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발음

이름, 바로 쓰고 바로 부르기


최혜원(崔惠媛) 국립국어연구원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자어로 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한때 고유어로 이름 짓기가 유행한 적이 있어 ‘빛나’, ‘우람’ 심지어는 ‘차고난놈이샘이나’처럼 파격을 시도한 이름까지 볼 수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이름은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있고 그것도 두 글자로 된 것이 일반적이다.

한글로 쓰는 모든 표기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을 지켜서 쓰고 표준 발음법에 맞게 발음해야 한다. 한글로 적는 이름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한자어 이름을 읽고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야구 스타 ‘선동렬(宣東烈)’의 성명이 ‘선동열’로 표기되고 ‘[선동녈]’로 발음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烈’의 본음은 ‘렬’인데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를 제외하고는 본음대로 적는 것이 맞춤법에 맞는 표기이다. 또한 ‘선동렬’로 표기할 때와 ‘선동열’로 표기할 때의 발음도 달라지게 되는데 ‘선동렬’은 ‘[선동녈]’로 ‘선동열’은 글자 그대로 ‘[선동열]’로 발음해야 한다.

이러한 발음의 원칙은 「표준 발음법」 제29항에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항에서는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가 자음으로 끝나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 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 ‘ㄴ’ 소리를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여름’은 ‘[한녀름]’으로 ‘맨-입’은 ‘[맨닙]’으로 발음해야 한다. 또한 29항은 파생어나 합성어가 아닌 두 음절짜리 한자어 ‘검열(檢閱)’과 ‘금융(金融)’을 예외로 두어 ‘ㄴ’ 소리를 첨가하여 발음할 수 있고 또한 표기대로도 발음할 수 있게 하였다. 이 규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파생어도 합성어도 아닌 두 음절짜리 한자어는 ‘검열’이나 ‘금융’을 제외하고는 ‘ㄴ’ 소리를 첨가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에서 예로 든 ‘선동렬’의 이름을 ‘東烈’이 아니라 ‘東悅’로 한자를 바꿔 쓰게 된다면 ‘ㄴ’ 소리의 첨가 없이 ‘[동열]’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이다.

그러나 ‘정열(情熱)’, ‘작열(灼熱)’과 같은 단어는 표준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열]’, ‘[자결]’로 발음하지 않고 ‘[정녈]’, ‘[장녈]’로 발음하기 때문에 현실 발음을 존중하여 ‘ㄴ’ 소리가 첨가된 발음만이 표준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혹자는 고유명사의 표기와 발음에까지 어문 규범이 일일이 간섭해야 하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름을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일은 정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대중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언어의 비경제성을 일으킬 것이다. 바른 표기와 발음은 언어생활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다. 법은 일견 우리를 구속하는 것 같지만 올바른 지식이 있다면 우리를 자유롭게도 한다. 한글 맞춤법을 비롯한 어문 규범에 대한 지식은 바른 언어생활의 필수 요건이다.

♣ 당신의 표준어 실력은? (☞ 정답과 해설은 13쪽에 있습니다.)
13∼15개 맞음:
교양 있으시군요
10∼12개 맞음:
더 잘할 수 있어요
7∼9개 맞음:
좀 부끄럽겠죠
6개 이하 맞음:
이래도 됩니까?

 1. 맑게 갠 오후( ) / 맑게 개인 오후( )         2.객적게 웃다( ) / 객쩍게 웃다( )
 3. 고랭지( ) / 고냉지( )                               4. 불그락푸르락( ) / 붉으락푸르락( )
 5. 설레이다( ) / 설레다( )                           6. 찌게( ) / 찌개( )
 7. 통틀어( ) / 통털어( )                               8. 햅쌀( ) / 햇쌀( )
 9. 얄따랗다( ) / 얇다랗다( )                      10. 승락( ) / 승낙( )
11. 오랫만에( ) / 오랜만에( )                     12. 오지랍( ) / 오지랖( )
13. 반짇고리( ) / 반짓고리( )                     14. 덮이다( ) / 덮히다( )
15. 고히( ) / 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