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식생활 분야의 일본어


박용찬(朴龍燦) 국립국어연구원

광복 후 꾸준히 펼쳐 온 국어 순화 운동과 국어 교육의 결과로 지난 반 세기 동안 우리의 언어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던 일본어투 용어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건축, 인쇄, 식생활 분야 등 몇몇 분야에서는 아직도 일본어투의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우선 식생활 분야의 일본어투 생활 용어에 대해 알아보고 그에 대한 순화어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다음은 일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화의 한 장면이다.

A : 오늘 사시미는 참 좋은데.
B : 음, 괜찮군.
A : 그럼 식사나 할까? 아주머니, 여기 바로 탕 좀 해 주시고요, 탕은 지리로 해 주세요. 그리고 나무젓가락하고 이쑤시개도 좀 주세요.
B : 오늘은 자네 덕분에 맛있게 먹었네. 다음 번엔 스키야키 잘하는 집으로 내가 안내하지.

우리말에 침투되어 있는 일본어투 용어는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순 일본어(이지메, 앙꼬 등), ② 일본식 한자어(고수부지, 망년회 등), ③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쓰레빠, 사라다 등), ④ 일본식 조어의 영어(올드미스, 포볼 등) ⑤ 이들의 혼합형(만땅, 요비린 등) 등이 그것이다. 예문에 제시된 ‘사시미, 지리, 스키야키’ 등은 이 가운데 첫번째 유형인 순 일본어의 예이다. 특히 이러한 순 일본어들은 한·일 간의 국제 교류가 잦아지면서 새롭게 들어오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시미[刺身(さしみ)] → 생선회
스키야키[鋤燒(すきやき)] → 왜전골/일본전골(찌개)

‘사시미[刺身(さしみ)]’와 ‘스키야키[鋤燒(すきやき)]’는 이미 『국어 순화 자료집』(국립국어연구원, 1995)에서 각각 ‘생선회’와 ‘왜전골, 일본전골(찌개)’로 순화하여 순화한 용어만 쓰거나 되도록 순화한 용어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선회’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말이며, ‘왜전골’은 ‘스키야키’가 전골의 일종으로 일본 특유의 것이므로 앞에 ‘왜-’를 붙인 것이다. ‘왜-’는 ‘일본식’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왜된장, 왜간장’처럼 흔히 쓰이는 말이다. 다만 이 말은 다소 낮추는 의미가 있어 ‘일본’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리’는 ‘汁(じる)’가 변한 말로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문화체육부, 1997)에서 ‘싱건탕’으로 순화하였다. 흔히 ‘복지리(鰒じる)’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복국’이나 ‘복싱건탕’이라고 하면 된다. ‘싱건탕’은 ‘싱거운 탕’이라는 뜻으로 ‘매운탕’과 짝을 이루고 ‘싱거운 김치’을 뜻하는 ‘싱건김치’와 같은 말에서 그러한 조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순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보급하여 새로이 들어오는 일본어를 경계하고 그 남용을 방지해야 하겠다.


지리[汁(じる)] → 싱건탕

순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보급하여 일본어의 남용 방지에 성공한 사례로 예문에도 제시되어 있는 ‘나무젓가락’과 ‘이쑤시개’를 들 수 있다. 이들은 10여 년 전만 해도 ‘와리바시[割り箸(わりばし)]’나 ‘요지[楊枝(ようじ)]’로 흔히 쓰이던 것이었으나 (물론 지금도 쓰는 사람이 있지만) 꾸준한 국어 순화 노력으로 이제는 거의 완전히 일본어를 몰아내고 당당히 우리말 속에 자리잡았다. 이렇게 우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순화어가 국어로 자리 잡기도 하고 폐어 처리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생선회, 일본전골(찌개), 싱건탕’이라는 순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국어 사랑’의 길임을 알아 이들의 보급에 앞장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