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수-’인지 ‘숫-’인지


김희진(金希珍)국립국어연구원



웅성(雄性)을 나타내는 ‘수ㅎ’에 기원하는 말에 대하여 오랫동안 논란을 거듭해 왔다. 1970년부터 착수하여 표준어 개정 사업을 진행한 17년 동안 심의 위원을 비롯한 각계의 관계 인사가 ‘수-/숫-’을 두고 줄곧 고심해 온 것이다.

표준어 개정 사업을 하면서 사용한 국어사전은 대체로 ‘수-’ 결합형을 인정하여, ‘수나사, 수놈, 수사돈, 수은행나무, 수소[黃牛]’를 취하였으며, ‘강아지, 개, 것, 기와, 닭, 당나귀, 돌쩌귀, 돼지, 병아리’와 결합할 때에는 ‘수캉아지, 수캐, 수컷,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수평아리’를 보여 현 규정과 일치하였다.
다만, 예시어에서 보인 ‘수꿩’이 당시 사전에서는 ‘수퀑’이었다는 것과, 사전에 표제어로 올라가지는 않았으나 ‘수-’와 결합될 ‘양, 염소, 쥐’가 규정에서는 ‘숫양, 숫염소, 숫쥐’로 되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렇듯 당시 사전에서 보인 대로 ‘수-’를 대원칙으로 한다는 생각이 국어심의회안(1979)에 반영되었다. 학술원안(1984)과 국어연구소안(1987)에서는 현실 발음을 존중한다는 생각에서 ‘숫-’으로 정하였다. 그러다가 국어심의회에서 몇 차례 논란을 거듭한 끝에 ‘수-’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한편 이 ‘수-’와 ‘숫-’을 규정한 「표준어 규정」 제7항에 대한 해석이 관점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수-’와 결합하여 거센소리가 되는 단어 또는 예외적으로 ‘숫-’을 인정하는 경우를 고시본(告示本)에 예시된 것에 국한하느냐, 아니면 예시어와 동일한 음운 환경에 있을 때에 개방적으로 다 적용하느냐 하는 해석상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전자(前者)는 <다만 1>과 <다만 2>에 제시된 예 이외의 단어에는 접두사의 기본형 ‘수-’를 적용하여 ‘거미, 개미, 할미새, 나비’ 등은 모두 ‘수거미, 수개미, 수할미새, 수나비’가 된다는 설명이다.
후자(後者)는 ‘암-수’의 ‘수’를 기본 형태로 삼고 ① 단독 형태로 쓰이거나 된소리 또는 ‘ㄴ·ㅁ·ㅅ’ 그리고 ‘이’나 ‘이’ 선행모음이 아닌 ‘ㅇ’ 위에서는 ‘수’로 적고(예: 수꿩, 수나사, 수말, 수사돈, 수은행나무), ② ‘ㄱ·ㄷ·ㅂ’ 위에서는 ‘ㄱ·ㄷ·ㅂ’을 ‘ㅋ·ㅌ·ㅍ’으로 격음화하고 ‘수’로 적으며(예: 수캉아지, 수탉, 수평아리), ③ ‘ㅈ’과 ‘이’ 또는 ‘이’ 선행모음 앞에서는 ‘숫’으로 적는 것(예: 숫쥐, 숫양, 숫염소)으로 분화했다. 따라서 ‘제비[燕], 자라, 이리’ 등 에서도 ‘숫’을 써 ‘숫제비, 숫자라, 숫이리’ 등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 경우, 규정의 문면(文面)에 나타나지 않은 내용을 후자처럼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올해 발간할 국어사전에서는 전자(前者)의 해석에 따르고 있다. 즉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는 원칙에 따르되 예외로 고시(告示)된 열두 단어를 제외하고는 ‘개미, 거미, 나비, 늑대, 모기, 벌[蜂], 범[虎], 사슴, 산양(山羊), 여우, 오리, 용(龍), 이리, 자라, 할미새’ 등은 ‘수개미, 수거미, 수나비, 수늑대, 수모기, 수벌, 수범, 수사슴, 수산양, 수여우, 수오리, 수용, 수이리, 수자라, 수할미새’를 표준어로 삼았다.

*「표준어 규정」 제7항에 따른 표준어

수 - 꿩

수 - 나사

수 - 놈

수 - 사돈

수 - 은행나무

수 - 소

수 - 캉아지

수 - 캐

수 - 컷

수 - 키와

수 - 탉

수 - 탕나귀

수 - 톨쩌귀

수 - 퇘지

수 - 평아리

수 - 쥐

수 - 양

수 - 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