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도우미’와 ‘도움이’

이종덕 서울과학고등학교

1993년 대전 엑스포 때 행사 보조원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하여, 10년이 채 안 되었는데도, 오늘날 하나의 직종을 가리키는 어엿한 명사로 행세하는 단어로 ‘도우미’란 말이 있다. 당시 어떤 이가 그 용어를 ‘(도)와 주는, (우)아한 (미)녀’ 정도로 해석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러한 발상은 ‘전국 대학생 협의회’를 ‘전대협’으로 단축시켜 표현하는 방식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전대협’은 ‘전국 대학생 협의회’라는 정식 명칭을 부르기 편하도록 줄인 약칭인 반면에 ‘도우미’는 그 자체가 정식 명칭이라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발상으로 단어를 만드는 것은 우리말의 정상적인 단어형성법에 맞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도우미’란 표기가 맞춤법에 맞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말에는 사물을 가리키는 명사를 만들 때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이’나 ‘-음/-ㅁ’을 붙여서 만드는 파생법이 종종 쓰이는데 이러한 어휘는 「한글 맞춤법」 제19항에 따라 다음과 같이 그 어원을 밝히어 적어야 한다.

(1) ㄱ. 길이, 깊이, 높이, 다듬이, 미닫이, 쇠붙이, 달맞이, 살림살이, …
ㄴ. 걸음, 믿음, 얼음, 울음, 앎, 웃음, …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서 된 명사는 어간을 밝히어 적어야

그리고 의성어나 의태어의 경우는 「한글 맞춤법」 제23항에 따라 ‘-하다’ 또는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어원을 밝히어 적고, 그렇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그 예로 다음을 들 수 있다. (2ㄱ)은 ‘-하다’ 또는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결합한 예이고, (2ㄴ)은 그렇지 아니한 예이다.

(2) ㄱ. 살살이, 반짝이, 삐죽이, 오뚝이, 쌕쌕이, 코납작이, 배불뚝이, …
ㄴ. 개구리, 기러기, 꾀꼬리, 귀뚜라미, 뻐꾸기, 쓰르라미, 누더기, ….


‘-하다’ 또는 ‘-거리다’가 붙는 의성어·의태어 어근인가에 따라 달리 적어야

그런데 「한글 맞춤법」 제20항에서는 “명사 뒤에 ‘-이’가 붙어서 된 말은 그 명사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라고 하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3) 곰배팔이, 바둑이, 삼발이, 애꾸눈이, 육손이, 절뚝발이/절름발이, …

사람의 이름이 자음으로 끝나는 경우에, ‘춘향이, 길동이’ 하는 식으로 ‘-이’를 덧붙여 사용하는 것도 이와 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우미’가 아닌 ‘도움이’로 적어야

그러면 ‘도우미’는 과연 어떤 규정을 따라 적어야 하는가? ‘도우미’는 ‘돕다’에서 파생된 명사 ‘도움’에 다시 접사 ‘-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명사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따라서, ‘도우미’는 「한글 맞춤법」 제20항의 규정을 적용하여 ‘도움이’이라고 적어야 옳을 것이다.