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의 국어 연구


김석득 / (연세대 교수, 국어학)

■ 들어가는 말
    개화기는 우리나라에 외국 문물과 더불어 서양 선교사들이 들어오던 개항기로부터 합병까지를 잡는 것이 옳을까 한다. 이와 같이 보면 국어 연구는 서양 선교사들에 의한 연구에서 먼저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몇만 들어 보면 존롯스(Corean primer 1877), 맥킨타이(Notes on the corean Language 1879), 프랑스 선교사들(Grammaire coréenne 1881), 스코트(En-moun mal ch'aik 1887), 언더우드(An Introduction to the Korean Spoken Language) 등의 연구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독교 보급을 목적으로 한 우리말에 관한 저서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우리말글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895년 고종의 교육입국 조서(敎育立國詔書)에 의한 교육 기관의 설립 이후이다. 이 무렵에 나타난 국어 연구로는 우선 이봉운의 국문졍리(1897)를 들 수 있다. 이것은 갑오경장 이후 우리나라 사람이 쓴 최초의 말본에 관한 글이라는 데서 한 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개화기 동안에는 일본 사람들에 의한 연구(高橋亨:韓語文典 1909, 前間恭作:韓語通 1909)도 있었고, 또한 국문 연구소 위원들의 연구가 활발했다. 그러나 우리말의 말본 연구를 체계화한 선각자를 꼽는다면 최광옥(崔光玉:大韓文典 1908), 유길준(兪吉濬:大韓文典 1909), 그리고 주시경(周時經:國語文法 1910), 이 세 분을 들 수 있다. 이제 앞으로 이들의 학문의 특질을 찾아 재인식해 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에 앞서 근대 국어학의 전개에 있어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을 먼저 밝힘이 순서일 것이다.
    그러면 그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근대 국어 연구의 정신적 바탕은 자각과 자존의 이념에 있다. 이러한 이념을 당시 독립신문 (1권 24호)의 논설에서 역설한 민중 계몽과 교육의 급선무론에서 잘 볼 수 있다. 민중의 자주적 교화와 계몽은 말·글의 연구와 그 교육에서 가능하다고 본 것은 옳은 판단이다. 말·글이란 사람의 얼의 표상인 동시에 겨레 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둘째, 근대 국어의 주된 연구 대상은 말본(문법)이다. 15세기 이래 갑오개혁에 이르는 전통적인 국어학의 연구 대상은 대체로 문자와 음운에 대한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개화기에 들어서면서 말본 연구(말소리 연구를 포함하는)라는 새로운 연구 대상이 나타난다. 사람의 생각이 말의 규칙으로 나오는 것이 말본이라면, 개화기에 있어 말본 연구의 출범은 필연적인 시대의 산물이라 하겠다.
    셋째, 국어 연구의 방법론에서 역철학의 소멸과 아울러 과학적 연구 방법이 대두한다. 15세기 이래 주된 연구 대상은 음운과 문자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연구 방법은 조음적인 연구와 역철학적 해석이었다. 그러나 개화기에 들면서 역철학은 소멸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물리학이나 구조적 개념이 대신 들어선다. 이는 말 연구에 있어서 과학화에의 눈뜨임이라 하겠다.
    넷째, 규범 말본의 언어관이 대두한다. 갑오년에 과거법의 폐지와 새교육법에 의거하여 국어를 가르쳐야 했고, 국어를 가르치자니 교과서를 요구하게 되었으며, 이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말본 책은 필연적으로 규범 말본의 특색을 띠게 된다.
    이제 이러한 공통적인 특색을 지닌 개화기의 국어학을 엮은 앞서 든 세 선각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국어 연구의 독특한 점을 들어 살펴보기로 한다.

Ⅰ. 최광옥 "大韓文典"(1908)(1)
1. 국어관
    개화기의 국어 연구의 특징의 하나가 자각 자존의 언어관임을 밝혔다. 최광옥(崔光玉)이 국어를 연구한 동기도 이에 해당한다. 그는 말과 국민과는 절대적 관계에 있다 하고, 각 나라는 각기 다른 언어가 있으며, 우리 언어는 우리 국어라 했다. 그리고 국어는 국민과의 관계가 매우 커서 국민의 단합심, 국어의 자유성 등은 모두 국어와 절대적 관계가 있음을 주장하였다.(2)
2. 학문
    "大韓文典"은 규범 말본이다. 지은이는 "文典"을 사람의 사상을 그려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 "법"이란, 규범이 되는 말의 본을 뜻하는 것인즉, 그의 "文典"은 옳게 말하고 옳게 쓰는 법을 가르치는 규범 말본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文典"의 출발부터의 규범 말본관은 당시의 시급한 국민 개화 교육이 요구하는 필연적 사실로 이해된다.
    (1) 음성의 낱소리 인식
    소리 연구에서는 물리학과 조음 음성학적 연구 방법에 따라 음(音)을 "母音, 父音, 子音"으로 분류했다. 한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母音이라 은 肝臟으로 自야 出 氣息이 聲帶의 振動을 受 者인?..."(3)이는 낱소리에 따른 물리적 및 조음적인 인식이다. 이러한 낱소리에 대한 인식에서 소리와 글자를 분명히 구별했다. 이는 소리 연구에서 볼 때 중요한 관점이라 할 수 있다.
    (2) 의미·기능주의 낱말 체계
    그의 "大韓文典"에서는 이른바 비록 낱말의 뜻매김은 하지 않았지만 의미와 기능의 두 위치에서 낱말을 추출한 것이었다. 가령 명사를 "同種類의 通 物名이라고 함은 낱말 정립의 의미의 측면이 되고, 후사를 名詞의 後에 附야 其上下詞의 관계 示者..."라 함은 낱말 정립의 구조 기능적 측면이 된다. 의미를 가졌거나 구조 기능을 가진 것들을 각각 독립된 낱말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의 차이는 분석적인 언어관에 서느냐, 종합적인 언어관에 서느냐를 결정해 주는 열쇠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광옥의 낱말 분류 체계는 분석주의적 체계이다.
    그러면 분석주의란 무엇인가? 분석은 종합의 대립 개념이다. 분석이니 종합이니 하는 말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분석 과정(procédure analytique)에서 보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월(문장)의 의미적 해석(I'interpretation sémantique)에서 보는 것이다. 월(문장)의 분석 과정에서 보는 것은 그 인식에서 다른 것보다 더 분석적인 낱덩이를 인식하였다면 분석적 관점이고, 그 반대는 종합적 관점이다. "꽃이 핀다"는 "꽃/이/피/ㄴ다" : "꽃이/피ᄂ다"로 분석할 수 있다. 이 때 앞것은 뒷것보다 분석적이고, 뒷것은 앞것보다 종합적이다. 이와 같은 것은 소박한 뜻으로서의 분석주의 또는 종합주의라 할 수 있다. 월의 의미적 과정에서 보는 것은 이와는 달리, 임자말의 의미와 풀이말의 의미 관계를 두고 말한다. 풀이말의 의미가 임자말의 뜻 안에 전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면 분석적이라 한다. "독신 남성은 미혼이다"에서는 풀이말의 뜻이 임자말의 뜻을 안고 있음을 판단한다. 이 판단은 진실성이 현실 세계에 관한 우리의 경험적 사실과는 아무 관계가 없이 보증되어 있는 필연적인 참이다. 이러한 것은 분석적 판단이다. 그러나 "김 선생은 취했다."에서 보면, 풀이말과 임자말과의 사이에는 의미 관계 해석에 필연적인 참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언어 밖의 종합적인 경험적 지식에 비추어봄으로써 비로소 그와 같이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종합적(syntetique) 판단이다.
    말본 체계에서 말하는 언어관은 이러한 풀이말과 임자말 사이의 의미 관계 판단을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소박한 뜻으로서의 분석과 종합의 대립적 개념에 불과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大韓文典"(최광옥)은 대체로 분석주의 체계(혼돈이 없지 않지만)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토에 해당하는 것을 "後詞"로 본다든가, 접미사나 접미사의 떼를 독립한 낱덩이로서의 낱말로 인식하고 있음이 그것이다. 이리하여 그는 독립한 낱말로 인정하는 팔 품사 체계(명, 대명, 동, 형용, 부, 후, 접속, 감탄)를 처음으로 정립한다.
    (3) 구조 인식
    사상의 완결은 월(문장)로 나타나지만 이때의 월의 기본은 통어론의 제일 과제이다. "대한문전"(최광옥)에서는 기본 월에 대한 언급은 한 바 없다. 그러나 머리에 떠오르는 사물과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그 사물의 활동, 작용, 현상, 성질 등으로 표현되는 것을 주·술 관계로 보고 이들의 필수적인 공존성에 대한 관점에서 두 개의 월, 곧 "주+술"과 "주+객+술"을 추출하고 있다. 이는 기본 월에 대한 관점에서 논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필수적인 월의 구성 요소는 겉으로 나타날 때 생략될 수 있음에 착안한다. 한편 구성 요소는 서로의 자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에도 착안한다. 이러한 생략과 자리바꿈이 일어남은 말의 기본 구조가 실제 표현에서 일정하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변환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말의 이러한 기본과 변환적 관계를 인식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의 "복문"의 개념에도 기본과 변환의 개념이 들어 있다. 곧 두 개 이상의 "주어" 및 "설명어"를 가질 때 이를 "복문"이라 하고 그 보기로 "孝弟忠信은 身을 立 大本이오" 등을 들었다. 이는 본시 "孝弟忠信"의 네 개의 각 "주어"가 같은 "객어" 같은 "설명어"로 이루어진 월인데, 그것이 같은 요소 생략 과정을 거쳐 간단한 월이 되었다고 보아 월을 복문이라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그는 여러 문장이 배합할 때는 필연적으로 구조의 변환이 있다는 이른바 변환 구조에 착안하고 있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밖에 "문장론"에서 상하어의(上下語義)를 상응 (相應)하는 호응(呼應)문제를 논의했다. 이는 오늘날 공존관계(co-occurrence) 및 일치(concord)론과 같은 것으로, 국어 연구의 역사적인 면에서 기억해야 할 점의 하나다.
Ⅱ. 유길준 "大韓文典"(1909)
1. 국어관
    유길준(兪吉濬)은 내부 대신으로 있으면서 법률과 명령은 다 국문으로 본을 삼고, 혹은 국한문을 혼용한다는 칙령을 내린 바 있다. 또한 그는 "大韓文典"의 "序"에서도 우리는 사천여 년 동안 우리의 고유한 말과 글자를 가지고 언문일치의 정신 생활을 해왔음을 밝히고 한문 숭배가 전국을 쓸고 서양 문자가 정음을 구축하는 현실을 통탄하면서 "大韓文典"을 읽을 것을 외치고 있다. 이는 그가 자존의 국어관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이는 것이다.
2. 학문
    (1) "大韓文典"은 규범 말본이다.
    "大韓文典"의 "文典의 意義"쪽에서 문전은 사람의 생각을 올바르게 발표하는 법을 기재하는 학문이라고 말함으로써 그의 문전이 규범 말본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2) 음운과 글자의 구별
    국어 연구의 역사적 측면에서 볼 때 음운과 글자를 혼동하는 경향이 없지 아니하다. 그는 사상의 표출 방법으로 음운과 글자가 있음을 밝히고, 이를 분명히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에 따라서는 이를 혼동하는 일이 있으니, 가령 "ㅙ", "ㅞ" 따위를 "복중모음"(ㅗㅏㅣ, ㅜㅓㅣ) 등으로 본 것들이 그것이다.
    (3) 형태 음운론의 싹틈
    "語音의 蒙受 及 縮約"쪽에서 보면, 연접 현상의 조음 경제적 현상을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형태 음운론의 싹트임이라 할 만하다.
    (4) 의미·기능주의 낱말 체계
    낱말의 분류가 의미·기능주의적 원칙에 따르고 있다는 점은 최광옥의 "大韓文典"과 거의 같다. 그러나 이에 따라 정립되는 팔 품사 체계(명, 대명, 동, 조동, 형용, 접속, 첨부, 감동)는 최광옥, 유길준 두 사이에 분명히 다른 바가 있다. 유길준의 "大韓文典"에서 조동사는 "動詞의 活用 助야 其意義를 完成는 語"라 하였으니, 조동사는 이른바 씨끝(활용어미)을 이름이다("말이 달니아", "닭이 우르오"). 따라서 줄기(어간)에 해당하는 것을 낱말로 인정하였음은 묻지 아니해도 환히 알 수 있다. 또한 접속사는 "言語 중간에 挿入야 前後承接며 上下連續야 其意 相通는 語"라 했으니, 그것은 이른바 자리토씨(격조사)와 이음씨끝(연결어미)을 함께 이름이다. 위와 같은 사실은 이 말본 체계가 분석주의적 체계임을 밝혀 주는 것이다.
    이때는 "활용"이란 용어를 쓰고는 있지만 아직 활용어미, 곧 씨끝의 체계에 대한 착안은 없었다. 그러한 착안이 없었다고 보는 한 증거로 이른바 오늘날 씨끝인 이음법 접미사를 독립한 낱말인 접속사로 인정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5) 구조 인식
    유길준 역시 최광옥과 같이 말의 구조의 기본과 변화를 인식한 듯하다. "文章本原" 쪽에 따르면 "설명어"의 자질에 따라 다음과 같은 월의 구조를 유도하고 있다.
ㄱ. 주어+설명어 : 달이 밝소.
ㄴ. 주어+객어+설명어 : 목수가 집을 짓는다.
ㄷ. 주어+보족어+설명어 : 구름이 연긔와 같다.
    이는 "설명어"의 자질에 따라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본 월이다. 최광옥의 경우는 위에서 ㄷ항이 없다. 그러나 설명어의 자질에 따르면 ㄷ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이로 보면, 이 기본 월에 관한 한 유길준의 관점이 더 발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월의 구성 요소 배열은 다시 말하지만 기본적인 것이다. 이는 그의 "本原의 排列"쪽에서 "文章의 成立에 諸本原은 各其一定 位置가 有니 그 正則 擧示노라"함이 이를 뜻한다고 본다. 그는 또한 배열의 순서가 바뀌어지는 도치문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이 도치문은 이른바 기본문의 문체적 변환이라 할 만하다.
    구조의 변환관은 그의 "復主語", "總主語", "複說明語", "複客語"에도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개와 말이 간다"는 복주어의 월이다. 주어가 둘이 있다는 것은 월이 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위에 든 보기의 월은 "개가 간다"와 "말이 간다"가 결합한 것이며, 이 결합 과정에서 같은 풀이말 생략 규칙을 따라 "개와 말이 간다"가 되었다고 해석한다. 그는 이와 같은 설명을 명시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와 같이 생각했으리라는 추리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복주어"와 같은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複說明語"와 "複客語"이다.
    다음으로는 "總主語"를 보자. "가을은 달이 밝다"에서 "가을"이 "총주어"라고 한다. "총주어"란 말은 한 월 안에 종속적인 작은 월의 주어가 있음을 전제한 것이다. 이리하여 "달"은 도움월(보문장)의 임자말로 보았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 추론이 맞는다면, "총주어"란 도움월의 임자말(complement sentence subject)을 전제한 큰월 임자말(모문장 주어, main sentence subject)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추리되는 그의 문장론(월갈)은 월 짜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大韓文典"(유길준)에서는 소극적이고 또한 개념의 문제가 없지 아니하나, "文法上의 主語"(단순한 주어)와 "論理上의 主語"(주어·수식어을 합한 것) 등을 구별함으로써 말본갈에 논리학이 개입하기 시작하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끝으로 구조상에서 "呼應"문제가 나온다. 호응은 최광옥의 "大韓文典"에서도 나오기는 하나, 내용은 서로 다름이 있다. 최광옥은 시제에서의 동체호응, 이체호응, 결미호응을 다루었으나, 유길준은 오늘날 움직씨의 이음 씨끝(접속어미)이 가지는 의미에 따른 월의 순체호응("네가 가면 나도 가마")과 반체호응("네가 가나 나 가지 아니다")을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이 "호응"을 다룬 대상은 그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구성 요소 간의 상호 공존 관계 규칙을 다루려 했다는 데서는 그 일치점을 찾을 수 있다.

Ⅲ. 주시경 "國語文法"과 그 밖
1. 민족주의 국어관
    주시경은 "國語文法" "序"에서 우리말과 글을 독립 국가 존립의 바탕으로 보았다. 다시 말하면 한 공간적 영역은 독립 국가 형성의 바탕(基)이요, 그 영역에 삶을 받은 사람은 독립 국가 형성의 몸(體)이요, 거기에서 쓰이는 말은 독립 국가 형성의 성(性)이라 하고, 이 성은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성이 없으면 바탕도 몸도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국가 성쇄 존부도 언어의 성쇄 존부에 달렸다고 확신했다. 그의 "國語文法" "序"에 비친 국어 연구의 동기와 바탕이 이러한지라, 그의 연구의 수단은 필연적으로 한글 표기와 고유어 표현에 대한 애착으로 나타난다. 고유어에 적당한 말이 없을 때는 스스로 그것을 창안하여 쓸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그에게는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하건대, 우리 글과 고유어에 대한 비상한 관심과 그 창안의 적극적인 실천은 사람의 창조 능력의 긍정과 말의 창조적 가능성과 또한 말은 "이루어내는 힘"을 가졌음을 확신하는 그의 언어관으로부터 온 것으로 풀이가 된다. 다시 말하면 그는 말의 힘을 이해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고유어에 대한 애착과 그 창조적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보아지는 것이다.
2. 학문
    주시경 선생의 학문은 "國語文法"이라는 우리말의 말본 연구로 집약되는 것이다. 그의 국어 연구야말로 현대 말본 연구의 원류를 이루는 것이다.
    그의 국어 연구를 분야별로 본다면 음운론, 형태론, 통어론이 될 것이다. 음운론과 관계되는 것으로 먼저 "대한국어문법"(1906)을 들 수 있다. 좀더 체계화한 것은 "國語文典音學"(1908)이고, 또한 그보다 좀더 다듬어진 소리의 연구는 "國語文法"(1910)의 앞쪽에 나타난다. 그런데 음운론의 체계가 정립된 것은 "말의 소리"(1914)이다. 형태론과 통어론은 "國語文法"에서 체계가 확립되고, 이 중 형태론의 새로운 체계의 윤곽은 "말의 소리" 끝 부분에서 암시된다. 그러나 그 새로운 체계의 전개를 이룩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이와 같은 세 연구 분야에 대하여 이제 그 각각의 특징을 간략히나마 살피기로 한다.
    (1) 음운 연구
    그의 음성학의 결정적 체계는 "國語文典音學"을 거쳐 이루어진 "말의 소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음운학의 근대 과학적 의미를 찾으려는 기운은 "大韓文典"을 지은이들에게서부터 일어난다. 그러나 그들은 때로 미분화적 음성 분석을 보이기도 했다. 주시경 선생은 소리의 체계를 세우기까지는 매우 진통을 겪은 것 같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리의 낱덩이에로의 분류와 소리에 대한 과학적인 관점은 근대 음성학의 효시를 이루기에 이른다. 그에게서는 소리를 물리학과 청음학과 조음 음성학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짙게 풍긴다. 소리란 "노의 결"(공기 파동)을 따라 퍼지고, 그것이 "귀"라는 청각 기관에 의하여 의식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는 말소리의 물리적 전달 과정과 청각적 측면에 관심을 준 것이라 하겠다. 한편 말소리의 조음적 측면에서는 "아····후"의 자리에서 제약을 받아 이루어지는 궁극적인 "유별적" 소리의 낱덩이에 이른다. 그리하여 결국 "말소리의 늣" 곧 홀소리와 닿소리의 "고나"(단음)를 분류해낸다.
    그의 소리의 연구에서는 이 밖에 몇 개의 중요한 점을 들어볼 수 있다. 첫째, 소리의 분류 및 갈말(술어)은 "대한국어문법"에서 "國語文典音學", "國語文法"을 거치는 동안 많은 진통을 겪는다. 그러다가 "말의 소리"에 와서 둘 다 정착한다.(4) 둘째, "ㅐ, ㅔ, 、"를 거듭홀소리로 본 점이다. 개화기 당시의 국어 음에서 "ㅐ, ㅔ"가 거듭홀소리라는 것과 "ㆍ"가 "ㅣㅡ"의 거듭이라는 것은 문제를 안고 있다. 셋째로 섞임 거듭설(ㅋ=ㄱ+ㅎ, ㅎ+ㄱ)은 형태소 배합의 측면에서 두 낱내(음절)의 결합체를 두고 이해한 것이다. 이는 중요한 착안이다. 짝거듭의 설에서는 "ㄲ, ㄸ, ㅥ, ᄆᄆ"을 모두 짝거듭으로 보았다. 그러나 "ㄲ, ㄸ" 따위는 한 낱내 안에서 가능하나, "ㅥ, ᄆᄆ" 따위는 두 낱내의 배합에서만 가능하다. 이들을 모두 짝거듭으로 갈라붙인 것은 기준의 통일성을 잃은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것은 매우 중요한 착안이다. 첫째, 말의 소리의 배합의 차원에서 "낫내"(낱내, 음절)를 찾고, 나아가서 국어의 낱내 유형을 모색하려 한 것 등은 근대 국어 음운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5) 둘째, 홀소리에 대하여 물리학을 빌어 높낮이와 길이(고하 장단)의 분별 등 운율 현상에 대하여 설명하려 한 것도 관심을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셋째, 소리의 배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리의 바꾸임에 착안하여 이른바 "닿소리의 이어바꾸임"(子音接變)을 보편 규칙과 특수 규칙(익음소리에서)으로 유도함은 말소리 규칙의 발견과 형태 음운론의 태동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규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쓴 갈말 중 "절로", "흔하게", "더러"는 음운 규칙을 그대로 들어낸 용어이다. "절로"는 "音理에 自然 形勢"라 했으니, 이는 필연적인 그리고 보편성의 규칙을 뜻한다. "흔하게" 또는 "더러"는 수의적 규칙을 뜻한다. 넷째, 소리의 배합에서의 변동과 관련하여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뜻 단위인 형태소의 변이에 착안함도 중요한 점이다. 곧 "저의 몸", "좋은 몸" 등을 구별함은 형태론에서 기본형과 변이형을 식별하는 개념과 일치한다. 위에서 "몸"은 말의 핵, 말의 중심 부분을 뜻한다. "춥다, 추으면"에서 "몸"은 "춥, 추"이다. 그리고 그 중 "저의 몸"은 "춥"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저의 몸"은 벗어난 끝바꿈(변격 활용) 중에서 불변의 부분인 기본형을 뜻한 것으로 보아진다. 수의적인 변이형태 중에서의 기본형은 특별히 "좋은 몸"이라고 한다. 가령 더러는 "숫을~숯을~숱을"로 바꾸는 수의적 변이현상에서 "좋은 몸"은 "숫"이 된다고 하는 따위가 그것이다.
    이상으로 보아 현대적인 국어 형태론은 사실상 주시경 선생부터 비롯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실은 뒤에서 말할 "씨몸바꿈" 쪽에서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2) 형태 연구
ㄱ. 분석주의 낱말 체계
    낱말(씨)의 분류는, 공통적인 바탕(성질)을 가지는 것은 그것끼리 한 겨레(族)로 인정하는 방법으로 분류한다. 가령, "산, 돌" 따위는 사서적 의미는 다르나 사물을 이름한다는 공통적 바탕을 가지므로 이들을 "임씨"의 겨레로 묶고, 또한 "가, 이, 를" 따위는 문장에서 직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공통적 바탕을 가지므로 이들은 "겻씨"의 한 겨레로 묶는다고 하는 따위다. 이는 임씨의 경우는 합동적 의미(associative meaning)에 따른 것이요, 겻씨의 경우는 월 짜임의 관계적 기능(직능)에 따른 낱말 정립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에서는 필연적으로 실사와 허사가 각립하는 낱말 체계가 나온다. 여기에서 구 품사 체계(임, 엇, 움, 겻, 잇, 언, 억, 놀, 끗)가 이루어지며, 이러한 체계는 말본의 분석주의 체계로 나타난다.
ㄴ. "늣씨"와 형태소
    주시경 선생의 말에 대한 분석관은 매우 철저했다. "말의 소리"(1914)의 "씨난의 틀"에서는 그의 최종적 "씨난"으로 육 품사(임, 엇, 움, 겻, 잇, 끗)가 나타난다. 이와 같이 분류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없지 않으나, 이는 주도한 그의 분석적인 관점의 필연적 결과로 보아야 한다. 가령 "곱게"는 "억"(부사)이었으나, "곱"은 "엇"(형용사), '게"는 "겻"으로 갈라 붙임으로써 "억"이 없어지는 따위다. 그의 이러한 분석관은 드디어 "늣씨"라는 개념에 이르게 된다. "늣"이란 "핵"의 개념을 가진다. "말소리의 늣"은 "고나"(단음)이요, 말의 핵은 "늣씨"이니, 그의 "늣씨"는 오늘날 형태소와 매우 비슷하다. 그렇다고 "늣씨"가 모두 형태소와 같은 것은 아니다. 형태소의 단순한 소리고룸의 요소나 또한 접미배합 형태소까지 "늣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오-ㅂ나이다"에서 밑줄 친 것이 그것이다. "늣씨"와 낱말의 새로운 체계의 윤곽을 "말의 소리"에서 선보였을 뿐 그 뒤 이에 대한 구체적 전개를 보일 수 없었음은 유감이다. 곧 세상을 뜨지 않았던들 그의 말본 체계는 더욱 주도한 분석 체계로 탈바꿈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ㄷ. "씨몸바꿈"와 "씨몸셈"에서 형태구조 변형의 인식
    그에 따르면, 의미부가 씨를 이루지만 의미에 따른 기능적 요소가 더 배합할 때, 그 배합체를 본래의 낱말에서 새 낱말로 몸바꿈한 새 낱덩이의 씨로 처리한다. 가령 "검"은 엇씨(형용사)이지만, "움"이 배합한 "검음"은 "엇 잇 임"("엇"을 잇으로 한 임씨)이라고 하는 따위다. 이리하여 "일하게하"는 "임움억밋움"의 씨몸바꿈하는 것으로 처리한다. 또한 "모시옷"의 경우 "모시"는 본시 임씨이나 여기에서는 언씨(관형사)가 되었으므로 "모시"는 "임밋언"이라 한다. 이는 전성법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모힌몸"이란 것도 있다. 이는 오늘날의 합성어(compound word)를 뜻한다. 모힌몸이 몇 몸으로 되어 있는 것인지 가르는 것을 "씨몸셈"이라 하는데, 여기 씨몸셈은 합성법에 해당한다.
    이상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씨몸바꿈은 파생법과 전성법에 해당한다. 둘째, 씨몸바꿈에서 보면 파생법과 굴곡법, 그리고 도움풀이씨의 한계가 없다("일하게하"를 생각해 볼 것). 이러한 것은 끝바꿈(어미활용)에는 관심을 두지 아니했음이요, 도움풀이씨의 인식에도 관심을 두지 아니했음이 지적된다. 셋째, "씨몸바꿈"은 구성 요소와 구성 요소의 배합, 총체간의 기능적 관계로 이해되는 동심적 구조(endocentric constuction)와 이심적 구조(exocentric construction)의 이해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넷째, "씨몸셈"에서 모힌몸은 합성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보면, 그의 "씨몸바꿈"과 "씨몸셈"은 형태론적 구조의 변환을 연구한 것이라 할만하다. 따라서 이는 근대적 형태론의 기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ㄹ. "씨뜻바꿈"의 형태 의미론
    "씨뜻바꿈"이란, 형태 배합에서 각 구성 요소의 뜻과 그 구성 요소가 배합된 총체의 뜻과 다름이 있음을 말한다. 이 관계는 ((A)(B))x로 나타낼 수 있겠다. 이것은 A, B형태의 배합과 함께 그 배합 총체인 X의 뜻은 구성소 A(때로는 B)의 뜻과는 달리 바뀐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를 뜻바꿈이라 한다("돌집"에서 "돌"과 "돌집"의 경우). 이 뜻바꿈은 따라서 형태 의미론의 영역이라 할 만하다.
ㅁ. 말본 범주
    가. 겻씨의 분류와 속구조
    겻씨를, 직권을 나타내는 "만이"와 자리를 금하는 "금이"로 나누었다. 이 겻씨의 분류에서 몇 가지의 중요한 점이 발견된다. 그 가운데 특히 두어 가지만 들어본다. 첫째, "임훗만"(임이 되는 직권 : 가/이)과 "다름만"(는)과의 차이를 속구조의 차이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임훗만은 아무 매임 없이 단순히 임자말(주어)이 되는 직권을 가지나(새 날더라), 다름만은 임자말의 움직임과 서로 다른 움직임을 하는 임자말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 한다.
    새는 날더라←〔( )는 못 난다. 그러나 새는 난다.〕
    이는 말본 요소의 설명에 속구조의 관점이 개입하고 있음을 뜻한다. 둘째, "금이"의 분류는 원칙적으로 움직씨와 관계되는 이름씨의 뜻 자질에 따라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 점이다. 가령 "샘이 땅에서 나오"에서 "에서"는 "나"의 움직임이 있는 자리가 땅이다. 따라서 "에서"는 "자리금"이라는 것이다. 또한 "꼿이 아츰에 새롭다"에서 "에"는 "새롭"의 나타남이 아침 때에 있음을 보이므로 그것은 "때금"이라는 것이다. 이는 말본 요소의 분류 기준을 그 요소와 관계되는 다른 요소의 뜻 자질에 두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나. 끗씨의 갈래와 서법과의 관계
    "끗씨"는 오늘날 말하는 강세접미사나 입음(피동), 하임(사동) 접미사를 뺀 그 이하의 접미사를 말한다. 곧 존대 접미사로부터 종결 접미사에 이르는 모든 접미사를 포함한다. 또한 잡음씨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끗씨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끗씨와 서법의 범주와의 관련성이다.
    서법이란 말할 이와 말들을 이와의 관계에서 말을 마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의향이나 태도 곧 마침법을 말한다. 끗씨란 이러한 서법과 같다. 그의 끗씨의 분류 원칙은 분명하지는 아니하나 대체로 말할 이가 말을 끝마칠 때의 의도가 무엇인가에 두었다고 생각된다. 이르는 말로 끝맺는 "이름", 물은 말로 끝맺는 "물음", 시기는 말로 끝맺는 "시김", 홀로 하는 말로 끝맺는 "홀로"가 그것이다. 오늘날 서법의 분류의 원칙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으나, 대체로 그 원칙을 말할 이와 말들을 이와의 관계에 두거나 말할 이의 의향에 두고 있다. 이는 주시경 선생의 끗씨의 갈래에서 보인 원칙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다. 때의 개념
    "때"에는 "이때, 간때, 올때"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런데, 때의 개념은 언제나 움직임의 상(양상)의 개념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가령, "엇"은 "간때에 다되어 잇는 것"(과거 완료) 또는 "간때의 맞아잇음" (과거 완료 지속)이라고 함으로써 이를 시간과 상, 곧 시상의 표지로 이해하고 있는 따위가 그것이다. "엇엇"도 이러한 시상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다음에서 알 수 있으니, "엇엇"을 갈 때에 다 맞아 있다가(완료되고 나서) 없어짐이라고 설명하고 있음이 그것이다.
    라. 서분과 높임
    그의 서분은 높임법에 해당한다. 생각하건대, 오늘날 높임의 문제에서는 높임의 요인, 초점, 등분 등을 중요한 원칙적인 거론의 대상으로 삼는다. 높임의 형성 요인을 나이에 두느냐, 사회적 신분의 계층에 두느냐하는 것은 높임말 생성의 근원적 문제다. 주시경 선생은 그 요인을 중년·유년 등의 "나이"에 두었다. 그는 겸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모두 높임이라고 했다. 이는 높임법의 초점을 말할 이보다 말들을 이에게 맞추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는 높임에서 "높임, 같음, 낮음"의 세 등분을 보였다. 이는 높임의 등분의 기본적인 유형이 되며, 오늘날 높임법 등분에서도 이 기본적인 등분에 대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통어 연구
    통어 연구는 "짬듬갈"에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몇 개의 중요한 사항이 드러난다.
    첫째, 기본월의 제시다. 그는 "드"(월, 문장)로서의 "다"(짠말)의 형성을 말했다. 이 "드"로서의 "다"는 오늘날 단순 기본월이다. 이러한 "드"로서의 "다"인 기본월에는 최소형의 "다"로 "임이듬+남이듬"(主者格+說者格)이 있고(아기가 자라오), 최대형의 "다"로 "임이듬+씀이듬+남이듬"(主者格+物者格+說者格)이 있다(아기가 젖을 먹소, 소가 풀을 먹소). 이러한 기본적인 "드"에 "금이붙이"(限定部)가 붙어서 더 복잡한 "드"를 만들어낸다고 한다(저 소가 푸른 풀을 잘 먹소).
    둘째, 기본월을 "속뜻" 또는 "숨은 뜻"으로 이해하려 했다. 가령 "저 사람이 노래하면서 가오"는 "저 사람이 노래하면서 ""(저)(사람)(이)가오"로 풀어 괄호 안의 말이 "속뜻" 또는 "숨은 뜻"으로 있다고 말한다. 곧 윗마디의 임이붙이(主者部)가 아랫마디의 임이붙이 노릇까지 한다고 보는 것이다.(6) 그가 말하는 "속뜻", "숨은 뜻"은 오늘날 "심층적"인 개념과 일치한다. 다시 말하면 위에 든 월의 보기는 속뜻으로는 두 개의 월이던 것이 끝으로는 하나의 월로 생성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속뜻"으로서의 기본월이 겉으로 변환한다는 개념은 "뭇남이드"(衆說者文)나 "뭇임이즈"(衆主者文)나 "뭇쓰미드"(衆物者文)에도 마찬가지임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풀이말이 겉으로 나타나 있는 것도 속뜻으로 보면 월(文)이 됨을 설명한다. 가령, "먹는다"에서 이 말은 속뜻으로는 반드시 "임이듬"(主者格)과 "씀이듬"(物者格)이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임이듬) (씀이듬) 먹는다
    셋째, 말의 변환과 이에 따른 뜻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또한 남이(說者) 안에 임이듬(主者格)이 들어 있는 월의 변환 가능성과 이러한 변환에 따른 뜻(말의 힘)의 차이가 생기는 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령 "그 사람이 맘이 착하오."에서, "맘이"를, 남이(說者) 안에 들어 있는 임이듬(主者格)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으뜸월과 든월(내포문)의 개념을 끌어낼 수 있다. 한편 앞서 든 월은 "그 사람의 마음이 착하오."라고도 바꿀 수 있다 하고, 이 경우에는 "말의 勢"(말의 힘)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7) 이와 같이 월의 변환에 따라서 뜻이나 말의 힘의 차이가 일어난다고 보는 관점은 말의 형식의 변화에는 반드시 뜻의 변화가 수반한다는 이론에 통하는 것이다.

■ 맺는 말
    개화기의 국어 연구의 동기는 민족 자각자존의 사상에 있었다. 이러한 사상 아래서 국어를 연구한 이로 대표가 될 만한 이는 최광옥, 유길준, 주시경 세 분을 들 수 있다.
    당시의 주된 국어 연구의 대상은 말본(소리갈을 포함)이다. 그 말본은 대체로 규범 말본임이 공통적 현상이다. 말본 체계는 대체로 분석적이다. 여기에 근대 우리말의 말본의 체계가 그 테두리를 잡게 되고, 주시경 선생은 그 근대적 체계를 확립한다. 그의 근대 음운론 및 형태론의 확립은 괄목할 만하다. 그의 "속뜻"은 "숨은 뜻"으로 표현되는 월의 속구조와 겉구조의 인식, 그리고 그 사이를 변환 관계로 인식하려는 것은 우리말 연구 역사상 획기적인 것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