㅿ:를 (기 188)
☆석보상절이나 용가에서 받침을 한 말에는 물론 받침을 쓰고 있다.
 업스실(기 26),  업스리다(기 210)

(2)풀이씨(용언)의 줄기와 씨끝은, 줄기의 끝소리가 /ㄴ, ㅁ/인 경우에만 이 원리가 지켜진다.

-ㄴ:고갤 안아(기 57), 안아(기 241), 안시니다(기 241)
-ㅁ:담아(기 4), 城을 남아(기 54), 몸애 감아(기 76), 며(기 423)

그리하여 임자씨의 경우는 지켜지는, /ㄴ, ㅁ/밖의 향음 끝소리/ㆁ, ㄹ, ㅿ/에는 이 원리는 지켜지지 않는다.

아라, 도라, 라뇨, 무러시, 우러, 우샤, 일버(쓰인 곳을 표시할 필요 없음)(5)

(3)임자씨냐 풀이씨냐를 묻지 않고, 그 끝소리가 향음 이외의 닿소리인 경우에는 둘째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고지, 고, 겨지비, 모기, 니피, 버서, 자바, 머거, 기퍼

따위는 석보, 용가의 경우와 한가지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겨난다.
    (1)임자씨+토씨의 경우:/ㆁ, ㄴ, ㄹ, ㅁ, ㅿ/끝소리는 소리이음이 일어나더라도 둘째 원리가 지켜지는데, /ㄱ, ㄷ, ㅂ, ㅅ/끝소리의 경우에는 어째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2)줄기+씨끝의 경우:임자씨에 있어서는 둘째 원리가 모든 향음에 적용되는데, 풀이씨의 경우에는 /ㄴ, ㅁ/에만 그것이 적용되고, /ㄹ, ㅿ/에는 어째서 적용되지 않는가?(/ㆁ/끝소리를 가진 줄기는 없다.)

이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1)/ㆁ, ㄴ, ㄹ, ㅁ, ㅿ/은 울림소리임에 대해서/ㄱ, ㄷ, ㅂ, ㅅ/이 음절의 끝소리로 날 때는 안울림소리로 난다. 그런데 한 음절의 홀소리의 길이는, 열린음절과 울림 끝소리의 닫힌음절에 있어서는 안울림 끝소리의 닫힌음절의 경우보다 길다. 이를테면/ㅁㅗ/ 와/ㅁㅗㅁ/의 홀소리 /ㅗ/의 길이는 별로 다르지 않으나, /ㅁㅗㄱ/의 홀소리의 앞 것에 비해서 짧다.
    그것은/ㅗ/의 목청 떪(울림)은 뒤의 안울림의 /ㄱ/을 내기 위해 일찍 멈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ㅁㅗ -ㅁㅣ/(모미)와 /ㅁㅗ ㅁ-ㅣ/(몸이)는 그 소리가 그리 다르지 않으나, /ㅁㅗ-ㄱㅣ/ (모기)와 /ㅁㅗㄱ-ㅣ/(목이)는 그 발음이 상당히 달라지는 것이다.(/-/는 음절의 경계를 나타냄) 그러므로 /ㅁㅗ-ㅁㅣ/를 「몸이」로 적는 데는 그리 큰 저항을 느끼지 않았겠지만, /ㅁㅗ-ㄱㅣ/를 「목이」로 적는 데는 상당한 저항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천강곡을 지은이는, 석보나 용가를 지은이에 비하면, 그 형태소의 원형을 밝혀 보려는 의욕과, 그것을 분석하는 문법적 능력이 훨씬 앞서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나, 그러나 음절을 소리의 낱덩이로 느끼는 '음절 의식'을 깨뜨려 가면서까지 그 원형 밝히는 의욕을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던 것이다.
    (2)풀이씨의 경우에는/ㄹ, ㅿ/ 끝소리에서도 둘째 원리 적용의 제약을 받고 있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해 볼 수 있다.
    「다-, 두르-; -, 그-」 따위 말의「-아/어」 활용형은 각각 「달아, 둘어:아, 어」이다.(6) 그러므로 만일「 돌-,긋-」 따위 말의 이 활용형을, 둘째 원리를 적용하여 「*돌아, *어」로 적으면, 이것은 「도-, 그-」의 활용형으로 오인되기 쉽다. 여기에「돌-, 긋-」 따위에 있어서는

둘째 원리가 적용되지 않았던 이유가 있지나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임자씨에도 이런 혼란을 일으킬 염려가 있는 말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풀이씨에 비하면 그 수가 훨씬 적었던 것이다.

<ㄹ의 경우>
임자씨:노, , , , 비, 시르
풀이씨:두르-, 누르-, -, 모-, 다-, -, 고-, 그르-, 니-,-,므르-,브르-, 뎌르-, 오-, 가-, 도-, 사-, 흐르-, 게으르-, -, 이-
<ㅿ의 경우>
임자씨:아, 여
풀이씨:비, 그, -,브-,수-

7. 음절 경계와 사잇소리 적기
    음절의 경계가 놓이는 자리는 지금 말과 약간 다른 특색이 있었던 듯하여 그것이 글에 방영되어 있다.(7)
    첫째, -VCV-에 있어서 음절의 경계는 대체로 V-CV에 놓였던 듯하다. 그러므로 맞춤법의 둘째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한, 가운데 닿소리는 아래 음절의 첫글자로 적힌다. (예는 줄임)
    그러나 특별한 경우(「다-, 비-」 따위 말의 경우)에 있어서는 가운데 닿소리가 앞 음절의 끝소리로 났던 듯하여 그것이 표기에 반영된다.

이(앗이), 이(엿이) ; 어, 아, 달아 ; 와;닛위여

그러나 이 경우에도 V-CV와의 동요가 전혀 없지는 않았던 듯하다.(주 3 참조)
    둘째, 홀소리 사이에 둘 이상의 닿소리가 올 때에는 그 경계가 동요되었던 듯하다.

VC-CV:갓 , 닷곤, 깃브-
V-CCV:쉬, 어라, 가라, 다, 기긔
V-CCCV:모
VC-CCV:, 거슬, 듸-
VCC-CV:거슯즈-, 드듸-
※ VCC-의 CC는 「ㄺ, ㄼ, ㄻ」따위이다.

사잇소리를 적는 방법은 매우 세밀하게 분화되어 있다.8) 용비어천가와 훈민정음 번역(언해)에서는 「ㄱ, ㄷ, ㅂ, ㆆ」이 그 앞소리에 따라 구별된다.

ㄱ:讓兄ㄱ(용), 遮陽ㄱ세쥐(용), 穰ㄱ字(훈), 洪ㄱ字(훈)
ㄷ:몃間ㄷ지븨(용), 君ㄷ字(훈), 呑ㄷ字(훈)
ㅂ:사디리가(용), 侵ㅂ字(훈)
ㆆ:先考ㆆ(용), 快ㆆ字(훈) ; 하디시니(용), 하 들(용)
※ 훈민정음에서는 동국정운 음운 체계에서 「ᄝ」받침을 단 글자 밑에는 「ㅸ」을 사이 글자로 쓴다.
斗ㅸ字, 蚪ㅸ字

그러나 용가에서부터 이런 자리에 「ㅅ, ㅿ」이 쓰이는 경향이 보이더니, 그 뒤의 문헌에서는 「ㅅ」으로 통일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8)

8. 마무리
    15세기 문헌의 표기법은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석보상절 따위의, '소리대로 적기'이고, 둘째는 지금 맞춤법의 첫 원리를 적용한 용가의 표기, 셋째는 두 원리를 다 적용한 천강곡의 표기이다. 그러나 이런 현대식 맞춤법은 아직 음절의 경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둘째 원리가 적용되는 데는 한자말 적기 체계의 영향도 작용하고 있었음을 배제할 수 없다.
    功德을, 劫劫에, 性命을, 空中에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