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

인조인간은 ‘로봇’인가, ‘로보트’인가?

정희원(鄭稀元) 국립국어연구원

얼마 전에 텔레비전으로 방영되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만화영화 중에 ‘지구용사 선가드’라는 것이 있었다. 한동안 거의 모든 학용품에 그 주인공 선가드의 그림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프로였다. 지금 그 만화영화는 끝났지만 ‘로보트 로보트 지구 용사 선가드’로 끝나는 주제가만큼은 아직도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신나는 노래에 나오는 ‘로보트’가 ‘로봇’의 잘못된 표기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짧은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파열음은 받침으로 적어야

무성파열음 [p,t,k]로 끝나는 영어 단어를 우리말로 옮기려면 그 자음을 받침으로 적거나 아니면 ‘으’ 를 받쳐 적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즉 ‘robot[r b t]’의 표기는 ‘로봇’이거나 ‘로보트’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법」 제3장 표기 세칙의 제1절 영어의 표기에 따르면, 다음 두 가지 경우에만 자음 앞이나 어말의 무성파열음을 받침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첫째, 짧은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파열음은 받침으로 적는다. 그래서 ‘snap[sn p], rocket[r kit], book[buk]’은 ‘스내프, 로케트, 부크’가 아니라 ‘스냅, 로켓, 북’으로 적어야 한다. 이들 단어의 끝소리인 [p,t,k] 앞의 모음이 짧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둘째, 짧은모음과 자음(유음, 비음 제외) 사이에 오는 무성파열음은 받침으로 적는다. 예를 들어 ‘act[ kt]’의 짧은 모음 [ ]와 자음 [t] 사이의 [k]는 ‘애크트’로 적을 수도 있고 ‘액트’로 적을 수도 있을 것이나, 이 규정에 따라 ‘액트’로 적어야 한다. ‘action[ k∫ n], pepsi[pepsi]’도 마찬가지로 ‘애크션, 페프시’가 아니라 ‘액션, 펩시’가 된다.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경우 이외의 어말과 자음 앞의 무성파열음은 ‘으’를 붙여 적는다. 예를 들어 ‘tape[teip], cake[keik], flute[flu:t]’는 어말 무성파열음 앞의 모음이 이중모음이거나 장모음이므로 ‘테입, 케익, 플룻’으로 적지 않고 ‘테이프, 케이크, 플루트’로 적어야 한다. ‘Yorkshire[j :k∫ ]’의 경우는 장모음 [ :]와 유음이나 비음이 아닌 자음 [∫] 사이에 무성파열음 [k]가 오는 경우이므로 ‘으’를 붙여 ‘요크셔’로 적어야 한다. ‘mattress[m tris]’는 파열음 [t]가 짧은모음 [ ]와 유음 [r] 사이에 오므로 ‘맷리스’가 아닌 ‘매트리스’로 적는다.


어말의 유성파열음은 ‘으’를 붙여서 적는 것이 원칙

유성파열음의 표기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항상 ‘으’를 붙여서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서 ‘gag[g g], head[hed], bug[b g]’는 각각 ‘개그, 헤드, 버그’로 적는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에는 항상 예외가 존재한다. 즉 이미 굳어진 말은 관용을 존중한다는 정신에 따라 예외를 인정한다. 예를 들어 ‘bag, lab, web’ 따위는 ‘백, 랩, 웹’으로 굳어져 있으므로 그대로 인정한다. ‘gag’는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라 ‘개그’로 적지만 ‘bag’은 관용을 인정하여 ‘백’으로 적는다. 이러한 예외는 일일이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